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도시생물다양성 증진의 기회, 도시공원 –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박현지·기민지·박이현
국제사회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등을 통해 협력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기후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UN, 세계기상기구(WMO),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2023년) 평균 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올해 2월, 호주의 한 연구팀은 세계 기온이 이미 10여 년 전에 1.5℃ 제한을 넘어섰으며 수년 내 2℃마저 깨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1)에 게재했다.
생태계 다양성, 종 다양성, 종의 유전적 다양성 등을 포괄하여 지칭하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은 기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후가 변화하면 생물들은 그로 인해 나타나는 극한 기후, 먹이사슬 붕괴, 감염병 증가 등의 부정적 영향을 그대로 받기 때문이다.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PCC) 보고서는 기온이 2~3℃ 상승할 경우 최대 54%의 생물이 멸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2) 이는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RCP 8.5에서 국내 산림 생태계의 53%, 습지 생태계의 26%, 갯벌 생태계의 58%가 위험에 처할 것3)으로 분석했다.
생물다양성 손실(Biodiversity Loss)을 막고 생물종을 보전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인간과 야생생물의 공존을 위한 윤리 차원의 문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일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사회생물학 교수였던 고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의 말처럼 지구의 생명 역사를 지키는 숭고한 일이기도 하면서 우리 생활과 직결되는 생태계 서비스의 문제, 그리고 경제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자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으며, 『BiodoverCities by 2030』 이니셔티브를 통해 도시와 자연 관계의 재조정을 통한 도시의 회복력 및 거주환경 개선과 지속 가능한 미래의 보장을 내세웠다. 이어 『2024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Global Risks Report 2024)』를 통해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향후 10년 전 세계를 위협할 가장 큰 요인 중 3위4)로 꼽았다.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따라 국내외 재계는 ESG 차원에서 생물다양성 공시체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5)
이렇듯 생물다양성의 보전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생물다양성의 손실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현장으로는 도시가 꼽힌다. 도시는 인간의 활동이 최우선으로 고려된 공간으로 도로 포장, 고밀도의 토지 이용, 오염 등으로 인해 자연요소가 변형되어 인간 이외의 생물종이 서식하기 힘든 환경으로 생태계 본연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매우 저하된 공간이다. 이렇듯 생물다양성이 극한으로 훼손되는 도시공간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UN은 세계 전체 인구 중 도시 거주 비율이 현재(2018년) 55%에서 2050년 68%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시공간의 확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확률과 그 피해의 증가로 이어진다. 도시화로 인한 지표면의 불투수층의 확장은 빗물이 지표면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흐르게 해 하천의 범람 등으로 이어지고 홍수 발생 후 회복력에도 영향을 끼치며, 어두운 색상의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뒤덮인 지표면은 도시의 열섬현상을 유지해 폭염피해를 더 높인다. 도시 내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자연공간, 녹지확충은 다양한 편익을 지속 가능하게 제공하며 이러한 기후재난의 시대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국제사회는 기존의 척박한 도시를 생태계 서비스가 풍부하게 제공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CDB)은 2022년 제15차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의 ‘2030 실천목표’ 12번에서 ‘도시 및 인구 밀집 지역의 그린 및 블루 인프라의 면적과 품질 접근성 및 이익의 증가, 생물다양성이 통합된 도시계획의 보장, 토착 생물다양성의 생태적 연결성과 온전성 증진, 인간의 건강과 웰빙, 자연과의 연결을 개선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도시개발과 생태계 기능, 생태계 서비스 제공’을 명시했다.6)
도시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도시생물다양성을 보전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도시공원이 제시되고 있다. 런던동물학회(ZSL)는 『Rewilding Our Cities(2022)』 보고서에서 도시의 재야생화(rewilding cities)를 통해 멸종위기동물 등 야생동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야생화 공간으로 공원(park)과 공공정원(public garden)을 제시했다. 또한 동물과 관련한 단체뿐 아니라 공원 관련 단체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세계조경가협회(IFLA)는 조경이 지속가능발전목표 11번 지속 가능한 도시, 15번 육상생태계 보호 달성을 위해 공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생물다양성협약 제15차 총회에서 채택된 GBF 수립 당시 공공정원과 공원을 활용한 도시생물다양성 증진에 대한 요구가 상당했고 때문에 이견 없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주요 선진국 도시의 『지방생물다양성전략계획(LBSAP)』7)을 살펴보면 도시생물다양성 증진과 인식 증진 등을 위해 도시공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의 생물다양성전략계획(2018~2024)은 공원과 정원을 통한 도시생물 서식처 제공, 생물다양성 및 환경 관련 기념일 전시회 개최, 도시 동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학교와 연계한 인식 증진 교육, 자연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공원-정원-건물의 연결 가능성 연구, 새로운 녹지 개방을 통한 새로운 생물다양성 공간 개발, 공원 식물을 이용한 빗물 회수 개발 등 도시복원력 회복, 도시 식물원을 통한 고유종 육성 및 씨앗 수확, 공원과 정원을 통한 무농약 접근방식의 일반화, 공원, 정원, 숲 등에서 나무의 생물다양성 보전 역할 강화 등 도시생물다양성을 위한 공원의 구체적 활용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우리 수도 서울의 지방생물다양성전략계획에서는 아직 공원의 활용이 소극적이다. 1차 전략이 공원을 주로 생물종 데이터 수집 및 평가의 거점으로 활용했던 것에 비해, 2차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2022-2030)에서는 공원에서의 시민 생태교육 확대, 생물다양성 축제 활성화 등의 내용이 추가되었으나, 파리의 전략과 비교하면 도시공원 활용의 접근 각도와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공원의 생물다양성 촉진을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 이행 방법이 필요해 보이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개발과 수립에 있어 전문성 있는 연구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요구된다.
회색의 도시 안에 자리 잡은 녹색의 땅, 도시공원은 도시생물다양성의 보전뿐 아니라 이를 위한 인식 증진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다. 도시생물다양성에 대한 조금 더 섬세한 연구와 적극적인 전략을 통해 우리 수도 서울을 비롯한 많은 지자체가 소중한 기회의 땅인 도시공원을 적극적으로, 제대로 활용하여 도시생물의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현지
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환경관리 전공 박사과정
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도시계획학 석사 졸업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근무(6급 상당)
전) 19,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야생생물정책비서
기민지
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도시사회혁신 전공 석사과정
전) 리츠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학 국제경영학부 졸업
박이현
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도시및지역계획학 전공 석사과정
현) (주)유토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건축사)
1) McCulloch, M.T., Winter, A., Sherman, C.E. et al. (2024). 300 years of sclerosponge thermometry shows global warming has exceeded 1.5 °C. Nature Climate Change. 14, 171–177. https://doi.org/10.1038/s41558-023-01919-7
2) IPCC. (2022). AR2.
3) 국립생태원. (2021). 기후변화 우리생태계에 얼마나 위험할까?
4) Global Risks Report 2024 | World Economic Forum | World Economic Forum (weforum.org)
1위: 기상이변, 2위: 지구시스템의 심각한 변화
5) 한국경제. (2024.01.21.). 삼성·셀트리온, 생물다양성 공시체계 속도 | 한국경제 (hankyung.com)
6) 15/4. 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cbd.int)
7) 생물다양성협약(CBD)은 협약국이 국가생물다양성전략계획(National Biodiversity Strategy and Action Plans)과 지자체생물다양성전략계획(Local Biodiversity Strategy and Action Plans)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