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윤리적 의사결정

함께 고민하는 수의 윤리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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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인문사회학실 박사과정

anibeh@snu.ac.kr

[사례]

수의사 A는 취미로 탐조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A가 탐조를 위해 종종 방문하는 지역 중에, 한 작은 섬은 낚시 관광이 활발하다. 그래서 식당이 몇 군데 있고 주민들이 개와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고 있다. 섬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 수가 늘어나면서 재작년부터 수의사 A는 섬에 살고 있는 고양이 중성화 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섬에 천연기념물인 뿔쇠오리가 날아와 번식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국가유산청은 섬 내 고양이를 모두 살처분하거나 방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결정하기 위해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된 수의사 A는 혼란스럽다.

인간이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졌다. 반려동물이나 야생동물에 애정을 갖고 보호하려는 집단, 외래종이나 침입종에 혐오감을 느끼고 박멸하려는 집단, 반려동물이나 특수동물의 인기를 이용하여 상품화하려는 집단 등 다양해지는 시각만큼 다양한 입장을 가진 직업, 취미, 학술 공동체도 사회적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경향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우리 사회가 동물을 인식하는 지평을 넓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각자의 관심 밖에 있던 종류의 동물을 판단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그러한 사회적, 윤리적 논쟁을 다루는 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가축과 반려동물 치료가 주가 되던 수의사의 업무는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야생동물 분야는 수의사의 참여와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늘어난 차와 건물은 야생동물 충돌사고를 늘렸고, 늘어난 야생동물 거래는 특수동물 유기/유실/밀수를 늘렸고, 늘어난 개발로 야생동물이 살 곳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야생동물구조치료센터, 야생동물보호시설, 동물원 등에서 수의사는 치료에 더해 구조 및 사육 동물들에게 제공해야 할 복지, 서식지 내외 보전 프로그램에서 개체와 개체군 수준 간 우선순위 판단, 구조 및 보호·중성화·안락사 판단 등 다양한 사안에서 윤리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결정해야 할 권한도 확대되는 과정에 있다.

본 글에서는 수의사가 천연기념물(또는 멸종위기동물) 보호 방안과 떠돌이(free-roaming) 개·고양이 관리 방안을 동시에 자문하게 되었을 때,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야생동물을 대하는 서로 다른 개념들을 비교하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을 상호 존중하는 윤리적 의사결정에 관한 이론적 배경과 전략을 소개한다.

*   *   *   *

국가유산청의 천연기념물 보호 행위를 규정하는 것은 자연유산법이다. 이 법의 제정 목적인 ‘보존’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유무형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고 지키기 위해서 이를 ‘보존’하거나 ‘보전’하려고 한다.

‘보존’과 ‘보전’은 발음과 의미가 유사하여 언론기사나 번역서 등에서 혼동하여 적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두 개념은 의미 차이가 작지만, 사실 이 개념들이 가진 접근 방식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표 1. 자연 ‘보존’과 ‘보전’ 간 차이점
(참고: 표준국어대사전; Buys, 2020; 그림은 해당 문헌 내 이미지를 번역하여 가공함)

보존’ 개념은 인간의 사적 이용을 대부분 금지하고 과거 또는 현재의 온전한 모습 그대로 유지토록 하는 데 초점을 둔다. 반면에 ‘보전’ 개념은 인류 문화와 생존의 지속을 위해 적절하고 책임감 있는 이용과 관리에 초점을 둔다(표1).

자연환경 및 자연유산 관련 법은 ‘보존’이나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로 나눠진다. 자연유산법은 대표적인 ‘보존’ 목적을 가진 법률이다. 야생생물법, 생물다양성법, 해양생태계법은 ‘보전’ 목적을 가진 법률로 볼 수 있다.

‘보전’ 목적을 갖지만, 공원자연보존지구를 규정한 자연공원법과 같이 전술한 ‘보전’ 목적 법에서도 멸종위기야생생물 등 일부 법정 관리종 또는 그들의 서식지 ‘보존’을 규정하기도 한다.

표 2. 을숙도와 마라도 주요 법정 보호구역 및 위해 요인

예를 들어, 을숙도와 마라도는 다수의 법에 따라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된다(표2). 이러한 법정 보호구역을 개발 또는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상 변경”을 해야 한다.

하지만 민원 해결을 담당한 국가유산청은 문화 및 자연유산 보존이 목적인 정부 기관이고, 현상 변경 심의는 보존 대상물이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어, 다양한 환경요인을 파악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보다 더 보수적이거나 배타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천연기념물은 희소한 멸종위기야생생물이나 자연 서식지 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 상징적 의미도 갖게 된다.

최근 부산시는 을숙도가 포함된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 해제를 추진하고 있는데, 국가유산청은 철새 보호를 이유로 부산시가 제출한 대저, 장낙, 엄궁대교 건설사업 현상 변경 신청을 보류한 상황이다.

