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본부장 허재승
지난호까지 항생제 내성문제가 단순한 수식 한두 개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포괄적인 현상이라는 것에 대해 말씀드렸다.
자연 내성에서 기인한 항생제 내성은 형질전환 등의 방법으로 세균집단내 내성유전자가 공유되며, 항생제의 선택작용에 의해서 내성세균이 집중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증가된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 환경, 동물(축산)이라는 생태계 전반을 이동한다. 때문에 항생제 내성관리에 원헬스(One-Health)개념을 적용하여 사람, 동물, 환경에 사용되는 모든 항생제에 대해 포괄적인 관리를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덴마크의 MRSA 사례처럼 단순히 축산(양돈)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이거나 제한한다고 해서 사람에서의 항생제 내성세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항생제를 줄이기위해 사용하는 대체 첨가제(산화아연, 생균제)가 사람에서의 MRSA가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역설적인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므로, 항생제 내성관리의 현실적인 정책 목표는 항생제 내성(율)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이다.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이라고 함은 항생제가 필요한 곳에는 충분히 사용하되 불필요하게 남용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제한함으로써, 현재 상용화된 항생제의 사용기한 또는 생애주기(Life cycle)을 연장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본고에서는 항생제 신중한 사용과 관련한 내용을 확인하고 어떻게 현장에서 적용할지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항생제 안전사용 3원칙
농림축산식품부는 항생제 신중한 사용과 관련한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였다. 40페이지 내외의 소책자에 항생제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잘 정리하였지만 내용이 많기 때문에 적극적 홍보를 위해 압축적인 메세지를 뽑아낸 것이 바로 항생제 안전사용 3원칙이다.
요약하자면 안전사용 3원칙은 농장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고 수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을 증가하지 않기 위한 핵심적인 정책방향은 불필요하게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데 있다.
항생제의 관행적 사용이라는 것은 항생제가 정확한 처방이나 감수성 검사 그리고 정확한 용법/용량으로 투여되지 않는 현장에서의 모든 사용에 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항생제 안전사용 3원칙을 지켜달라고 홍보하는 1차 대상은 누구일까? 바로 축산농가다.
항생제 원고를 처음 시작하면서 언급한 것처럼, 항생제는 축산물 생산을 위한 재료의 하나로 여겨져 왔다.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수십년간 자가처방(?)의 형태로 농가가 직접 구입해 사용해왔다. 이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호르몬제, 소염제, 백신처럼 사용에 주의가 필요한 모든 동물용의약품이 겪어온 길이다.
이와 같은 축산농가의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 2013년 8월에 수의사처방제가 처음으로 시행됐다. 2022년 11월에는 항생제 전성분에 대한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됐지만, 장기간 축산에서 처방없이 사용되어온 관행으로 인해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아직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약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지위는 판매자보다 우월하다. 지난 수십년간 자가처방의 경험까지 가지고 있다. 농가가 감수성 없는 항생제를 고집하더라도, 수의사가 이를 감수성 있는 다른 항생제로 전환시키려면 진료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노력과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을 정착하는데는 수의사의 정확한 처방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농가에서도 기존의 고집과 관행을 내려놓고 전문가에게 처방받고 정확하게 투여하려는 상호간의 노력이 같이 필요한 상황이다.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
앞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위해 항생제 안전사용 3원칙으로 압축해서 홍보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표현의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항생제의 내성증가를 줄이기 위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표현으로 인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 이하 내용에서는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 또는 그 ‘사용방법’으로 통칭하겠다.
1)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에는 복약지도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수의사가 항생제를 정확하게 처방하고 농장은 이에 따라서 항생제를 구입한다는 가정하에서,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은 항생제의 효과적인 적용방법과 동일한 맥락을 가진다. 하지만,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은 농장 현장에서 항생제가 투여되는 방법에 보다 집중한다.
꼭 항생제가 아니더라도 농장을 방문하는 수의사는 항생제를 비롯한 동물용의약품을 처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보다 정확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복약지도를 충분히 해야 한다. 농장동물에 대한 항생제 투여는 사람이나 반려동물과 달리 대부분 농장 인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의사는 항생제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처방되어 어느 동물군(사육단계 또는 사육동에 의한 구분 등)을 대상으로 어떻게 투약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확인해주어야 한다.
가능하면, 항생제 투여대상인 동물을 같이 보면서 어떻게 투여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같이 상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냐면, 수의사가 농장 현장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단시간내 획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제(Metaphylaxis)를 목적으로 음수로 집단투약을 하려고 하더라도, 해당 음수설비를 통해서 목적동물에 항생제가 제대로 투여되지 못하거나 또는 불필요하게 다른 집단(계군, 돈군)에 같이 투약될 경우 투약방법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급성질병이 아닌 경우에는 치료를 위한 투약보다 농장의 일반 사양관리가 우선될 수 있기 때문에 노련한 수의사는 각 개별 농장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항생제 처방과 복약지도를 함으로써 치료효과를 높이고 불필요한 사용을 줄일 수 있다.
2) 감수성 있는 항생제로 충분히 치료한다
모든 세균 감염증에 효과를 발휘하는 꿈의 항생제는 없다. 일전에 항생제의 항균범위에 대해서 설명한 것처럼, 세균은 그람염색 유무와 형태에 따라서 G+(그람양성)구균, G+간균, G-구균, G-간균, G-나선균, 마이코플라즈마, 기타로 구분한다.
