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도 첫 신고자는 수의사지만..수의사가 백신 놓을 소는 28% 불과

럼피스킨병 백신, 근육접종보다 어려운 피하접종…'자가접종 농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우려도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럼피스킨병도 국내 첫 신고자는 수의사였다. 하지만 정작 백신접종은 수의사보단 농장주가 놓는 쪽에 더 가깝다.

럼피스킨병 백신이 피하로 접종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피하접종은 근육접종에 비해 더 철저한 보정이 요구된다.

농장 시설에 따라 접종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데다, 벌써부터 농장 자가접종은 임의로 근육접종으로 흐를 것이라 우려도 나온다.

조호성 전북대 교수

리플렛만 보고 일반인이 알아볼 수 있었겠나’

ASF·럼피스킨 모두 수의사가 첫 포착

조호성 전북대 교수는 25일 대전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구제역 백신 심포지움에서 기조강연에 나섰다.

강연제목은 ‘동물 백신의 최근 연구 동향과 구제역 백신의 미래’였지만, 최근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는 럼피스킨병에 대한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조 교수는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럼피스킨병도 수의사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럼피스킨병이 국내에 발생하기 전에도 농가에 홍보 리플렛을 배부하는 등 조기 신고를 독려했지만, 수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이를 기반으로 최초 발생을 신고할 수 있었겠느냐는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실제로 방역당국은 럼피스킨병이 최초 확진된 10월 20일보다 한 달여 이상 먼저 국내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기 발생농장에서 확산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속도와 거리로 추가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일선 수의사가 의심해 신고하기 전까지 질병이 확산되고 있었던 셈이다. 조 교수는 “전문가인 수의사가 현장 곳곳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현실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피하접종 어려운데..

전국 긴급백신에 수의사가 접종하는 소는 28%에 불과

현장선 임의로 근육접종할까 우려 나와

시술비 외 보정비까지 지원하는 지자체도

다음달 초순까지로 예고된 소 전두수 럼피스킨병 백신접종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했다. 접종 방법이 변수다.

구제역 백신이 근육접종인 것과 달리 럼피스킨병 백신은 피하접종이다. 조호성 교수는 “근육접종과 달리 소의 피하접종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피하접종을 위해 보정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근육접종은 소가 조금 움직여도 가능하지만, 피하접종은 접종 부위에 제대로 주사액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소가 거의 움직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간도 더 걸리고, 접종자가 부상을 입을 위험도 높다.

근육접종에 비해 자동목걸이 설비 여부가 더 중요하고, 자동목걸이가 있다 해도 개체에 따라 추가적인 보정이 필요할 수 있다.

자동목걸이조차 없는 경우에는 1톤까지 나가는 소를 피하접종이 가능하게 보정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이날 심포지움 행사장을 찾은 한국소임상수의사회 김성기 회장도 어려움을 전했다. 당일 오전 내내 럼피스킨 백신을 접종했는데, 계속 추가로 보정하며 진행하다 보니 100마리도 접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의사도 접종하기 쉽지 않은데 농장의 자가접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임의로 근육접종하는 케이스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호성 교수는 “(피하접종용 럼피스킨병 백신을) 근육접종하면 효과가 떨어지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번 전국 긴급백신을 50두 이상 전업농은 농가 자가접종으로, 50두 미만 소규모 농가는 수의사 접종지원반이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통계청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사분기 기준 국내에서 사육 중인 한우·육우·젖소는 4,097,329마리다. 이중 50두 미만 소규모농가에서 기르는 소는 1,134,132마리로 28%에 그친다. 4마리 중 1마리만 수의사가 접종하게 되는 셈이다. 나머지는 농장 자가접종에 기대야 한다.

한 일선 대동물병원장은 “(발생농가 주변 긴급백신 시행 지역에서) 이미 일부 자가접종 농가는 피하접종을 포기하고 근육에 접종했다는 이야기도 돈다”며 다음주부터 본격화될 전국 긴급백신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 원장도 다음주부터 지역에서 긴급백신에 참여한다. “피하접종은 위험하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했다.

농가 시설이 뒷받침해준다면 하루에 300마리 이상도 접종할 수 있지만, 열악한 환경이라면 훨씬 더디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다행히 지자체 방역팀과 긴밀히 협의해, 시술비 외에 보정비용을 함께 책정해 지원해주기로 했다. 이를 활용해 보정을 도울 인력 2명과 함께 다닐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럼피스킨병도 첫 신고자는 수의사지만..수의사가 백신 놓을 소는 28% 불과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