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MA 인증, 교육과정 개편, 학생 상담 어떻게’ 학장단-본과생 만난 서울대 수의대
미국수의사 국가시험 대비 지원, 교육과정 개편 방향성 공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제40대 학생회 ‘소복소복’이 24일(금) 수의대 스코필드홀에서 ‘학장단-본과 학생 간담회’를 개최했다.
수의대 학장단과 학생들이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성제경 학장을 비롯해 김민수 교무부학장, 허은미 학생부학장, 최강석 기획연구실장, 조성범 연구지원실장, 서경원 동물병원장, 윤준원 수의학교육실장, 백승준 수의예과장 등 집행부 교수진이 참석했다. 학생 측에서는 본과 1~3학년 재학생 전원이 자리했다.
성제경 학장의 학교 현황 소개를 시작으로 사전에 취합한 학생들의 질문과 현장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AVMA 수습인증 하향 조정 대응..NAVLE 합격률 개선 추진
이날 학생들의 가장 큰 궁금증은 미국수의사회(AVMA) 인증 상황이었다. 앞서 AVMA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3월 서울대 수의대의 인증상태를 기존 인증(Accredited)에서 수습인증(Probationary Accreditation)으로 하향 조정했다.
AVMA 교육위원회는 학생의 학습이나 안전과 관련된 1개 이상의 중대한 결함이 있는 대학을 수습인증 상태로 지정한다.
수습인증 지정을 받은 대학은 6개월마다 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년 뒤에 재평가를 받아 결함이 시정되지 않으면 1년간 추가로 수습인증 상태로 지정되며, 해당 결함은 반드시 2년 이내에 수정되어야 한다.
서울대 수의대에서 지적된 중대 결함은 졸업생의 낮은 미국수의사 국가시험(NAVLE) 합격률이었다. AVMA 교육위원회 가이드라인은 졸업생의 NAVLE 합격률 80% 이상을 요구하는데 반해, 서울대 수의대의 3년간 평균 합격률이 51%에 그쳤기 때문이다.
성제경 학장은 “NAVLE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자체적인 모의고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모의고사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NAVLE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이 NAVLE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통합교과, 통합 6년제..교육과정 개편 방향성 공유
학생들의 궁금증은 교육과정 개편으로 이어졌다.
앞서 서울대 수의대는 2022년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했다. 강의 중심에서 학생 자율학습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한편 통합실습을 도입해 실습교육을 효율화하고, 선택과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2년이 지난 올해 학생들은 개편된 교육과정에 만족감과 불만을 함께 드러냈다.
통합교과실습 도입으로 실습 시간이 줄어들면서 특정 실습이 부족해지는 문제점을 지적한 학생들의 질문에 윤준원 수의학교육실장은 “학생 자율학습과 흥미에 따른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통합교과실습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윤 실장은 “학장단 역시 통합교과실습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물리적인 교과통합을 넘어 화학적 교과통합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향후 교육과정 개편 논의 진행을 약속했다.
1+5나 통합 6년제로의 커리큘럼 변화 방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지난 2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기존에 예2+본4로 못박았던 의대·수의대 등의 수업연한 규정을 삭제하고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1월에 열린 한국수의과대학협회 심포지엄에서 통합6년제 전환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민수 교무부학장은 “서울대뿐만 아니라 전국 수의대에서 통합 6년제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면서 “1+5년제를 통해 학생들이 전공 과목에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하자는 대체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 수의대의 커리큘럼이 서로 상당히 다른 편인만큼 이번 논의를 통해 수의대 간 교육 연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부학장은 “말이나 대동물 실습 등 공통으로 교육할 수 있는 과목은 가까운 수의대 간의 연계를 통해 책임감 있는 공공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며 현재 수의대에서 논의되고 있는 교육과정 개편 방향성을 전했다.
학생 심리상담 확대, 학교 시설 개선 추진
서울대 수의대가 운영하고 있는 ‘힐링벳 상담소’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직원 등 심리적 어려움을 느끼는 수의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주1회 50분 전문상담사와 일대일 대면상담으로 진행하며, 성격검사와 진로적성검사 등 심리검사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힐링벳 상담소를 찾는 구성원이 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데 대해 성 학장은 “긴 대기시간 없이 빠르게 상담할 수 있도록 상담사 증원을 확정했다. 학생들의 바쁜 일정을 고려해 대면·비대면 두 루트로 운영하겠다”면서 학생들이 원활하게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학교시설 개선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긴 만큼 강의실 의자 교체나 샤워실 공사, 식당 공간 개선 등 학교생활에서 불편한 점들을 내비쳤다.
성제경 학장은 “학장단 역시 학교시설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공간적·경제적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학교시설 개선에 힘쓰겠다면서 후배들을 위한 동문들의 많은 지원과 관심을 당부했다.
성 학장은 “이번 간담회가 학장단과 학생들이 대화하기 위한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원할한 소통을 위해 학장단과 학생들이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한 학생은 “학교 생활을 하며 불편했던 부분들을 교수님께 직접 건의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면서 “학생들의 복지를 위해 시설, 교육, 학교 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 학생들을 배려해주시는 교수님들께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가은 기자 vet_g_8113@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