항생제가 세균의 소그룹 하나에만 영향을 미치면 좁은범위(narrow spectrum)의 항생제라고 하고 둘 여러 세균그룹에 항균력을 가지면 광범위(extended or broad spectrum)항생제라 한다.
예를 들어, 아래 그래프는 감수성 차이에 대한 모식도로서 A와 C항생제는 광범위 항생제라고 하며, B항생제는 좁은범위 항생제이다.
어떤 세균에 감염되었는지 모르는 경우에는 광범위 항생제를 전략적으로 투약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광범위 항생제는 감염된 세균 외에도 장내 정상세균총처럼 장의 건강을 도와주는 유익균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질병이 특정된 상황에서는 해당 세균에 가장 높은 감수성을 지닌 가장 좁은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다른 세균의 내성발현이나 항생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항생제가 필요한 곳에는 감수성 있는 항생제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치료해야 한다.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을 잘못 이해하면 항생제를 무조건으로 줄이는 것이 내성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오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항생제의 정확한 투여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항생제 투여량이나 사용기간을 줄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세균 감염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기 때문에 동물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세균의 내성도 크게 증가시키게 된다.
특히 농장에서는 세균성 호흡기 질병을 치료할 때 이런 모습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감수성이 좋은 항생제로 2~3일 투여하다가 상태가 조금 좋아지면 항생제 투여를 중단해버리는 식이다. 이러면 항생제 투여비용을 줄일 수 있고, 항생제 투약에 필요한 노동력을 다른 사양관리에 돌릴 수 있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치료하지 않으면 환부에 남아있는 세균이 지속적으로 감염되어 만성형으로 경과될 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세균이 내성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항생제 내성이 보다 빠르게 증가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축산물에서 항생제 내성이 높은 이유는 불필요하게 과다 사용된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용 관행도 영향을 크게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3) 약품에 대한 일반관리를 준수한다
항생제는 포장 및 설명서에 다음 사항을 반드시 표기한다. 허가된 질병 또는 감수성 있는 병원체, 대상 동물, 투여 방법 및 투여량, 투여기간, 휴약기간 및 주의사항 등이다.
먼저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다른 약품과 같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주의사항에 ‘배합금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배합금기는 항생제와 동시에 사용하지 말아야 할 약물을 말한다.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약품군에 속하지만 다른 항생제나 영양제, 소염제 등과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잘못된 상호작용을 통해서 항생제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쇼크와 같은 부작용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항생제 단독투여가 아닌 경우에는 반드시 주의사항에 명시된 ‘배합금기’를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휴약기간을 준수해야 한다. 항생제 잔류문제는 다른 동물약품의 잔류와 마찬가지로 안전한 축산물 생산이라는 취지에 반하는 것이며, 원헬스 측면에서 사람에서의 항생제 내성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간혹 어떤 상황에서는 항생제 휴약기간을 충실하게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잔류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항생제는 생체내에서 투여 후 분포 및 대사되어 배설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항생제 휴약기간은 가식부위에서 기준 이하로 소실되는 충분한 시간을 고려하여 설정한다.
예를 들어, 돈육에서 휴약기간이 20일로 설정되어 있다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10여일 전후해서 잔류허용농도(MRL)이하로 떨어진다. 하지만, 실수로 항생제가 과량 투여되었거나 질병이 위중하여 정상적인 대사가 지연됨으로써 체내에서 보다 오래 잔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항생제 인증에서는 휴약기간을 2배수로 적용하는 것이다.
요컨대 다른 동물의약품과 마찬가지로 항생제도 반드시 휴약기간을 준수해야 하며, 약간이라도 미심쩍은 부분 있으면 휴약기간 이상의 기간을 둔 다음에 출하하도록 한다.
끝으로, 정확한 용법·용량으로 사용해야 한다. 항생제의 품질을 걱정하거나 질병이 위중하다고 판단하여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과량 투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휴약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체내 항생제 대사에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되어 증체(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안전역을 벗어난 과도한 항생제 투약은 때로는 약화사고를 일으켜서 쇼크 또는 폐사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항생제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임의적으로 2~3배 증량하여 사용할 것이 아니라 수의사와 상의해 사용하는 항생제를 바꾸는 것이 보다 현명한 접근 방법이다.
여덟 번째 항생제의 이해를 마무리하며
지난 3편의 원고를 통해 항생제 내성의 원인과 정책 추진과제인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이란, 항생제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사용을 중단하되 필요한 곳에서는 정확하고 충분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농장에서 사용하는 항생제를 단시간에 갑자기 줄이기보다는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항생제의 사용시기와 방법, 대상을 조금만 바꿔도 농장 생산성이 크게 개선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농장내 항생제 총 사용량을 줄여 나가는 것이, 지난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농장의 사용 관행을 바꿔가면서 수의사의 처방권을 보다 높여가는 방법이라고 하겠다.
2022년 11월부터 전성분 항생제에 대한 처방제가 시행된다. 오랜 관행을 바꾸기 위해서 지금부터 농장에 대해 다시 한번 복약지도를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것이 바로 항생제 신중한 사용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Transmission of antimicrobial resistance from livestock agriculture to humans and from humans to animals, OECD Food, Agriculture and Fisheries Papers No. 133
2) DANMAP 2020
3) 제2차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
4) 2020년도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 농림축산검역본부
5) 항생제 처방가이드라인, 농림축산검역본부
<대한수의사회 및 저자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1년 8월호부터 2022년 5월호까지 게재된 원고를 전재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