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해외봉사한 윤화영 교수 “퇴임 후에도 계속 봉사해야죠”
서울대 수의대 임상봉사동아리 팔라스 윤화영 지도교수를 만나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임상봉사동아리 팔라스(Pallas)는 1976년 창단된 수의대 최초 봉사동아리로 곧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창단 무렵에는 국내 무수의촌(無獸醫村)에서 농장동물 중심의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2000년대부터는 국내 유기동물보호소 봉사활동 및 1년에 한 번 해외동물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년 여름방학에 2주간 펼치는 해외 봉사활동*은 2006년 시작되어 2024년 올해까지 총 17회 진행됐습니다(2020~2021년은 코로나19로 해외봉사 취소).
서울대 수의대 팔라스 해외 동물의료봉사활동 연혁 : 2006년 스리랑카, 2007년 중국, 2008~2010년 필리핀, 2011~2013년 스리랑카, 2014년 필리핀, 2015년 스리랑카, 2016년 캄보디아, 2017년 필리핀, 2018년 스리랑카, 2019년 필리핀, 2022년 필리핀, 2023~2024년 스리랑카
팔라스 지도교수로 19년 동안 총 17번의 해외봉사활동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분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대 수의대 윤화영 교수님(수의내과학)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1학기를 끝으로 정년을 맞이한 윤화영 교수님을 만나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이유와 봉사동아리 지도교수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들어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수의사가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제 고향이 경기도 남양주 마석인데, 어릴 때 소 사육농가를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소 농가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주변에 동물병원도 생겼습니다. 반려동물 진료를 하는 병원이 아니라 소 진료를 하는 병원이었죠. 이를 보고 부모님께서 안정적인 직업이라며 수의사를 추천하기도 했고, 스스로도 관심이 생겨서 수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수의대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연구에 흥미를 느꼈고, 평생 연구를 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연구를 하다가 교수가 되어 교육자로 오랜 시간 교육과 진료, 연구 활동을 했습니다.
Q. 정년퇴임을 앞두고 다양한 감정이 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저는 인생 챕터가 바뀔 때 크게 감정 변화가 없는 스타일 같습니다. 자리가 바뀔 뿐이지 하는 일(연구)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섭섭하거나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큰 과오 없이 정년을 잘 마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도 많이 길러냈고, 논문도 많이 쓰면서 보람된 교수 생활을 한 것 같아요. 안도감과 성취감이 들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Q. 교수 생활을 하면서 보람된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학부생 강의도 보람이 있었지만, 교실(수의내과학교실)에서 많은 제자를 길러낸 것이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팔라스 봉사활동이었습니다. 매년 여름 2주간 해외봉사를 가는 게 연중행사였죠.
학생들에게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 인생에 대한 교훈을 줄 수 있는 게 동아리 지도교수인 것 같습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성이 향상되는 걸 느낍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걸 혼자서 해결할 수는 없어요. 서로 토의하고 고민하면서 해결해야죠. 공부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배려와 협동심을 배울 수 있습니다. 동아리 지도교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도 ‘학생들에게 사회성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 동아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Q. 어떻게 팔라스 지도교수를 맡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처음 해외봉사를 가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과거 팔라스는 국내 무수의촌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소규모 농장을 다니면서 의료봉사를 하고 방학 때는 강원도 등으로 봉사를 떠났죠. 초등학교에서 자면서 일주일씩 봉사활동을 했었습니다. 당시에는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이 봉사활동을 주최하여 수의대 전체가 봉사를 가는데 팔라스가 주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도 학부생 시절 팔라스 회원이자 봉사대장으로 봉사활동을 주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수의촌이 점점 줄어들면서 팔라스의 활동도 줄어들었습니다. 나중에는 거의 활동이 없어졌죠. 팔라스를 다시 살려보자는 이야기는 계속 나왔었으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제가 학교에 교수로 임용되어 왔더니 학생들이 동아리를 다시 살려보자며 지도교수를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과거 팔라스 회원으로서 거절할 수 없어서 지도교수직을 수락했습니다. 그 뒤 2001학번 강병학 학생(현 미국수의병리전문의)이 팔라스 회장을 맡은 뒤 해외봉사를 처음으로 추진했고, 2006년 첫 해외봉사를 떠났습니다. 과거 무수의촌에서 대동물 봉사를 주로 하던 팔라스의 주요 활동이 바뀌게 된 것이죠.
