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방역관 이어 동물검역관까지 비수의사로? 정부 연구용역 나선다

업무 늘었지만 처우·승진 부족 ‘비전이 없다’ 수의직 결원에 검역관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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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에서 반드시 수의사가 하도록 법으로 정해진 보직에는 크게 가축방역관, 동물검역관, (축산물) 검사관이 있다.

지난해 정부가 가축방역관을 비(非)수의사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수의사들이 크게 반발한 바 있는데, 동물검역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달 ‘동물검역관 제도개선 및 검역인력 운용 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공고했다. 해당 용역을 통해 현행 동물검역관의 업무를 나누어 수의직 검역관과 비수의직 검역관을 운영하는 방안을 개발한다.

수의직 인력부족이 심각한데 신규 충원을 통한 결원해소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동물검역관은 가축전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살아 있는 동물과 축산물에 대한 수출입 검역을 담당한다.

살아있는 동물에 대한 육안검사나 정밀검사, 시료채취뿐만 아니라 수입금지 물품에 대한 단속과 반송·폐기명령, 검역증명서 발급, 축산물 작업장 위생감시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수의직 공무원 부족 현상이 지자체를 넘어 중앙정부까지 이어지면서 부족해진 것은 방역인력만이 아니다. 검역인력도 부족해졌다.

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검역본부의 수의직은 246.5명으로 정원(301) 대비 54.5명이 부족하다(시간선택제 공무원은 0.5명으로 반영). 이중 공항만 검역을 담당하는 지역본부에서만 44.5명이 결원이다.

검역본부는 연구용역을 공고하면서 “최근 5년간 수의직의 인력부족은 지속적으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신규 충원 등을 통한 결원해소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검역본부도 이미 2021년부터 모집인원보다 응시인원이 적은 역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022년에는 127명 모집을 공고했지만 응시인원은 29명, 실제 채용인원은 18명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93명을 공고했지만 채용인원은 12명에 불과했다.

검역관으로 일하다 퇴직해 지금은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수의사 A씨는 검역관의 업무여건은 더 힘들어졌는데 처우개선은 지지부진했다고 꼬집었다.

A씨는 “임상과의 급여 차이가 가장 큰 문제였다”면서 “공중방역수의사의 방역활동장려금(월 90만원)과 같은 수당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여가 적으면 일이라도 편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다발하면서 검역관까지 현장 파견에 차출되기 일쑤다.

“3교대로 24시간 업무를 마치고 나면 ‘너는 오늘 쉬는 날이니까 너가 (방역 출장을) 가라’는 식”이라며 “일반 기업에서는 최소한 쉬는 날에 일을 시키면 급여를 1.5배로 주든 대체휴무를 주든 하는데, 공무원은 그런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검역본부가 안양에서 김천으로 이전한 것도 결원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신규 채용되어 인천공항이나 부산항 등 대도시에서 근무하던 검역관에게 김천 본원으로 인사발령을 내리면, 아예 퇴직해버리는 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다른 공직수의사 B씨는 “격무에다 처우도 부족한데 승진에서까지 밀리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젊은 공직수의사들이 비전을 갖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농식품부에서마저 사무관·서기관 승진에 수의직은 찬밥신세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다, 검역본부에서는 수의사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서의 과장에까지 일반직렬이 임명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역본부에서 7급으로 퇴직한 수의직 공무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2020년 7년 7개월에서 2023년 상반기 3년 7개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들어와도 금방 다시 나가는 셈이다.

동물검역관 자격 등 제도개선 및 검역인력 운용 방안 마련 연구용역 과업개요
동물검역관 자격 등 제도개선 및 검역인력 운용 방안 마련 연구용역 과업내용

3일 검역본부가 공고한 ‘동물검역관 제도개선 및 검역인력 운용방안 마련’ 연구용역은 검역관 인력 부족 장기화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검역관의 법적 자격조건(수의사) 및 권한 등 제도개선과 그에 따른 인력 운용 방안을 마련한다.

과업내용은 대체로 비(非)수의사가 검역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자격 요건과 업무 범위, 직급, 교육 등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동물·축산물 수출입 검역, 검역증명서 발급, 수출 도축검사, 축산물 작업장 위생감시, HACCP 업무 등 현행 동물검역관의 업무를 수의직과 비수의직으로 구분해 제시하는 방식이다.

수출·수입 업무를 구분하거나 우편·특송, 화물, 여객 등 장소별로 수의직과 비수의직 검역관을 구분하는 방안도 연구대상이다.

아예 축산물 검역관을 비수의직으로 운영할 시 입직 직위 및 직급, 지원 자격, 필수교육, 보직 경로 등을 구제척으로 제안하도록 했다. 살아있는 동물이 아닌 축산물에 대한 검역은 비수의사가 담당하도록 하는 방향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전·현직 검역관들은 인력부족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비수의사 검역관 도입보단 기존 수의직에 대한 처우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수의사가 검역업무에 참여한다면 검역관의 권한을 부여하기 보단, 수의직 검역관의 감독 하에 실무를 보조하는 형태가 더 적합하다고 답했다.

해외에서도 검역증 발급 및 그에 관련된 업무를 수의사가 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만큼 이를 위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공항만 CIQ(Customs, Immigration, Quarantine)에서 여행객의 수하물을 검사하는 등의 단순업무는 검역관 감독하에 보조직원이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형태는 올해 5월부터 시행된 야생동물 검역에 이미 일부 적용되어 있다. 야생동물 검역은 야생생물법에 따른 ‘야생동물검역관’이 담당한다. 야생동물검역관도 동물검역관과 마찬가지로 수의사여야 한다.

야생생물법은 수의사 검역관 외에도 관련 교육을 마친 사람을 공무직 ‘야생동물검역사’로 뽑아 검역관 업무를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검역관의 감독 하에 파충류, 양서류 등 특수동물의 종을 동정하거나 검역물을 다루는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역본부 측은 “아직 연구 수행기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금년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동물검역관 결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 검토하겠다.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된 방안은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축방역관 이어 동물검역관까지 비수의사로? 정부 연구용역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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