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인 병원도 중성화수술비 게시하라는데,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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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동물의료개선 종합대책 수립을 위한 TF를 운영해 온 정부가 ‘동물의료 개선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17일 국민의힘 민당정협의회(개 식용 종식 및 동물의료 개선 종합대책 민·당·정협의회)에서 관련 자료가 일부 공개됐는데, 중성화수술비용 게시 등 일선 동물병원에 큰 영향을 미칠 내용이 대거 담겨있다.

하지만, 수의사회를 비롯한 수의계에서 비판의 목소리나 대응이 거의 나오고 있지 않아 답답하다. 국회 앞에 모여 수의대 신설 반대 운동을 했던 것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보이는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정원 확대를 막기 위해 어제(6일) 천막농성장에서 삭발투쟁을 하고, 17일에는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의사협회와 비교된다.

혹시 “중성화수술비 게시에 모두 찬성하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올해 1월부터 수의사 2인 이상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진료비 사전게시제’가 시행됐다. 게시 항목은 초진·재진 진찰료, 진찰에 대한 상담료, 입원비, 개 종합백신, 고양이 종합백신, 광견병백신, 켄넬코프백신 및 인플루엔자백신의 접종비, 전혈구 검사비와 그 검사 판독료 및 엑스선 촬영비와 그 촬영 판독료(총 11개)다.

그런데, 내년부터 이를 20개 항목으로 늘린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여기에 중성화수술비, 슬개골탈구 수술비(무릎뼈 탈골 수술), 외이염 치료비, 아토피성피부염 치료비, 심인성폐수종 치료비, 빈혈치료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5일부터 1인 동물병원(수의사가 원장 1명인 동물병원)도 진료비를 게시해야 하는데, 중성화수술비, 슬개골탈구 수술비까지 써 붙여 놓게 되면, 그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원, 백신, 혈액검사 등 개별행위와 달리 중성화수술, 슬개골탈구수술, 심인성폐수종 치료 등은 다양한 행위가 합쳐져 이뤄진다. 마취 전 검사, 마취, 수술 방법, 사용 약물, 후 처치 등이 동물병원마다 모두 다른데, 오로지 써 붙여 놓은 가격만으로 비교·판단하기 시작하면, 보호자가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고,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게시한 전국 동물진료비를 조사해서 공개하는 ‘공시제’까지 시행 중이므로, 내년 하반기에는 1인 동물병원을 포함한 전국 모든 반려동물병원의 중성화수술 비용이 지역별로 조사되어 최고·최저·중간·평균비용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나서 마이펫플러스를 조장하는 꼴이다.

진료비 공시 사이트(https://www.animalclinicfee.or.kr/). 현재는 진찰료, 백신비 정도만 공개되어 있지만, 앞으로 중성화수술비, 슬개골탈구수술비 등이 추가된다.

진료비 게시항목은 농림축산식품부령(수의사법 시행규칙 제18조의3(진찰 등의 진료비용 게시 대상 및 방법))으로 정한다. 농식품부만 마음먹으면 다른 항목도 얼마든지 게시하라고 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동물병원의 목을 조여오는 규제법안의 통과를 막지 못했으면, 세부항목이 추가되는 거라도 막아야 하는데 왜 아무런 반대 목소리가 없을까?

정부가 진료비 게시항목을 확대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 2월 국회토론회자리였다.

‘2024년에 20개 항목’으로 늘리겠다고 구체적인 방침을 처음 공개한 것은 지난 8월이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하며 “진료비 게시 대상을 2024년에 2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수의계의 대응은 전무하다. 끓는 물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개구리가 떠오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물의료 개선 방안에는 진료비 사전고지 항목을 전체 진료항목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수술 전에만 고지하는 예상진료비를 모든 진료를 할 때 사전에 고지하라는 뜻이다. 귓병 치료를 하든, 소화기 치료를 하든, 초음파 검사를 하든, 키트 검사를 하든 모든 진료를 할 때 비용을 보호자에게 미리 알려야 한다.

또한, 2025년부터는 현재 정부가 마련 중인 100종의 반려동물 표준진료절차를 보호자에게 미리 보여주고 필수항목과 선택항목 중에서 보호자가 선택하도록 의무화한다.

“보호자님, 보시는 것처럼 중성화수술의 표준진료절차에서 마취 방법은 ‘호흡마취’입니다. 그런데 저희 병원에서는 주사마취로 중성화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선택하시겠습니까?”같은 상황이 2년 뒤부터 벌어지게 생겼다.

전국 5천개 동물병원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한 수의계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국제학술행사에 업체 후원금을 얼마씩 받아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일선 동물병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부 정책에 어떻게 대응할지 먼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설] 1인 병원도 중성화수술비 게시하라는데,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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