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강압적 반려견 교육 위해 동행하는 수의사·훈련사·미용사

비강압 전문가 네트워크 ‘동행’ 만든 이우장 수의사·구준회 훈련사·이태경 미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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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보호자의 행복한 삶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행동학적 문제입니다. 다른 개나 사람에게 공격성을 보이거나, 보호자와 잠시만 떨어져도 과도한 불안을 보이면 반려생활의 질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려견을 잘 교육하고 문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긍정적 강화’를 활용하는 것은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이미 친숙한데요, 비(非)강압적으로 교육하고 생활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강압성을 포함한 전통적 방식으로 개를 다루는 경우가 아직 많은데다, 비강압적으로 교육하는데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됩니다. 한 쪽에서는 비강압적으로 교육하는데 다른 한 편에서 강압적으로 다뤄지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동행을 선언하고 동료를 모으는 네트워크가 생겼습니다. 비강압 전문가 네트워크 ‘동행’을 만든 3인, 수의사 이우장 원장(하이반려동물행동클리닉)과 훈련사 구준회 원장(바른샘반려견유치원), 미용사 이태경 대표(어글리독)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왼쪽부터) 훈련사 구준회 원장, 미용사 이태경 대표, 수의사 이우장 원장

Q. 비강압적 전문가 네트워크 동행,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우장 제가 배운 것도, 실제로 하는 행동진료에도 협업할 트레이너가 필수적입니다. 강압적인 트레이닝은 제 치료방향과 맞지 않다 보니 비강압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분을 찾아야 했는데, 정작 찾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개원 전에도 행동진료를 하면서 비강압적인 트레이너를 찾아다녔는데, 그중 한 분이 구준회 원장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둘 다 고용된 신분이라 본격적인 협업이 어려웠지만, 각자 독립하게 되면서 구체화됐어요.

구준회 원장과 이태경 대표는 먼저 아는 사이였고 협업의 취지에 공감해서 함께하게 됐죠.

이태경 미용은 행동교육과 정말 밀접해요. 훈련사는 교육프로그램을 마치면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지만, 미용사는 계속 그 반려견을 만나야 해요. 개가 스스로 얼굴과 손을 내어줄 정도로 잘 교육되면 반려견도 스트레스를 덜 받고 미용사도 더 안전하거든요.

제가 미용과 관련된 행동교육(미용교육)을 하긴 하지만 아이에 따라서는 행동진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미용을 왔는데 뭘 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짖고 공격성까지 보일 정도라면 치료적 접근이 필요한 거죠. 하이동물행동클리닉 진료를 병행하면서 교육하면 결과물이 정말 달라요.

훈련사와의 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용실에서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미용만 문제인 경우는 많지 않고, 집에서도 문제를 보이거나 다른 상황에서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강압적 방법으로 교육을 받으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때가 많아요. 미용실에서 비강압적인 방법으로 교육해도 다른 곳에서 강압적인 교육을 받으면 소용이 없죠.

그래서 저도 비강압적으로 교육하는 훈련사가 필요했는데..도대체 어디에들 계신건지 찾기가 어려웠어요.

구준회 개를 교육하는 전통적인 가치관과 방법은 제가 하는 방식(비강압적 교육)과는 방향성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피해를 줍니다.

같은 이유로 교육하던 개를 미용실에 보낼 때 불안하죠. 미용실에서 강압적 방법을 써버리면 비강압적으로 교육하던 것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태경 대표를 알게 됐을 때 반가웠어요.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제안도 좋았죠.

 

Q. 서로가 서로를 찾고 있었던 셈이네요

구준회 그렇죠. 협업할 수의사를 찾는 것도 정말 어려워요.

이태경 비강압적인 방법이 바로 효과를 내기 어려울 때 수의사와 협업하지도 못하면 강압적인 혐오자극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아집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화룡점정인 것 같아요.

이우장 미국 학회에서 만났던 수의행동의학전문의 레지던트로부터 트레이너 네트워크를 직접 만들어 보니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행’의 아이디어를 얻었죠.

최근에 긍정강화 트레이너를 추천해주실 수 있느냐는 질문을 다른 수의사 분께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동행 네트워크를 소개해드렸죠.

 

Q. 비강압적으로 훈련하거나 미용하는 분들을 따로 찾아야할만큼 강압적 방법론이 여전히 많은가 봅니다

이우장 보호자는 사실 증상이 심해진 후에야 방법을 찾기 마련인데, 그 상황에서 비강압적인 방법으로 효과를 보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방송에서 접하는 것 같은 원포인트 레슨으로는 사실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시간을 더 들이거나 동물복지를 고려하기 보다는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원하는 니즈가 커요.