제가 팔라스 지도교수를 해보니 교수가 어떻게 지원하는지, 또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에 따라 동아리의 활동이 좌지우지되더군요. 그래서 팔라스에만 집중하기 위해 다른 동아리 지도는 하지 않고, 팔라스 지도교수만 했습니다.
Q. 그동안 해외봉사를 몇 번 가셨나요?
2006년 첫 번째 스리랑카 해외봉사 이후 올해(2024년) 여름까지 매년 갔습니다. 코로나19로 중간에 2번 해외봉사를 가지 못했던 걸 빼면 총 17번 해외봉사를 갔네요. 제가 내년이면 팔라스 지도교수 20년째인데,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19년째인 올해 퇴임을 하게 되어 아쉽습니다(웃음).
Q. 국내 봉사는 보통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지만, 해외 봉사는 2주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매년 여름 2주씩 시간을 내어 한 번도 빠짐 없이 봉사활동을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국내 동물보호소 봉사의 경우 지도교수가 함께 가서 지도를 해야 학생들이 의료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법 개정이 되어 이제는 꼭 교수가 아니더라도 수의사 선배가 함께 가서 지도할 수 있게 되었지만요.
해외 봉사의 경우, 동물병원 진료를 2주간 빼야 하는 게 가장 힘든 일입니다. 주변에서 다 도와주고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갈 수 있었습니다. 저 혼자 잘났다고 되는 게 아니죠. 집에서도 매년 여름 2주씩 봉사활동을 가는 게 당연하게 되어 있을 정도로 이해해 줍니다.
여름에 더운 나라로 봉사를 가니 제 체력을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운동을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한 건 없습니다. 제가 운동을 좀 열심히 합니다(웃음).
Q. 해외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거나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인가요?
첫 번째 해외봉사가 기억납니다. 처음 해보는 해외 봉사다 보니 힘든 게 많았습니다. 봉사 장소를 3~4번 이동했는데, 그때마다 짐을 다시 싸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저보다 학생들이 특히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두 번째 해외봉사부터는 한 곳에 자리를 잡아 놓고 차를 타고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작년에 한 봉사지에서 200건 넘게 백신접종을 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더 많은 케이스를 진료했는데 작년보다 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참가하는 학생들이 계속 바뀜에도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잘 전달되고 동아리의 시스템이 잘 잡혀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편집자 주 : 올해 팔라스 해외봉사에서 소동물 내과팀은 총 1,157마리를 진료했습니다(개955, 고양이200, 원숭이2)).
많은 분들의 도움도 팔라스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합니다. 팔라스 선배들의 후원과 기업 후원,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을 받으면서 학생들이 봉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생들이 워낙 똑똑하고, 열심히 하고, 힘든 일을 헤쳐가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Q. 퇴임 후에도 봉사활동을 계속하실 계획인가요?
그럼요!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퇴임 후에도 계속 팔라스 해외봉사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20년 가까이 매년 하다 보니 이미 해외봉사가 제 삶에서 하나의 스케쥴이 되어 버렸습니다(웃음).
Q. 교수님에게 봉사란 어떤 의미인가요?
교수라는 직업이 해야 하는 일이 교육과 연구, 그리고 진료도 있지만, 봉사도 그중 하나라고 봅니다. 특히, 수의사 교수는 자신의 직업을 활용해서 동물의료봉사라는 재능기부를 할 수 있으니 너무 좋지 않은가요? 거기에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쌓게 해줄 수 있으니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전국 수의과대학에 모두 봉사동아리가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신생 동아리도 있는데요, 봉사동아리가 오랫동안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지도교수의 역할이 중요한데요, 학생들을 지원하되 간섭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팔라스가 점점 발전하고 시스템이 개선되는 이유도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고, 또 그 노하우를 자료화해서 후배들에게 넘겨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고,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학생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만 도와주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제공 – 팔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