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간 등 동물 성 학대 막기 위해 동물 대상 성범죄 금지조항 필요
어웨어, 동물 성(性) 학대 외국 입법례와 정책 과제 보고서 발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가 ‘동물 성(性) 학대 외국 입법례와 정책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고 “동물 대상 성범죄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을 마련해 사회적 경각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재범률 높고 사람 대상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큰 동물 성 학대
동물과의 성적 접촉(sexual animal contact)을 의미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사람과 동물 사이의 모든 성적 행동을 통칭하는 ‘수간(bestiality)’부터 ‘종간 성폭력(interspecies sexual assault)’, ‘동물성애(zoophilia)’ 등이 있는데, 동물복지 분야에서는 ‘동물 성 학대(animal sexual abuse, ASA)’라는 용어가 선호된다.
동물 성 학대는 동물복지 측면에서 다양한 피해를 준다.
신체적 상해가 대표적인데, 생식기 삽입 등의 행위로 동물이 사망한 사례까지 다수 보고됐다. 육안으로 드러나는 병변 외에 동물에게 정신적 상해도 입힐 수 있으며, 신체적 상해를 동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동물 성 학대는 임상수의학적, 수의병리학적으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상해 수준이 경미해 병변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고,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의 성 학대의 경우 상해 발생 장기의 예측이 어렵다.
또한, 급성 병변의 경우, 진단 시기가 조금만 지연되어도 발견이 쉽지 않은데, 성 학대 행위자가 주로 동물의 소유자이고, 자백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대행위 직후가 아니면 임상평가에서 성 학대로 인한 상해를 발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무엇보다 동물 성 학대는 재범률이 높고 인간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해외의 한 연구에 따르면, 동물 성 학대로 기소되었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남성은 이전에 수간으로 체포된 전력이 없는 경우보다 재범률이 4배 이상 높았다. 범인 중 27.6%는 두 마리 이상의 동물을 학대했거나 같은 동물을 여러 번 성적으로 학대했다.
미국의 한 분석(Edwards(2019))에 따르면, 동물 성 학대 사건으로 검거된 456명 중 52.9%는 인간 대상 성폭력, 대인 폭력, 약물 등 다른 범죄와 관련된 전과가 있었고, 33.2%는 아동 및 성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범한 이력이 있었다.
이천 개 성 학대 사건, 천안 암소 수간 사건 등 국내에도 꽤 발생하는 동물 성 학대
국내에서 동물 성 학대 사건에 대한 분석과 체계적인 연구가 수행된 적은 없다. 다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거나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된 사례가 존재한다.
개집에 묶어 놓은 타인 소유의 풍산개 성기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찢어지게 하는 행위로 징역 4월과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부천 풍산개 성 학대 사건(2017)’, 타인 소유의 골든리트리버를 자신의 주거지로 유인한 뒤 손으로 개의 성기를 문질러 외음부 피부 미란 및 주위 피부의 급성습진, 질 안쪽의 출혈 등의 상해를 입혀 처벌받은 ‘광주 개 성 학대 사건(2016)’, 개의 항문 쪽에 성기를 갖다 대고 문지르고, 개의 입 쪽에 성기를 갖다 대고, 항문에 삽입을 시도하는 등의 행위로 징역 1년 6월의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등을 선고받은 ‘이천 개 성 학대 사건(2019)’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천안 암소 수간 사건(2018)’, ‘나주 암소 수간 사건(2020)’처럼 암소의 생식기 내에 성기를 삽입해 피해를 입힌 사건도 있었으며, 2016년에는 SNS에 ‘수간 협회’ 운영 게시물이 게재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동물을 이용한 성행위 법으로 금지한 ‘독일’, 동물과의 성적 목적 행위 금지한 ‘스위스’
미국 FBI, 동물학대 4가지 유형에 ‘동물 성 학대’ 포함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동물 성 학대를 동물 학대의 유형으로 명시하거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성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동물이 성학대로 인해 상해 등 신체적 피해를 입었을 경우 ‘제10조(동물학대 등의 금지)’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으나, 도구 등을 사용해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등 법에서 규정한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성 학대 범죄에는 적용이 어렵다.
이런 현행법을 개정해 ‘동물 성 학대’를 동물학대의 유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어웨어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동물 성 학대를 금지하는 입법이 최근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은 2012년 「동물복지법(Tierschutzgesetz)」을 개정해 ‘동물을 이용한 성행위’를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상해나 고통을 유발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 25,000유로의 벌금에 처한다.
스위스도 「동물보호부령(Animal Protection Ordinance)」을 통해 ‘동물과의 성적 목적 행위’를 모든 동물 종에 대해 ‘특별히 금지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은 동물복지법이 아니라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 2003)」에 동물과의 성교행위(intercourse with animal)를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형법을 통해 ‘성적 목적을 위한 동물과의 모든 접촉’으로 정의하고, 수간을 범하는 경우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수간을 강제하는 경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한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은 2016년부터 동물학대 범죄를 중대범죄로 보고, 동물 성 학대(sexual abuse)를 방치(neglect), 고문(torture), 조직된 학대(organized crime, 투견・투계 등이 포함됨)와 함께 동물학대를 분류하는 4가지 유형에 포함시켰다. 미국 29개 주는 동물 성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피학대 동물 또는 위반 시점에 피고인이 소유한 모든 동물의 몰수 명령, 법원이 정한 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동물 소유・사육・관리 등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동물 성 학대 금지조항 신설, 치료 프로그램 이수 의무화 필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현행 동물보호법 동물학대 유형에 해당하는 학대는 처벌되지만, 동물을 사용한 성행위에는 여러 유형이 존재하고, 동물에게 신체적 손상이나 물리적 상해를 입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현행법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어 “동물 성 학대에 대한 규정이 전무하다는 점은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목격자의 신고와 사법 당국의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동물 성 학대 금지조항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성행위처럼 행위 자체가 의심의 여지 없이 동물복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동물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결과와 관계없이 행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게 어웨어의 입장이다.
어웨어는 또한 “동물 성 학대는 재범률이 높고, 특히 학대 행위가 이상성욕, 성도착 장애(paraphilia disorder) 등 정신질환에 기인한 경우에는 한 번의 범죄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동물 성학대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의무적으로 병과해 반복적인 학대 및 대인 범죄로의 확장을 예방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