구준회 예전부터 강압적 방식이 주를 이뤘습니다. 원치 않는 행동을 하면 강압적 방법으로 소거해나가는 식이죠. 이런 환경에서 경험과 이론의 밸런스를 맞춘 비강압적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요.

사실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미국도 여전히 강압적 방법론에 의존하는 시장이 무척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비강압적’ 수의사-미용사-훈련사의 협업사례를 소개해주신다면

이태경 미용실뿐만 아니라 동물병원 진료시에도 소리를 지르고, 오줌을 지리고, 발버둥을 심하게 치면서 거부하는 바람에 미용, 진료 보는 것 모두 힘들게 된 반려견이 있었어요.

털이 매우 많이 엉켜있는 상태였고, 교육을 진행하기 전 수의사와 미용사의 협업을 통해 화학적 보정(수면)하여 미용을 진행하고 이후에도 항불안제를 처방 받으면서 미용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소리 지르거나 발버둥치지 않고 스스로 미용실에 들어오고, 지정된 장소에서 발톱을 깎거나, 털을 깎는 동안 앞발을 내밀거나 앉아서 기다릴 수 있게 되었어요.

 

Q. 그런 협업 사례를 늘리기 위해 동행을 만든 건가요

이우장 2022년말에 만나 협업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합심하고 1년 정도 준비했어요. 올해 1월에 어글리독에서 창단식을 열었죠.

이태경 제가 다른 분들과 협업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사실 보호자분들께 ‘이런저런 교육이 필요하니 받으시라’고 알려드려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억이 왜곡돼 엉뚱한 교육을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전문가들끼리 정확히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동행의 정회원들끼리 그렇게 협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동행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회원 목록을 보면 서울부터 부산까지 전국에 퍼져 있더라고요. 트레이너와 그루머는 많은데 수의사가 아직 없는 점도 눈에 띕니다.

구준회 비강압적인 교육을 원하는 보호자도 정작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찾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김포에 있는 제게 부산에서 문의가 올 정도죠. 그 근처에 제가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있는지가 중요해요.

이우장 아직은 저 한 명이지만..가입을 신청해주신 수의사분도 있습니다. 신청한다고 바로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긴 해요. 정해진 서식에 따라 관련 내용을 받고 전화 인터뷰도 합니다.

구준회 원장과 이우장 원장이 행동수정과 약물치료를 병행한 사례

Q. 한 쪽에서 비강압적인 교육에 공을 들이더라도 다른 쪽에서 강압적 경험에 노출되면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데요, 이런 문제는 비단 훈련소나 미용실뿐만 아니라 동물병원도 포함되겠네요. 행동치료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 동물병원이라도 생각해볼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이태경 가장 좋은 것은 그 개를 다루는 방식 전반에서 강압적 방법을 피하는 건데요, 물론 꼭 필요한 치료는 꽉 잡아서라도 해야겠지만 행동학적인 이슈가 있는 환자라면 그 부분을 판단기준에 꼭 넣어주셨으면 해요.

답답한 마음에 실례를 무릅쓰고 교육받는 개들이 다니는 동물병원에 직접 연락을 드린 적도 있어요.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원장님들도 이해는 하지만, 아이가 협조적이 되도록 만들어가야 진료보기도 훨씬 편하고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루머가 되기 전에 동물병원 테크니션으로 일했어요. 근무했던 병원 중 한 곳에서 퍼피클래스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너무 좋았어요. 첫 백신 받는 주간동안 간식 먹고 뛰어놀면서 병원오는 걸 좋아하게 되니 진료에도 매우 협조적이 됐죠. 그런 아이들은 다른 병원에 갈 수가 없게 됩니다.

구준회 수의사분들이 아무래도 반려견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아실테니, 꼭 전문적으로 행동진료를 하거나 퍼피클래스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행동적인 문제가 보이면 관련해서 전문가들을 찾아가 보시라 권유만 해주셔도 보호자와 반려견이 더 잘 사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비강압 전문가 네트워크 ‘동행’의 당면 목표가 있다면

이우장 수의사, 훈련사, 미용사의 협업을 시스템화하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비강압적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 역량을 계발하고, 케이스 스터디도 하고요. 이미 1월에 정회원 대상 정기 세미나를 시작했습니다.

보호자분들이 알 수 있게 홍보가 되어야 한다는 과제도 있습니다. 동행 네이버 카페에는 보호자와 비가입자분들도 방문해서 정보를 볼 수 있게 만들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비강압적 반려견 교육 위해 동행하는 수의사·훈련사·미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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