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성화 패러다임 바꿔야’ WSAVA 번식관리 가이드라인 발표

수술·비수술적 옵션과 건강 상의 장단점, 윤리·정책까지 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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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가 개·고양이의 번식 관리에 대한 새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WSAVA 번식관리위원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WSAVA가 발간하는 Journal of Small Animal Practice에 게재됐다.

WSAVA는 “세계 최초의 번식 관리 글로벌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일상적인(routine) 중성화 수술이라는 전통적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라며 “수의사가 중성화 수술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이드라인은 수의사들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개·고양이의 번식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고양이에서의 다양한 중성화 수술 방법과 비수술적 중성화 옵션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중성화 방법에 따른 건강상의 장·단점을 폭넓게 조명한다.

번식 관리에서 수의사가 고려해야 할 윤리적 측면과 길고양이 TNR, 중성화 의무화 법률 등 정책 문제도 함께 다룬다.

 

개체별로 중성화 이점·위험 판단 내려야

WSAVA 번식관리위원장인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스테파노 로마뇰리 교수는 “번식 관리는 반려동물 진료에서 매우 중요하며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라며 “수 년간 우리의 기본적인 조언은 ‘중성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사고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환자별로 중성화의 이점과 위험을 구체적으로 가늠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뇰리 교수는 “특정한 동물 환자에서는 생식샘절제술(gonadectomy)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과학적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늦은 중성화가 실제로는 전립샘암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노령견에서 양성전립샘비대증(BPH, Benign Prostatic Hyperplasia) 발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성화를 권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동조절 방법으로 중성화를 하거나, (16주령 이전의) 조기에 중성화 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WSAVA 번식관리위원회 스테파노 로마뇰리 위원장

가이드라인은 중성화가 행동문제 개선에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한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 연구 상당수에서 행동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병력이나 사육환경을 고려하지 않거나, 불안·공격성과 같은 ‘실제 행동문제’와 마킹 등 ‘정상행동이지만 보호자가 원치 않는 행동’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목하면서다.

암컷 개에서 거짓임신으로 인한 행동문제 등 일부 특정한 상황에서는 중성화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행동문제에서는 중성화에 앞서 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조기 중성화(Early Age Desexing)에 대해서는 위험과 이점을 비교하여 결정해야 하지만 ‘고객 소유의 반려견·반려묘에서는 가능한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보호소 환경에서는 유럽, 영미권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함께 담았다.

WSAVA는 “수의사들은 최신 지식에 기반해 수술 및 비수술 중성화의 장점과 위험성, 특정 동물에 적용할 수 있는 옵션을 조언해야 한다. 여기에는 동물의 품종, 나이, 행동 문제 등의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중성화 상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수도 있지만 동물과 보호자에게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는데 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소유’ 강조

중성화 의무화 법률에는 비판적 시각

가이드라인은 반려동물 인구의 과잉이 유기동물보호소의 과밀과 건강한 동물의 안락사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복지를 보장하는 번식 관리를 위해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소유(Responsible Pet Ownership)’를 강조했다.

반려동물 양육을 원하는 예비 보호자에게 훈련, 사회화, 평생돌봄 등을 교육해 충동적인 결정을 예방하는 한편 내장형 마이크로칩 이식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신원 확인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기적인 동물병원 내원은 예방접종, 중성화, 기생충 관리 등 예방적 건강관리를 보장하여 질병을 통제하고 보호소 입소 동물 수를 줄이는데 기여한다.

WSAVA는 “동물복지를 개선하고 반려동물 인구 과잉과 유기 문제를 줄이는데 있어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소유’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전세계의 수의사들과 수의사협회가 이를 장려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럽, 미국, 호주의 일부 지역에서 시행된 중성화 의무화 법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엿보였다.

중성화 의무화 법률이 개체수 조절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고, 중성화 의무화 법률은 이미 반려동물 인구 과잉이 덜한 지역에서 시행된 경우가 많아 인구 과잉이 심한 지역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법률로 의무화되면 개별 동물이나 보호자 상황에 맞춰 중성화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게 되고, 유기행위나 미등록 반려동물의 증가 등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성화 패러다임 바꿔야’ WSAVA 번식관리 가이드라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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