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료에서 발생하는 오류는 어떻게 다뤄야 할까?

함께 고민하는 수의 윤리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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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수의사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실 박사과정

■ 사례

수의사 A는 5년의 임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서울의 대형 동물병원에 진료수의사로 합류하게 되었다. 해당 동물병원은 실력 있는 수의사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커뮤니티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수의사 A는 마침내 자신이 갈고 닦은 기술을 동물 진료에 투입한다는 사실이 매우 뿌듯하다.

어느 날 만성신부전으로 지속적으로 병원에서 암로디핀을 처방받아 복용하던 10살 고양이 환자가 내원하였다.

보호자는 일주일 전 선배 수의사 B로부터 한 달 치 약을 처방받았는데, 전보다 약의 양이 증가한 것 같고, 고양이가 이번 처방약을 먹으면서 전보다 점점 기운이 없어지고 식욕도 줄어든 것 같다고 한다.

수의사 A가 보호자가 가지고 온 약 봉투를 확인해 보니, 차트상에는 이전 기록이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어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전에 비해 고용량으로 조제된 것으로 보인다. 보호자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수의사 A에게 묻고 있다.

수의사 A는 보호자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또한, 선배 수의사 B와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a)

1999년 미국 의학연구소의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이라는 보고서 발행 이후 의료계에서는 의료 오류(Medical Error)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의료 오류(medical error)란, 환자에게 미친 영향의 유무와 상관없이 잠재적으로 위해가 되는 잘못된 또는 부적절한 의료행위의 계획 및 실행 모두를 의미한다.b)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44,000~98,000명이 의료 오류로 인해 사망하고 이 중 상당수는 예방 가능하다. 또한, 오류 대부분이 개별 의료진이 아닌 잘못 설계된 의료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하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오류를 예방할 수 있다.

이 보고서는 개인에게 의료 오류의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의료오류를 줄이기 위해 의료 시스템의 개선 방향을 찾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시켰다. 이에 의료진도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 예방법에 대해 더 기꺼이 논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의료오류를 공개하고 제도와 환경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환자안전(Patient Safety) 확보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1) 진단과 치료를 위한 지식과 기술 향상뿐 아니라 팀 내 위험관리 시스템 개선으로도 의료오류를 줄일 수 있다.

더불어 환자 안전의 위협은 의료진에게도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상황에서 안전문화(safety culture)의 조성이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에, 실수를 한다. 나를 비롯하여 누군가의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라면 비난은 의미가 없다. 환자 안전을 위해, 동물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대해 윤리적인 측면의 고찰과 행동이 필요하다.

*   *   *   *

동물의료에서 발생하는 오류(Medical Error in Veterinary Medicine)

수의사는 선의를 가지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동물의료에서도 인간의료와 마찬가지로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들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동물의료에서 발생한 오류의 15~32%는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환자위해를 유발하며, 1.8%~8.2%는 심각한 피해 또는 사망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2)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물의료에서 오류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으며, 오류와 관련된 법적 시스템도 미비하다. 이는 의료오류로 인한 환자의 피해가 추정치보다 높을 것임을 의미한다.

가장 자주 발견되는 오류는 투약 실수와 수술 합병증이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해나, 보호자나 수의사가 알기 어려운 미미한 위해, 자칫 오류로 연결될 뻔한 상황(near-miss)들은 감지되기 어려우며, 결과가 무해한 영향인 경우 과소평가되기 쉽다. 이런 숨겨진 오류를 무시할 경우 추후 환자안전에 심각한 상황으로 드러날 위험이 있다.

더하여, 의료 오류로 발생한 합병증은 질병 상태의 진행과정이나 원발 질환으로 발생하는 이차적인 질병과 구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수의사가 상황 파악을 하고 대처하는 과정을 더욱 복잡하게 한다.

의료 오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위해가 될 뿐 아니라 수의사에게도 해를 끼친다. 오류로 인해 환자가 피해를 당할 경우 관련된 수의사들은 장기간의 정서적 고통과 피로, 회복력 감소, 성취감 감소, 직무만족도 저하 등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3)

그러므로 적어도 예상 가능한, 사소한 실수로 인해 발생되는 의료 오류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환자 안전뿐만 아니라 동물의료와 관계된 모든 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의료 오류 줄이기 : 환자 안전(Patient Safety)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 환경의 조성

어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개인이나 조직 일부를 타겟으로 하여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일반적으로 행해지며 이는 가장 쉬운 해결방법이다. 개인의 행동을 조직의 맥락에서 분리하고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오류를 개인의 무능으로 보고 수치심과 비난을 유발한다.4)

