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활동가 부당징계 인용 사유는 인사위원회 ‘절차상 하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및 징계양정의 적정성 관계 없이 징계 부당
지난해 노조 설립과 활동가 2명에 대한 징계를 계기로 불거진 동물권행동 카라의 내홍 사태. 아직까지 해결 조짐은 보이지 않고 갈등만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동물권행동 카라지회(민주노총 카라지회)는 지난 2월 26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서와 이유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징계를 받은 활동가 2명은 모두 민주노총 카라지회 조합원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에 대해 지난 6월 21일 판정을 내렸다. 부당징계 구제는 인용됐고, 부당노동행위는 기각됐다.
당시 민주노총은 부당징계구제 인용을 강조하며 “3개월 정직은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어 선량한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한 행위다. 부당징계로 판단된 이상 카라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으면 받았을 임금 총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대로 사측(동물권행동 카라)은 부당노동행위 기각을 강조하며 “카라지회가 주장해 온 노동조합 탄압이나 표적징계가 없었음을 의미하고, 노동조합 설립에 따른 표적징계와 노동조합 탄압이 사실무근의 허위 주장임이 확인된 것이다. 징계와 노동조합 활동과의 무관성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2가지 사안 중에서 양측이 모두 자신이 원하는 한 가지 결과만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면 부당징계는 왜 인용됐고, 부당노동행위는 왜 기각됐을까.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를 바탕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카라지회 8월 조직…징계 활동가 2명은 지회에서 회계감사, 사무장
카라지회 11월 10일 사측에 교섭 요구, 3일 뒤 인사위원회 출석통지
카라지회 “노조 조직에 대한 불이익 주려는 징계” VS 카라 “노조 설립도 몰랐고, 징계 역시 노조와 상관없는 업무 관련 징계”
판정서에 따르면, 민주노총 카라지회는 2023년 8월경 조직됐고, 징계를 받은 활동가 2명(이하 활동가 A, 활동가 B)은 각각 지회에서 회계감사와 사무장을 맡고 있었다. 활동가 A는 2017년 8월부터, 활동가 B는 2019년 3월부터 카라에서 근무했다.
카라지회는 2023년 11월 10일 사측에 교섭을 요구했다. 그런데 교섭을 요구하고 3일 뒤인 11월 13일, 활동가 A와 활동가 B는 카라 사무국장으로부터 11월 20일에 개최 예정인 인사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결국, 징계위원회를 거쳐 활동가 A, B는 2023년 12월 6일,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통보받았다.
교섭 요구 3일 만에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를 받으니 활동가들은 사측이 노조 활동에 따른 표적 징계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회는 “사측이 2023년 6월부터 노조설립 준비 정황을 알고 있었고, 교섭 요구 공문을 11월 10일에 보내자마자 11월 13일에 정당하지 않은 징계사유 20여 개씩 만들었다. 표면상으로는 업무와 관련된 사항으로 징계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노동조합을 조직한 것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 위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노동조합 설립을 처음 인지한 것은 단체 교섭 요구 요청 공문을 받은 시점(11월 10일)이고, 심지어 인사위원회는 그보다 앞선 11월 8일에 구성됐기 때문에 단체교섭 요구와 징계는 관계 없다. 징계사유도 근로자들의 업무와 관련되어 있고 단체교섭 요구와는 상관없다”고 해명했다.
인사위원회에 참석한 위원도 A와 B의 경우가 달랐다.
출석 통지를 받은 A, B는 인사위원회 명단 공개와 대표이사와 사무국장에 대한 제척 및 기피를 요청했다. 사측은 인사위원 명단 공개는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불가 입장을 전했고, A에 대한 기피신청은 수용하고, B에 대한 기피신청은 수용하지 않았다.
A의 기피 요청은 수용하고 B의 요청은 수용하지 않은 사유에 대해 사측은 “A는 이전에 대표와 사무국장에 대해 고충 신청을 한 사실이 있고, B는 기피대상자들이 징계사유와 관련된 직접 당사자가 아닌 단순 관계인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카라의 취업규칙에 따르면, 인사위원회는 위원 6인 이내로 하며, 이사 1인, 사무국장 1인, 더봄센터의 장 1인, 팀장 대표 1인, 근로자 대표 1인을 기본 구성원으로 한다. 그리고 필요시 해당 안건에 관계된 1인의 팀장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피 요청이 수용된 A에 대한 인사위원회는 대표이사(인사위원장)와 사무국장을 제외한 4명으로 구성됐고, 기피 요청이 수용되지 않은 B에 대한 인사위원회는 대표이사와 사무국장까지 포함된 6명으로 구성됐다.
