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생산·판매 규제하는 루시법, 연관 산업 축소로 이어질 것”
반려동물 생산·중개·판매업 모인 반려동물산업연합회, 루시법 부작용 우려
한국반려동물산업연합회가 12일 마포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첫 포럼을 열었다.
‘루시와 함께하는 산업포럼’으로 명명된 이날 포럼에는 동물생산업·판매업과 중개업(경매장), 훈련사 등 업계 측이 모여 최근 논란이 된 루시법의 문제점을 지목하는데 집중했다.
경매 금지나 6개월령 이상 판매 등의 규제가 반려동물 양육두수의 감소와 관련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매 금지·6개월령 미만 판매 금지 등 루시법 규제에 문제 제기
이날 발제에 나선 김광석 한국반려동물생산자협회 김광석 사무국장은 “반려동물의 양육두수가 얼마나 되는지가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세를 가늠할 첫 번째 조건”이라며 루시법이 반려동물 생산·판매 규모를 줄이면 관련 산업 축소와 종사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에 운영 중인 경매장은 전국적으로 16곳이다. 동물생산업자 대부분이 경매장을 통해 개·고양이를 공급한다. 경매물량을 기반으로 연간 생산량은 15만두로 추산했다.
김광석 국장은 루시법으로 반려동물 경매가 금지되면 이들 생산자 대부분이 판로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물생산업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일 정도로 고령인데다 생산업장이 주로 접근성이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중개업자 없이 자체적으로 판로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반려동물 분양을 원하는) 소비자로의 접근성이 낮아지면 음성적인 거래만 활성화될 것”이라며 “생산자는 중개업이 사라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시법에 담긴 6개월령 미만의 판매금지 조항도 문제로 지목됐다. 사회화시기를 놓치면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최승열 코리아경찰견학교 대표는 “사회화시기를 놓치면 폭력적이 되거나 분리불안도 심해질 수 있다. 생산업자가 한 마리 한 마리를 다 훈련시킬 수도 없다”면서 “적절한 교육시기를 놓치면 전문가도 가르치기 어렵다. 일반 가정에서는 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대표는 “(6개월령 미만 판매금지 조항은) 훈련 측면에서도 역행하는 법이다.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큰 강아지를 생산·판매업장에서 보유하려면 시설 개편이 불가피한데, 전국적으로 수십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도 지목됐다.
루시법은 동물생산업에 대한 규제도 대폭 강화한다. 종사자 1인당 사육두수를 30마리로 낮추고, 12개월령 이상의 동물도 70마리까지만 보유하도록 했다. 60개월령 이상에서는 아예 출산을 금지한다.
이에 대해 생산자 측은 산업 규모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연령 상한을 두고서도 ‘차라리 제한을 두려면 나이가 아닌 총 출산횟수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선환 한국반려동물브리더산업협회장은 “동물생산업계도 자정해야 하며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나가야 한다”면서도 “생산업·중개업·판매업이 함께 가야 반려동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국장은 “일본에서 반려견 사육두수가 오히려 감소하기 시작한데는 너무 강력해진 생산규제 때문인 측면도 있다”며 급진적인 규제 강화를 우려했다.
반려동물 경매장 역할·유지 두고 시각차
이날 포럼에서 확인된 주된 시각차 중 하나는 경매장에 있다.
포럼 측은 경매장을 중심으로 전·후방에 위치한 생산·판매업자의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루시법을 추진하는 동물보호단체 측은 경매장을 대량생산·판매의 핵심으로 지목하며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광석 국장은 “생산자와 판매자가 한 곳에 모이는 지점이 중개업”이라며 “중개목적 외에도 교육, 정보 전달, 통계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환경개선, 생산·판매업에 대한 자체검열도 연합회의 향후 계획으로 꼽았다.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은 “영국의 루시법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입히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반려동물 업계 종사자는 대부분 생계형이다. 그에 대한 규제에는 많은 논의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합회의 지적이 주장에 그치지 않고 관련 제도·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교한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