그러나 이는 오류를 제공한 이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제도적인 보완을 하는 데 있어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개인을 비난하는 문화가 지속되고 처벌이나 소송의 위험을 개인에게 책임 지우는 경우, 오류는 더 감춰질 것이며 전문직군의 성장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물론 개인의 반복적인 부주의, 무모함, 진전이 없는 무능력 등 전문가로서 갖추어야 할 도덕적인 약점으로 인한 반복적인 오류를 두둔하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고도로 훈련받고 양심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도 의도치 않게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개인의 약점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오류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를 회피하게 하는 공포 문화를 조장시킬 뿐이다.5)

다양한 기술을 가진 수의사들과 광범위한 의료기기, 약물, 절차, 지침들이 어우러져 동물의료 시스템을 구성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복잡하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각 영역들의 사소한 오류들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피할 수 있는 위해와 오류 가능성을 낮추고, 오류 발생시 영향이 최소화되게 하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환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문화, “환자안전문화(Patient Safety Culture)”라 일컫는다.

이는 조직적 맥락에서 시스템적 접근방법(system approach)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6) 누구를 탓할 것인가’ 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발생했는가? 동일한 오류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의 병원시스템을 어떻게 변경할 것인가?’ 로 질문을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 안전을 우선시하는 문화는 헌신적인 리더, 개방적인 오류 보고 시스템 구축, 이를 원활하게 사용하는 능동적인 의료팀원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7)

먼저, 위계질서를 평평하게 만드는 개방적이고 정직한 문화를 조성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오류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지원할 때 환자는 더 안전해진다.

리더는 잘못된 설계, 부적절한 장비 유지보수, 긴 근무 시간, 부적절한 교육으로 인해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개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오류를 줄여야 한다. 또한, 의료팀원들이 환자 안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의료진은 오류 발생의 위험을 가감 없이 인정하고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오류를 보고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데이터 수집과 문서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더불어 각 의료진은 다른 팀원의 실수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며 팀으로서 추후 예방에 더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으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선의의 의료진이 비의도적인 오류를 일으키는 것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개인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 의료진 간의 소통을 통한 의료오류 예방을 위한 과정으로 인식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의료 오류의 공개(Medical Error Disclosure)

“인간이기에 실수하지만, 은폐는 용서될 수 없다.”c) 

의료 오류로 인해 동물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수의사를 비롯한 의료인이 겪는 가장 흔한 딜레마는 이를 보호자에게 알릴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알린다면 어느 정도 알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의료 오류 공개(medical error disclosure)는 환자 안전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호자에게 자발적으로 그 사건을 설명하고, 공감 및 유감을 전달하며, 필요한 경우 사과를 하고,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며,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일련의 과정이다.1)

보호자들은 오류 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책임에 대한 인정을 기대하지만, 수의사들은 이를 공개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소극적이 되거나 알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의사는 직업적,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 다른 의료진과의 관계, 보호자의 실망, 분노에 대처하는 것을 걱정하며 의료 오류 공개를 꺼리게 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의사의 의료 오류 공개는 윤리적인 당위성을 가진다. 이는 신뢰의 의무(fiduciary obligations), 자율성(autonomy), 진실성(truth telling), 인간에 대한 존중(respect for persons), 전문직의 행동기준(professional standard)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8)

의료 오류 공개는 수의사가 자신의 환자에게 일어난 상황을 보호자에게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이후의 의사결정에서의 보호자 자율성을 확보한다. 미미하거나 자칫 영향을 줄 뻔한 상황(near-miss)과 같이 당장 보이지 않는 영향들이더라도 추후 질병으로 악화될 수도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보호자가 상황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합병증 발생 시 보호자가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은 동물의 이익을 위한 윤리적인 행위이자 보호자와 동물에 대한 존중이며, 사전동의를 통한 보호자 자율성 확보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보호자에게 오류에 대해 알릴 때는 수의사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신의 오류는 어떻게 일어났으며, 이후 어떻게 관리하였는지 설명해야 한다. 투명하고 철저한 설명은 수의사의 신뢰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한 도움이 된다.9)

오류를 알리고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뢰에 근거한 수의사와 보호자 간의 관계를 증진시키고 소송에 대한 완충작용을 하는 윤리적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다.

더불어 오류에 대한 재발방지책을 의료팀이 수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이를 보호자에게도 알리는 것은 동물의료 직군 전체에 대한 신뢰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전문가다운 행동이다.

