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연관산업 지속 발전하려면 문화·정책 토대부터 다시 다져야

제도·문화 정비가 산업 규모 확장 못 따라가..’백화점식 정책나열보다 동물등록 내장형 일원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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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12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2024 월드펫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반려동물 연관산업(펫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관련 전문가 양성, 통계 내실화와 반려동물산업육성법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목했다.

펫산업 지속 발전 위해선 문화·규제·통계 다듬어야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산한 국내 펫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8조원이다. 동물의료를 포함한 펫헬스케어가 2.6조원, 펫푸드가 1.8조원, 운송·여행 등 펫 관련 서비스가 3.5조원 규모로 추산됐다.

지난해 8월 반려동물 연관산업 육성대책을 발표하면서 펫푸드, 펫헬스케어, 펫서비스, 펫테크를 4대 주력산업으로 꼽았다. 2032년까지 20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허제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의 반려동물 연관산업 지원정책은 내수보다 수출에, 고용창출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내수시장을 대상으로 한 영세기업은 주된 지원대상이 아니다. 수출이 가능한 하이테크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펫산업이 고양이 양육인구 증가, 사람 대비 낮은 규제방벽을 활용한 신기술 도입 등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지목했다.

펫산업 육성 필요성에 대해 허 교수는 수입제품의 비중이 높은 펫푸드 시장을 예로 들며 “(반려동물 연관산업을) 우리가 육성하지 않으면 어차피 다른 나라가 발전시킨 제품·서비스가 국내를 장악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오원석 원장(왼쪽), 허제강 교수(오른쪽)

반려동물 양육 문화나 관련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날 기조 발표에 나선 오원석황금동물병원 오원석 원장은 펫산업이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한데 비해 이를 뒷받침할 체계와 문화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된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문제나, 강도높은 산책을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는 인식으로 인한 반려견 건강 문제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으면서다.

오 원장은 “해외는 페디그리 사건을 계기로 사료·환자 분석과 리콜이 가능한 컨트롤타워를 갖췄지만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수의영양학 교수조차 없다”면서 반려동물 양육 문화와 전문 인재 양성, 산업 발전 방향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 교수는 반려동물 양육두수에 대한 통계부터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사에 따라 300만~500만마리대까지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동물보호법과 별개로 반려동물 산업 육성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면서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두 법의 상호 조율이 이뤄져야, 반려동물 산업을 경쟁력 있게 육성할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심준원 대표, 이왕희 교수

펫보험 가입은 증가세

맥락 부족한 백화점 나열식 정책보다..동물등록 내장형 일원화부터 해결해야

펫산업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헬스케어와 관련해서는 반려동물 보험(펫보험)이 중심에 있다. 윤석열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을 정도다.

펫보험 전문가인 심준원 이디피랩 대표는 “현장에서 속도는 느리지만 개선되고 있다. (보호자들에게서) 더 좋은 보장을 원하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면서 가입기간이나 보상비율을 차별화한 펫보험 상품이 새롭게 출시되는 등 민간의 경쟁도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2023년말 기준 국내 펫보험 가입건수는 11만여건이다. 전체 두수 대비 가입률은 1.4%로 추정된다. 약 12%가 가입해 7천억원 규모로 성장한 일본의 펫보험 시장에 비해선 한참 뒤쳐진다.

심 대표는 “국내 가입률이 10%가 되면 4,400억원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도 “보호자들이 원하는 저렴한 보험료가 실현되려면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을) 안 가져가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자동차보험처럼 의무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개는 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연 1~2만원 정도로 저렴한 배상책임보험 가입부터 보편화된다면 펫보험 시장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15여년 동물병원 임상수의사로 일했던 이왕희 연성대 교수는 펫보험을 필요로 하는 시기와 가입하기 쉬운 시기 간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보험 가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8세 이하에서는 동물병원에 갈 일이 많지 않아 보험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반면 노령동물이 되어 질병문제가 늘어나면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현재 반려동물 관련 정책은 앞선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문제가 들어와, 백화점식 나열에 그치고 있다”면서 “맥락이 부족한 정책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정부는 동물등록 내장형 일원화 정도만 빨리 매듭짓고, 다른 부분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지속 발전하려면 문화·정책 토대부터 다시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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