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4 JSVRM 학회 발표 및 니혼대 수의대 동물병원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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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펫동물병원·벳스템솔루션㈜ 구민

저는 메디펫동물병원 원장이자 반려동물 세포치료 전문기업 벳스템솔루션㈜ 대표이기도 한 수의사 구민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시 한번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인데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환자들을 위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고 현장에서 임상 경험들이 많이 생긴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러한 기대와 경험을 토대로 반려동물 세포치료 관련 벳스템솔루션㈜이라는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다행히 많은 수의사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저희와 함께 하는 동물병원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와 파트너쉽을 맺은 동물병원들은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고 재생의료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첨단재생의료를 통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동물병원 발전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들도 다양하게 해 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내외 학회 발표 활동을 비롯해 국내 임상수의사들을 위한 배양 세미나 혹은 치료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재생의료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저는 2024년 6월 2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일본수의재생의료학회(JSVRM, Japan Society for Veterinary Regenerative Medicine)에 특별 연자로 초청됐는데요, 한국 수의재생의료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고 발전된 일본의 재생의료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발표도 하고 현지의 다양한 재생의료 현장을 견학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본수의재생학회와 재생의료 관련한 동물병원, 연구업체 등을 방문한 경험을 국내 수의사분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견학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주관적인 생각과 판단이 들어가 있음을 양지해 주시고 모쪼록 가벼운 마음으로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Innovation Park & Vetanic Ltc

학회 발표 하루 전 일본에 도착하여 일본의 재생의료 벤처 회사들이 연구단지를 이루고 있는 I Park(Innovation Park)를 방문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iPSc를 이용하여 반려동물 질환 치료를 연구하는 Vetanic이라는 회사를 방문했습니다. Vetanic의 CEO이신 Dr.Aki가 직접 회사를 소개했습니다. 니혼 수의대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분들이 저희를 도와주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줄기세포치료에 이용하는 성체 중배엽 줄기세포가 아닌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이용하여 직접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 치료는 사람에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반려동물 분야에도 회사가 존재하는 것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또한 iPSc를 이용한 반려동물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사람 질병 치료제 개발의 전임상연구를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경험과 정보를 많이 공유해 주셔서 매우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Vetanic을 비롯한 첨단 의료를 연구하는 다양한 업체들이 크고 현대적인 시설 내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상단 사진 왼쪽부터) 김의진 건국대 임상교수, Vetanic Aki 대표, 벳스템솔루션 구민 대표, 강명성 이사
(하단 왼쪽) I Park 정문에서
(하단 오른쪽) Vetanic 연구실 전경

니혼대학교 수의과대학 방문

I Park 견학을 마치고 에다무라 니혼대 수의대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니혼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니혼대학교 동물병원은 오래된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임상 및 실험 장비들은 최신식이었습니다. 특히, CT 장비는 4D 구현이 가능해서 관절의 움직임이나 호흡의 패턴을 환자 마취없이 촬영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모든 환자를 마취하지 않은 상태로 찍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우 놀라웠습니다.

견학간 날이 진료가 없는 토요일이어서 직접 시연이나 영상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았습니다.

(왼쪽) 에다무라 니혼대 수의대 교수와 함께 (오른쪽) 니혼대 동물병원 내 CT

JSVRM 학회 발표

학회의 발표 내용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일본의 수의재생의료학회는 대학, 산업, 임상가들이 모두 합쳐진 조직으로 기초부터 임상까지 모두 다루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았지만 일본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내용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저희와 일정을 함께해주신 김정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PPT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발표내용과는 별개로 학회에 임하는 일본 수의사분들은 발표자 혹은 참석자 모두가 매우 진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학회에 참석하는 분들은 성별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정장을 입고 격식을 갖추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발표자의 유명세나 내용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발표시간이 30분을 넘기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수의 사람이 강의하기 보다는 경험이나 직책이 다른 다양한 임상 수의사들의 정보를 교환하는 학회의 목적에 충실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도 훌륭한 교육 강의와 다양한 임상 발표를 나눠서 활성화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일본어로 발표할 수 없어서 건국대학교 산과 이정익 교수님이 통역을 맡아주셨습니다. 한국의 줄기세포 재생의료 상황과 한국만의 특징, 그리고 Multi-Target Add-on MSC Therapy에 관련한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여러 일본 수의사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수의재생학회 발표장내에는 후원업체들도 들어와서 발표를 같이 듣는 구조였습니다. 업체들 또한 한국 상황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그와 관련한 질문을 다양하게 듣고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수의재생학회 발표 현장
(왼쪽부터) 이정익 건국대 교수, 구민 대표

칸나이 동물병원 & 줄기세포 재생의료 조합

마지막 날에는 줄기세포 재생의료를 접목한 동물병원 2개소를 방문했습니다.

오전에 먼저 방문했던 칸나이 동물병원은 줄기세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은 아니었지만 오랜 기간동안 줄기세포 치료했던 병원으로, 이곳 원장님은 일본재생의료학회에서도 중요한 직책을 맡고 계셨습니다.

진료 공간을 벽이 아닌 유리로 나누어서 어느 곳에서나 진료나 업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효율적일 것 같으면서도 우리에게는 조금은 어색한 시스템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칸나이 병원 방문 직후에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줄기세포 재생의료 조합(PARM, Partnership for Animal Regenerative Medicine)을 방문해 지방유래줄기세포 임상연구에 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방법과 노하우에 대해 전해 들었고, 향후 기술협력과 함께 임상경험도 공유하면서 발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칸나이 동물병원 전경
PARM 연구원들과 함께

히라노 동물병원

히라노 동물병원은 1인 원장 동물병원으로 60대인 원장님이 혼자 근무하는 곳이었습니다. 1인 원장임에도 다양한 임상 경험과 줄기세포 배양치료 경험을 통해 일본 수의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존경받는 분이라고 합니다.

히라노 원장님으로부터는 일본 동물병원의 상황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에 관한 그간의 생각과 철학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하고 있는 일의 방향도 약간은 수정한 뜻깊은 순간이었습니다.

히라노 원장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며

일본의 임상수의사들은 난치성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기초적인 기전연구와 임상연구를 동시에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한 노력을 10년 이상 동일한 질환과 치료에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도 기초 임상연구와 임상수의사가 통합된 학회 등이 신설되어 활성화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20년 넘게 임상수의사로 일하며 국내 반려동물 임상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실감합니다. 그러한 성장은 또다른 시장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임상수의학에서 첨단재생의료의 도입은 필수불가결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형화와 특성화를 특징으로 발전하고 있는 국내 반려동물병원에서 지속 가능한 병원이 되기 위한 미래의 방향이기도 하고요.

아직 국내 사정상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수의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방법이 있다면 우리도 재생의료의 도입을 논의해야 하는 시기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발표와 견학을 위해 많은 도움 주신 건국대 이정익 교수님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기고] 2024 JSVRM 학회 발표 및 니혼대 수의대 동물병원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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