또한, 을숙도 내 고양이급식소는 허가 없이 임의로 현상을 변경한 것으로, 다른 현상 변경 압력이 경합하는 상황에서 현상 변경 원칙에 예외를 두어 허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을 보면, ‘보존’은 엄격한 인위적 개입의 배제를 전제하므로 강압적이고 배타적인 개념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의 이용을 고려하는 ‘보전’ 개념과 반대된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존과 보전은 모두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중요한 접근 방식이다. 최근 멸종위기동물들과 그 서식지의 보호를 장기적으로 지속하고 있는 성공 사례들은 모두 복원, 보존, 보전 방식을 현지 및 국제 협력 환경에 맞춰 적절하게 통합 적용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 개념이 가진 접근 방식을 이해하면 오해를 줄이고 올바로 적용케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각자 목적을 가지고 살거나 방문하는 섬에서 인간-동물, 동물-동물의 관계들은 서로 얽혀 있다. 그래서 갈등이 생겨나면 사람은 사람대로, 동물은 동물대로 각각의 주장이 있고 서로 처해있는 환경이 있어 올바른 방향이나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런 상황은 자문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수의사에게 동물윤리, 생태윤리, 환경윤리 등 다양한 차원을 윤리적으로 고려할 책임을 지운다. 그러나 수의사는 이를 협력적이고 윤리적인 의사결정과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는 먼저 협력적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서 ‘생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개 ‘생태’라는 개념을 긍정적 이미지 만들기에 무분별하게 이용하거나 영어 ‘ecology’ 의미를 그대로 빌려 사용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생태는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 및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생태는 어떤 가치평가를 전제하는 윤리적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어떤 자연상태가 본래 모습인가’라는 질문에 중심을 두는 철학적 개념이자 타당한 윤리 규범 마련을 돕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김상헌, 2023, 제3장).

따라서 생태철학은 ‘어떤 자연환경 및 자연유산 상태가 좋은 것인가?’라는 환경윤리 질문에 답하기 위한 근거를 제공한다.

    

동물들이 가진 본래 모습과 상태는 무엇일까?

쉬운 공감을 위해 쾌고감수능력(sentient)을 가진 동물을 사례로 살펴보면, 스스로 잘 지내고 있다고 자각하는 모습과 상태일 것이다. 다시 말해, 동물들이 자기 환경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얻는 긍정적인 신체 및 심리 경험이다.

한편, 인간이 그렇듯 모든 동물 개체(개인)는 자기가 속한 개체군(공동체)과 다른 개체군 그리고 다른 종과 특정한 관계에 놓여 있게 된다. 좋든 싫든 모든 동물 개체는 잘 지내기 위해 짝을 찾고 먹이를 구하고 사냥을 피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관계 유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태’는 어떤 개체가 자신의 긍정적인 상태를 위해 다른 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러한 삶들의 총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의 어떤 상태가 좋은 것일까?

도덕 가치를 비교해 볼 때, (차라리 안락사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여겨지는) 고통스러운 삶보다는 긍정적인 신체 및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삶을 지속토록 하는 것이 낫다. 이런 의미에서 ‘생명 존중’도 중요하지만, 앞서 살펴본 생태 개념에 비춰 보면, ‘생태 존중’이 조금 더 우선하는 도덕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이 그저 다른 동물들을 살던 대로 내버려 뒀다면 생태 존중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인간은 곳곳에서 활동을 확장하고 있고 동물들을 내버려 두지 않으며, 인류가 벌인 심각한 과오 때문인 게 너무나 명확한 나머지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는 동물들도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환경과 상황이 모두 다르다 하더라도, 곳곳에서 인간 자신을 포함한 그곳 동물들에게 좋은 상태를 그때그때 확인하고 합의해야만 한다. 생태를 존중하는 숙고와 협력적 합의는 동물윤리 혹은 환경윤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면서 그러한 윤리가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야생동물, 반려동물, 농장동물 등 다양한 분류에 속한 동물들이 있고, 이들을 옹호하는 개인과 모임 등이 형성되어 있으며, 관련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자, 사육자, 반려인, 동물권 활동가 등은 정도는 다르지만, 본인이 주제로 다루는 동물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 이러한 애정은 해당 동물을 보호하고 웰빙을 보장하도록 하는 윤리 의식을 발달시킨다.

그러나 그 동물만의 사정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사정에도 귀를 기울이는 이성적 추론을 공유하고 이해한다면, 옹호자와 공공기관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사이에 존재하는 편견 해소와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Smith et al., 2024).

각 동물들이 본래 가진 생태를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는 윤리적 판단들은 더 나은 공동의 노력을 지속하도록 하는 도덕적 의무를 형성할 수 있다.

    

야생동물 전문가에게 야생동물 관리에 있어 고려해야 할 윤리 기준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다룰 것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적인 추세다.

