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스토리:동물원 수의사가 되기까지] 경북대 수의대 김규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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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먼저 경험해본 사람의 의견을 듣곤 합니다. 누군가가 걸어간 발자취는 다른 누군가의 앞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11기는 데일리벳의 좋은 영향력을 살릴 수 있도록 선배가 후배에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벳스토리: OOO이 되기까지]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벳스토리 프로젝트에서 11기 학생기자단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김규태 교수(사진)는 전국동물원진료수의사회 회장,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 진료·종보전분과위원장,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장을 역임했고, 올초 창립한 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 초대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경북대 수의대에서 야생동물학 연구실을 운영하며 후학 양성과 연구에 힘쓰고 있는 김규태 교수가 벳스토리 7번째 주인공입니다.

수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라면, 주변에서 보기 힘든 희귀 야생동물들을 치료하는 것과 같은 막연한 로망이 다들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로망을 갖고 있었죠.

그러다 우연히 동물원 수의사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고, 지원하여 운 좋게 동물원 수의사가 됐습니다.

   

전국에 동물원이 110개 정도 있는데, 그 중에 전임수의사가 있는 동물원과 수족관은 10개 정도 밖에 안됩니다. 그러다 보니, 동물원 수의사가 되고 싶다 해서 졸업 후 바로 갈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기회가 왔을 때 동물원 수의사가 되기 위해, 평상시에도 임상적인 지식과 테크닉을 익혀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웃음). 먼저 동물이 아플 때, 동물과 함께 자고 밤새 케어한 후 동물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때가 가장 기쁘고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꼽아보자면..동물원에 입사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기린 한 마리가 발목에 염증이 있었어요. 주사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했는데 나아지지 않아 외과적으로 염증부위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그 당시 국내에서 기린 마취를 시행해본 적이 없어 해외 동물원에 이메일을 보내 정보를 받는 노력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마취를 시도했고 수술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각성하면서 오연성 폐렴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폐사했죠.

성공한 사례는 아니었지만 기록을 남길 필요성을 느꼈어요. 대한수의학회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죠.

그 후에도 기린을 마취해야 할 케이스가 있는데, 경험을 쌓은 덕분인지 그 땐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동물원 수의사는 주로 현장을 관리하는 일을 합니다. 하루라도 동물이 안 아픈 날이 없죠. 계속 신경을 쓰고, 치료하는 게 주된 일입니다.

야생동물의학을 담당하는 교수로서의 역할은 방향 제시와 기본적인 지식 제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교 다닐 적에는 야생동물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오랜 기간 현장에서 근무했다 보니 현장에서 필요한 것들, ‘학교 다닐 때 미리 배웠으면 좋았겠다’ 싶은 것들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이를 가르쳐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사항은 직접 공부를 해야겠지만요.

    

학생들에게는 야생동물 분야는 정말 쉽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야생동물 수의사끼리 ‘오만가지 정도는 아니고 2만가지 정도 일한다’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죠(웃음). 동물 종류도 다양하고, 외적으로 신경 쓸 부분도 너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동물원 수의사는 진료와 치료도 중요하지만, 멸종위기종이 너무 많기에 사람과 동물이 같이 살아간다는 목적에 맞게 준비를 해두면 더 훌륭한 수의사가 될 것입니다.

수의사분들에게는, 현재 자리를 잘 지키다보면 원하시는 일을 할 수 있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경북대로 오기 전에 호랑이보전센터에서 근무했는데 돌이켜 보면 순간순간들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진료를 하려고 해도 야생동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도 잘 없고, 찾아볼 자료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원 수의사 간의 연대를 통해 정보를 공유했고요. 하나씩 하나씩 케이스들을 논문으로 작성해 출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운 좋게 교수로 임용될 수 있었습니다.

순간순간은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지만, 힘든 세월을 인내하였기에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박성재 기자 psj02099@naver.com

[벳스토리:동물원 수의사가 되기까지] 경북대 수의대 김규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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