특히 정직함이 수의사라는 직업을 둘러싸는 높은 기대치의 속성으로 확인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의료서비스를 보호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10)

결과적으로 오류 공개와 철저한 시스템 개선은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동물 환자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윤리적인 행위이다.

 

수의사 A는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서두에 제시된 사례는 의료 오류가 감지된 상황에서 수의사가 처할 수 있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수의사 A는 동료와의 관계, 고양이의 건강이 악화된 상황의 해결, 그리고 상황을 보호자에게 전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특히나 새로 고용된 수의사에게 닥친 이 상황은 의료팀 내 위계로 인해 더욱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 수의사 A의 빠른 상황 판단과 동물의 상태를 중심으로 한 지혜로운 대처

이 경우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에 대한 수의사 A의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추후 이 상황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면밀하게 의료팀과 논의하여 설명해드리겠다고 답하는 것이 적절하고 지혜로운 대처이다.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는 오류를 보호자에게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당장의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방법일 뿐이다. 현재 수의사 A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동물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후 처치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계획하는 것이다.

동시에 보호자에게 청구할 비용을 어떻게 논의할 것인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갑자기 비용에 대한 할인부터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이전 진료를 담당한 수의사 B와 상황을 공유한 이후에만 가능하다.

간과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동등한 위치에서 선 후배 수의사 간 의견교환이 필요하다. 수의사 B가 오랜 경력과 좋은 평판을 가졌지만 역시 인간이기에 의도치 않은 실수는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후배 수의사가 선배 수의사에게 실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이러한 위계를 뛰어넘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경인 경우에나 가능하다.

특히 위계질서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국내 환경에서는 무척 어려운 일이겠지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는 더 나은 임상의로서 발전하는데 있어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 확인된 오류 보호자에게 알리기

만약 실수가 인정되는 상황이라면, 수의사 A는 이를 고려하여 할인이나 추가적인 진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보호자의 요청 등 상황에 따라 추후 당시 진료를 담당했던 수의사 B에게는 보호자에 대한 사과를 비롯하여 더 큰 책임이 지워질 수도 있다.

앞서 논의한 대로 보호자에게 상황에 대해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정당하고 중요하다. 완전한 사과를 위해 책임과 과실, 시정 조치의 약속, 그리고 실수로 이어진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또한, 잘못을 부인하는 정당화가 포함되지 않아야 하며, 용서를 포함하여 수의사 측의 요구사항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용서는 보호자의 몫이기 때문이다.11)

▶ 함께 논의하기

상황을 부정하고 방어하는 것보다 진심을 담은 사과가 법적인 어려움을 줄여준다.9) 중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보호자와 수의사가 맺는 관계와 동물병원 진료진에 대한 신뢰를 최대한 훼손시키지 않는 방안이 무엇인지 진료팀 모두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제 과정에서 오류는 수의사 B에게서 발생한 것일 수도 있지만, 시스템 안에서의 소소한 문제들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장기적으로 반복 내원하는 환자의 차트 기록을 동일하게 기록하는 과정에서 용량/cat이나 /kg과 같이 주의를 요하는 처방에 대해 숫자만 기재한 것일수도 있다. 또는 세부적 단위가 기재되어 있어도 바쁜 상황에서 조제를 지시받은 사람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신규 직원의 착오로 인해 발생한 일일수도 있다.

암로디핀(Amlodipine)과 같이 오류 발생 시 환자에게 위해를 줄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자의 교차 감시가 없었던 점이 지적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잘못을 추궁하고 지적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향후 유사한 의료과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오류가 발생한 상황과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처방자의 오류(잘못된 약품, 잘못된 복용량 계산, 환자의 상태 미확인), 약품 조제 시 오류(의약품 혼동, 유사제품), 투여방법 오류(잘못된 투여방법, 의약품 라벨링, 다른 동물에게 투여), 복약지시(보호자 혼동, 복약방법지시 오류)와 같은 약품조제와 투약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 오류 중 어느 부분에서의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제를 확인한 후에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거나 일시적인 수습, 잘못의 은폐를 피해야 하며, 의료팀 모두가 위계 없이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약, 선배 수의사 B가 이러한 소통을 거부하거나 개선의 의지가 없이 자신의 평판 유지에만 신경 쓴다면, 후배 수의사 A는 실수를 통한 배울 기회를 상실하고 전문직업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부정직하고 무책임한 행위로 인해 윤리적 스트레스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향후 윤리적 감수성이 낮은 수의사가 되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될 우려도 있다. 그렇다면 수의사 A에게 새로운 병원은 더 이상 좋은 직장이 아니다.