징계처분사유설명서에 담긴 수많은 징계사유
징계사유 실제로 존재하는지 판단 없이, 절차상 하자로 부당징계 인용
활동가 A의 징계처분사유설명서를 보면, A의 징계사유는 총회에서 승인된 예산안에 없는 광고 예산 컨펌·번복으로 공신력 실추, 예산 미반영으로 예산에 차질 초래, 계약서 작성 시 계약기간 오류, 대표 지시 없이 로고 빠진 티셔츠 무단 제작 지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함께 활동한 단체 영상 삭제 사건 발생 시 연대 단위 활동 폄하 및 부적절한 태도로 연계 단체와의 협업 종료, 수차례 유튜브 활성화 요청에도 기획과 실행 부재, TV동물농장 방송이 예정된 상황에서 예고편 홍보계획 수립을 하지 않아 다른 활동가가 진행, 대표와 국장과의 대면 거부 및 중재 시도를 1년 가까이 장기간 회피, 2023년 9월 권고사직 권유 면담 후 대표에게 협박받았다고 말하는 등 사실이 아닌 내용을 조직 내부에 퍼트림, 집행위 대표 발언 중 뛰쳐나가 비명을 질러 불안과 위기 조성, 재택근무 보고서 제출 요구 불이행, 기획 공유 없이 부적절한 내용으로 외부 행사 부스 진행, 후원 페이지 긴급 개편 시 디자인 작업 대면 회의 거부 등이다.
활동가 B의 징계처분사유설명서를 보면, B의 징계사유는 개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라는 업무 지시 불이행, 3차례 이상 루시프로젝트 구체적 진행 계획 요청 및 문서 요청 불이행, 독단적인 업무 처리로 루시프로젝트 담당자 교체, 번식장 철거 후 담당자로서 후속 시설철거 대응 및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다시 같은 장소에 번식장이 운영되는 상황 발생, 도살장 철거사항 모니터링을 요구한 대표에 “담당자가 없으니 못 하는 게 맞다”고 항명, 집행위에서 재차 업무 지시하자 “그럼 하라고 하시니 하지요”라고 비아냥거리며 이후로도 업무수행을 하지 않음, 도살 집기 처분 진행 상황 확인 요청에 메신저에도 답변하지 않아 다른 사람이 업무수행 및 업무수행을 하지 않고 있다가 TV동물농장 촬영을 온다고 하자 승인 없이 홍보담당자와 함께 현장에 따라와 개입함, 도살장 특사경 개입 요청 연락을 2023년 6월 12일에 지시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2개월이 지난 8월 4일 제보함, 여러 활동가가 함께 탄 차 안에서 “대표와 국장을 갈라놓고 있다”, “(라이브에) 대표님이 나오지 않게 찍었다”고 발언 등이다.
수많은 징계사유가 있기 때문에 해당 사유가 사실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게 중요하지만, 부당징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해당 징계사유들의 사실 여부는 검토되지는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징계구제를 인용한 이유는 ‘징계 절차의 하자’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인사위원회 구성이 잘못됐고, 인사위원 자격이 없는 자를 인사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및 징계양정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활동가 A, B의 인사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에 관계된 1인의 팀장’ 자격으로 김 모 정책실장이 참여했는데, 이것이 맞지 않아 인사위원회 구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게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이었다. 정책실장은 팀장이 아니며, 정책실장을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포함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데 김 모 정책실장이 인사위원으로 참여해 의결까지 참여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팀장 역할을 했다는 사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또한, 활동가 B에 대한 인사위원회에 대해서도 “징계사유 중 항명으로 인한 직장질서 문란 등의 비위행위는 대표이사와 B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 명확한데, 대표이사가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하여 심의·의결을 진행한 바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설명했다.
“징계 절차의 적법성 갖추지 못했으나, 징계가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부당노동행위 기각 사유는 이랬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 절차가 노동조합 교섭요구 이전부터 진행된 것이 확인되고, 징계가 징계처분일 약 1년여간 발생한 사건과 2023년 6월 발생한 사건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민주노총 카라지회가 설립된 것은 2023년 8월이고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은 2023년 11월이므로 단체교섭 요구로 인해 징계를 진행했다는 주장은 시간적 선후 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비록 이 사건 징계가 절차의 적법성을 갖추지 못했으나, (징계가) 이 사건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활동가 A, B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활동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이 사건의 징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