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수의사가 단톡방에 비글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 실험동물전임수의사 역할 및 PAM 사례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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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KCLAM, 회장 남기택)가 22일(금) 연세의료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제68차 연수교육을 개최했다.

이날 연수교육에서는 특별히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의무화된 실험동물전임수의사(AV, Attending Veterinarians)제도와 PAM(심의 후 감독) 제도의 기관별 적용 사례가 공유되어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시행된 전부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라 ‘연간 실험동물 1만 마리’ 등 일정 기준 이상의 실험동물을 보유한 동물실험시행기관은 실험동물의 건강 및 복지증진을 위해 실험동물을 전담하는 ‘전임수의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동물보호법 제48조(전임수의사)).

또한,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의 심의 이후 위원회가 승인한 동물실험계획서에 따라 동물실험이 진행되는지, 실험동물의 보호복지를 위한 관리가 적절히 수행되고 있는지 감독하는 ‘PAM(Post-Approval Monitoring)’도 연 1회 의상 의무화됐다(동물보호법 제55조(심의 후 감독)).

이날 발표를 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 삼성서울병원, 기초과학연구원(IBS) 3곳은 모두 전임수의사를 채용하고, 자체 기준을 정해 PAM을 수행하고 있었다.

케이메디허브의 경우, 1년에 2번 정기적인 PAM과 필요에 따라 비정기적인 PAM을 수행한다. 삼성서울병원은 동물보호법 제정 이전부터 연 2회 이상 PAM을 수행 중이다. 2018년 설립된 기초과학연구원 실험동물자원시설의 경우 동물실험계획서의 실험 기간이 50%가 지난 시점에서 연구책임자가 자체 점검을 하는 ‘중간 점검’을 포함해 반기 PAM, 일상 점검 등을 수행하고 있었다.

발표자들은 실제 진행한 PAM을 통해 수의학적 관리가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실험동물의 복지를 개선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했다. 전임수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으로, 항생제를 교체하거나 실험 부위를 재봉합한 사례 등이 공유됐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수의사가 최대한 빠른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구글폼을 통해 이상동물을 빠르게 보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

발표자들은 PAM에 대해 “연구수행자들의 잘못을 무조건 지적하고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고 서로 소통하면서 연구가 더 나은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돕는 과정이다. PAM은 긍정적인 연구 문화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전임수의사(AV)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임수의사는 직간접적으로 PAM에 참여하게 되는데, 단순히 감시·지적하는 ‘동물 경찰(Animal Police)’ 역할이 아니라, 성공적인 동물실험과 실험동물의 복지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공조자’ 역할을 해야 한다.

케이메디허브 이광훈 박사

케이메디허브의 이광훈 박사는 전임수의사로서 실험동물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를 2가지를 소개했다.

우선, 실험동물의 복지가 증진되어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연구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리학적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구의 정확성이 감소할 수 있다.

이광훈 박사는 “실험동물을 위한 인리치먼트(환경풍부화)를 찾고 복지증진을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그 중심에 수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메디허브는 실험동물 복지 개선을 통해 실험동물의 스트레스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 2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Assessment of Stress Caused by Environmental Changes for Improving the Welfare of Laboratory Beagle Dogs

*Stress Evaluation of Mouse Husbandry Environments for Improving Laboratory Animal Welfare

둘째, 실험동물의 복지증진은 연구자의 심리적 건강에도 기여한다.

실험동물기관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은 동물보호소 수의사처럼 자신이 돌보는 동물을 안락사해야 하는 caring-killing paradox(돌봄의 역설)에 빠지는데, 실험동물복지가 연구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실험동물을 위한 인리치먼트가 부족하면 연구자들이 더 많이 번아웃에 빠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여러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전임수의사는 연구자들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 PAM 수행, 환경풍부화 제공, 동물건강관리, 통증 경감 방법 제시, 인도적인 안락사 방법 제시, 실험동물 입양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대구첨복재단 실험동물 플레이그라운드
자료제공 : 케이메디허브

일례로, 케이메디허브 전임상센터 단톡방에는 비글견이 뛰어노는 사진이 정기적으로 올라온다.

케이메디허브는 지난 2021년, 547㎡ 규모의 실험동물 전용 플레이그라운드를 마련했는데, 이곳에서 비글견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이 연구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리적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실험동물 전임수의사가 실험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킴으로써 연구자의 연구역량과 심리적 건강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Attending veterinarians improve the research capability and psychological well-being of researchers in animal research institutes).

케이메디허브 이광훈 박사는 “실험동물전임수의사는 연구자들의 정신건강을 지켜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며 “향후 AV가 있는 기관의 연구자들과 없는 기관 연구자들의 심리적 건강상태를 비교하는 조사를 해보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실험동물수의사회는 6월 13일(목) 강릉 스카이베이 호텔에서 LOOK 2024①(실험동물수의사 직무교육)을 진행한다. 이번 교육에서는 실험동물수의사의 R&R, 실험동물시설의 운영관리, 설치류(마우스) 감염관리까지 총 3개 소규모 조별 교육이 이어질 예정이다.

실험동물수의사가 단톡방에 비글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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