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에 붙은 진드기에서 SFTS 검출..바다 건너 전파되는 경로 확인
서울대 채준석 교수팀, 서해 대청도·흑산도서 포획한 철새에서 SFTS 양성 진드기 확인
국내를 통과하는 철새에 붙어 있던 진드기에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SFTS가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확산경로가 확인된 셈이다.
서울대 채준석 교수팀은 국내에서 포획한 철새로부터 수집한 진드기에서 SFTS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Acta Tropica에 발표했다.
봄에 북상하던 남부 월동 철새의 진드기에서 SFTS 양성 반응
한국, 중국, 일본에서 주로 발생하는 SFTS는 감염된 사람에서 5~27%의 치사율을 보이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주로 SFTS 바이러스를 보유한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지만, 감염된 환자의 체액을 통해 기계적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SFTS 바이러스가 장거리로 확산되는 경로 중 하나로 철새가 지목된다. 진드기가 철새에 붙어 먼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철새 포획과 진드기 채집, SFTS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봄·가을 철새 이동기에 맞춰 서해의 대청도·흑산도, 남해의 제주도에서 철새 4,497마리를 포획했다. 이중 진드기에 감염된 철새 138마리로부터 진드기 321마리를 채집했다. 이중 유충 단계를 제외한 69마리를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강원·울산의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된 철새로부터 진드기 27마리를 채집해 PCR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진드기 2마리(2.1%)에서 SFTS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 2022년 4월 대청도에서 포획된 섬촉새(Emberiza spodocephala), 2023년 3월 흑산도에서 포획된 힝둥새(Anthus hodgsoni)에서 각각 채집된 진드기다.
SFTS 양성 반응을 보인 진드기는 한국보다 낮은 위도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철새가 중국 남부에서 월동하는 종인데다, 진드기도 국내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반면 중국에서는 흔한 종류였기 때문이다.
대청도 섬촉새의 진드기에서 검출된 SFTS 바이러스 유전자의 S분절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한 결과 국내 닭에서 분리된 SFTS 바이러스와 100% 일치했다. 흑산도 힝둥새의 진드기에서 나온 S분절은 국내 사람과 개에서 분리된 SFTS 바이러스와 99.7% 유사했다.
연구진은 “철새에서 채집한 진드기의 SFTS 바이러스 감염을 직접 확인한 것은 동아시아에서 처음”이라면서 “봄철 도래시기에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가 포착된 것은 SFTS 매개 진드기가 바다를 건너 북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목했다.
연구진은 “철새가 SFTS 매개 진드기의 숙주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철새도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원헬스에 기반해 철새의 이동, 진드기의 감염률과 SFTS 확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국제적 협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