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돌고래 쇼 이면엔..아파도 쉬지 못한 채 공연하다 죽음에 이르렀다

고래에서 드문 장염전으로 폐사..선행요인인 세균감염도 부검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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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회장 김규태)가 수족관 동물의 전시·공연 노출 빈도를 모니터링하고, 건강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전시를 제한하고 진료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건강 문제에도 불구하고 공연에 투입됐다 폐사로 이어진 돌고래 관련 의혹을 지목하면서다.

거제씨월드에서 공연노동에 투입되는 큰돌고래 (사진 : 핫핑크돌핀스)

장염전으로 폐사한 큰돌고래 ‘노바’

선행요인인 세균감염도 부검상 발견

앞서 윤미향 국회의원은 지난달 17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와 함께 ‘동물학대 거제씨월드 형사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2월말 돌고래 쇼에 동원됐던 큰돌고래 ‘줄라이’와 ‘노바’가 25일과 28일 잇따라 숨졌는데, 특히 ‘노바’는 건강문제에도 불구하고 폐사 직전까지 쇼에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윤미향 의원실이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와 경남도청을 통해 확보한 부검소견서와 의무기록지에 따르면 ‘노바’는 지난해 12월 설사 증세를 보였고, 2월에는 구토와 설사가 이어지며 2월에만 10차례 약물을 투여했다. 폐사 전에 수조 내부 시설을 들이 받아 생긴 것으로 보이는 부리 끝 열상도 확인됐다.

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노바는 2월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진행된 공연에서 다수 행동문제를 보이기도 했지만 폐사 나흘 전인 2월 24일까지 쇼에 동원됐다.

부검 결과 ‘노바’는 장염전에 의한 쇼크가 직접적인 사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대해 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는 “장염전이 발생하면 소화기관이 물리적으로 막혀 정상적인 소화가 불가능해지며, 점차적으로 기체가 저류한 장이 부풀어 고통스럽게 폐사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동물에서 응급수술이 요구되는 질병이지만, 고래목에서 장염전이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도 함께 지목했다.

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는 고래목에서 장염전이 발생하는 경우 대개 선천적 문제나 세균감염 등 선행요인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건강검진을 통해 장염전 위험성을 일정부분 사전에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바’의 부검소견에도 세균감염으로 인한 대장균성 패혈증이 기저 질환으로 적시됐다.

노바의 부검소견서 (자료 : 윤미향 의원실)

동물원·수족관 동물, 아프면 노출 줄이고 진료·모니터링해야

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는 큰돌고래가 자연 서식하는 바다와 수족관의 환경이 매우 다른만큼 감염병, 부상, 행동학적 문제에 대비한 전문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수족관에서 일하는 한 수의사는 “고래류를 비롯해 트레이닝을 하는 해양동물의 사육 매뉴얼은 아프거나 치료를 받고 있는 개체의 과한 운동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는 해양동물뿐만 아니라 모든 사육 동물에서는 기본적인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현대 동물원·수족관 기능은 전통적인 볼거리 제공에 머물러 있지 않다. 자연보호 교육과 멸종위기동물 보전으로 옮겨지고 있다.

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는 “동물전시기관에서는 동물 전시와 공연과 같은 사람들의 볼거리 활용에 노출되는 적정 빈도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면서 “야생동물 특성상 볼거리를 위해 외부에 노출되는 만큼 진료와 모니터링 기회는 감소된다”고 밝혔다.

“수의사 소견으로 건강 문제가 있는 개체는 전시를 제한하고 진료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행동풍부화(Behavior enrichment) 프로그램, 메디컬트레이닝 등 동물원·수족관의 환경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전부개정되면서 동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과도한 상업적 활용에 대한 안전장치들이 도입됐다.

개정법은 관람 목적 노출 시 스트레스 등으로 폐사 또는 질병 발생 위험이 있는 종을 보유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금지된 종은 고래목에 속하는 동물로 구체화됐다. 국내 수족관에 남아 있는 큰돌고래는 10마리 이상으로 알려졌다.

동물원·수족관의 운영조건도 기존의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했다. 기존에 등록된 동물원·수족관은 2028년까지 요건을 갖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는 “수족관은 동물에 비해서도 동물 건강관리 인력 조건이 허술해, 동물들에 대한 대우가 개선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물원수족관법이 현실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화려한 돌고래 쇼 이면엔..아파도 쉬지 못한 채 공연하다 죽음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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