*   *   *   *

마치며

동물의료는 본질적인 불확실성과 사회가 갖는 높은 도덕적 기대치로 인해 복잡하고 어려운 환경에 놓인다. 오류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 가능하며, 의료팀의 구성원은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오류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는 의료팀 구성원이 환자안전을 최우선 한다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오류를 줄이는 시스템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실수는 공동체의 목표 손상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공동의 책임을 통한 배움의 단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개인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하며, 동료는 개인에 대한 비난을 멈추고 자신에게도 오류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동료의 실수로부터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제 동물의료는 팀으로 움직이는 조직적인 문화로 성장하고 있다. 그 안에서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를 개발하고, 동료들의 회복력을 촉진하기 위한 성찰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이는 서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윤리적인 오류 해결 원칙을 세우고 준수하는 것은 발생한 의료 오류 문제 처리뿐 아니라 동물의료의 긍정적인 발전방향을 위해 중요하다.

“실수를 저지른 의사는 그 결과 더 나은 의사가 될 수 있다. 그로 인해 더욱 성공적이고 생산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다. 핵심은 실수를 반성하고 그로부터 배운 교훈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d)

 

각주

a) Mullan, S., & Fawcett, A. (2017). Chapter 8. Errors and complications, Siobhan Mullan and Anne Fawcett, Veterinary Ethics: Navigating Tough Cases. (pp275-295). Sheffield, UK : 5M Publishing 에서 제시된 사례와 임상의의 의견을 토대로 재구성하였다.

b) 학자에 따라 의료 오류(medical error)를 단순착오, 의도치 않은 실수뿐 아니라 의료분쟁을 야기하는 의료 과실(medical negligence)을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으로 포함시키는 이들도 있지만, 본 글에서는 반복되는 부주의나 직무태만, 무모함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도적인 의료 과실과는 구분한다. 의료 오류 정의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An action or omission with potentially negative consequences for the patient that would have been judged wrong by peers at the time it occurred, independent of whether there were negative consequences” (Wu et al. 1991)

c) 2004년 WHO의 환자안전세계동맹(world alliance for patient safety) 출범식에서 영국 최고 의료 책임자인 Liam Donaldson의 연설 중 일부로 Mullan & Fawcett (2017)에서 재인용하였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To err is human; to cover up is unforgivable.

d) 원문은 다음과 같다. “Doctors who make mistakes may become better at their jobs as a result. They can, and do, go on to have successful and productive careers. The key is to reflect on errors and pay heed to any lessons that can be learnt” (Reckless, et al. 2013, p164).

 

참고문헌

1) Institute of Medicine (US) Committee on Quality of Health Care in America, Kohn, L. T., Corrigan, J. M., & Donaldson, M. S. (Eds.). (2000).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 National Academies Press (US).

2) Wallis J, Fletcher D, Bentley A, et al. Medical errors cause harm in veterinary hospitals. Front Vet Sci. 2019;6:12.

3) Kogan LR, Rishniw M, Hellyer PW, et al. Veterinarians’ experiences with near misses and adverse events. J Am Vet Med Assoc. 2018;252(5):586-595.

4) Wu, A. (2000). Medical Error: The Second Victim: The Doctor Who Makes the Mistake Needs Help Too. BMJ (Online), 320(7237), 726-727.

5) Reason, J. (2000). Human error: Models and management. BMJ,320(7237), 768-770.

6) Hofmeister, E., & Love, L. (2023). Patient safety culture is needed in veterinary medicine. Journal of the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1-5.

7) Daly, M. (2023). The case for quality improvement in veterinary medicine. Journal of Veterinary Emergency and Critical Care, 33(1), 11-15.

8) Straumanis, J. (2007). Disclosure of medical error: Is it worth the risk? Pediatric Critical Care Medicine, 8(2), S38-S43.

9) Rocke, D., & Lee, W. (2013). Medical errors: Teachable moments in doing the right thing. Journal of Graduate Medical Education, 5(4), 550-552.

10) Kedrowicz, A.A. and Royal, K.D. (2020). A comparison of public perceptions of physicians and veterinarians in the United States. Veterinary Sciences 7 (2): 50.

11) Petronio, S., Torke, A., Bosslet, G. et al. (2013). Disclosing medical mistakes: A communication management plan for physicians. The Permanente Journal 17: 7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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