그러나 야생동물 정책에서 윤리적 추론을 무시하고 결과의 단순 평가에만 의존하는 경우는 빈번하게 일어난다(Nelson et al., 2016). 윤리적인 야생동물 정책 결정을 위해 필요한 실용적인 분석틀이나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동물윤리위원회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주요 방법(또는 이론)을 소개한다.

1) 게임이론(Game theory)

토머스 셸링은 2005년 ‘게임이론 분석을 통한 갈등과 협력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증진’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게임이론은 주어진 게임 상황에 놓인 이해관계자들이 상대편의 대처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행동을 수학적으로 분석한다. 여기서 게임이론은 경제 및 사회학 이론이며 생물학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한 ‘진화게임이론’과는 다소 다르다.

게임 요소는 공통지식, 게임참여자(이해당사자), 전략(각자의 목표 및 참여자 간 권력관계 등), 보수(경제적 가치, 서수적 효용 등)의 네 가지로 구성된다.

김의경 등(2008)은 연구에서 국립공원과 마을주민들이 산림 보존과 이용을 두고 벌이는 갈등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한 결과, 당사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공리와 이를 모두 지키겠다는 신뢰를 구성한다면 국립공원이 흔히 겪는 구조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셸링의 표현을 빌리면, 게임이론은 ‘상호조정(coordination)’ 과정에서 공통 기대에 수렴하는 ‘포컬포인트(focal-point)’를 예측하는 데에 도움을 제공한다.

2) 적응관리(Adaptive management)

적응관리는 자연자원 관리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과 환경변화를 반영한 하나 또는 다수의 관리모델을 수행한 결과에 따라 관리행위를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방법으로, 일부 전문가들의 주관이나 몇몇 이해당사자의 주장에 따라 관리 방안의 논리나 방향을 결정하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제안됐다(박영철 외, 2019).

적응관리 방법은 보전기준협의체(Conservation Measure Partnership, CMP)가 각종 협력을 통해 성공 사례, 이론원칙을 통합하면서 실무 지침서로 발전했다. 여기서는 개념화, 계획수립, 실행과 모니터링, 분석/활용/조정, 지식 획득과 공유의 5단계가 순환하면서 바람직한 계획과 실행을 검증한다. 이해관계자 포함, 파트너십 개발, 학습 수용, 결정사항 기록, 필요 시 조정을 일반원칙으로 한다(국립생태원, 2018).

그러나 관리자의 비전문성, 관리행위의 효율화, 전문지식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꺼리는 경향 등이 적응관리 방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기 때문에 적절한 제어가 필요하다.

2018년 국립생태원에서는 ‘보전기준협의체 실무 지침서’를 번역하여 ‘생태보전 실무 지침서’와 ‘생태보전 실무 지침서 퀵가이드’를 발간하였다. 국립생태원 누리집 및 온라인 서점 이북(e-book)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다.

3) 사회생태체계 분석틀(Social-ecological systems framework, SESF)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은 지속가능한 사회생태체계 분석을 위한 일반화된 분석틀을 제안했다(Ostrom, 2009). 생태학과 사회과학은 서로 매우 독립적으로 발전하여 각 지식이 고립되기 쉬우므로 사회생태체계 연구를 조직화할 수 있는 공통 변수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게다가 연구자나 정책 담당자는 단순한 이론 모형으로 천연자원 문제를 분석하고 보편적인 해법을 도출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이용자 사이에 소통을 부족하게 하여 자원 관리 규범 및 규칙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사회생태체계는 자원체계(Resource system), 자원 단위(Resource units), 관리체계(Governance system), 이용자(Users)라는 핵심 하위체계 4개로 구성되고, 각각은 2단계 변수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분석틀은 각지의 섬(왜 어떤 섬은 다른 섬보다 더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을까?), 숲(왜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하는 숲이 국유림보다 더 무성하게 자라는가?)과 같이 서로 유사한 사회생태체계 연구에 도움이 되는 공통 변수를 제공하는 데 효과적이다.

오스트롬이 분석틀을 제안한 이후, 사회생태체계 분석틀은 지역사회 기반 체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법론으로 응용되었고, 국제적으로든 국가적으로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면 사례 연구를 종합하여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는 촉망받는 도구로 여겨진다(Partelow, 2018).

     

수의사 A는 이런 이론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국가유산청이 진행하려는 조치가 일부 전문가나 이해당사자의 주장으로 결정되고 있는지, 성급하게 일반화된 부분은 없는지 살피고 보완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정부 및 학계 관계자 외에도 이해관계자로 파악된 공공과 민간의 개인과 단체를 전문가로 자문위원회에 참가시키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문지식에 대한 이해 증진, 공동의 목표 확립, 특정 행정조치에 대한 투명성, 관리 계획의 지속성을 검토하여 의견을 내거나 안건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특히 수의사 A는 수의학 전문가로서 섬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건강, 영양, 복지 상태, 중성화 과정과 효과, 폐어구가 물새류에 남기는 상해 등 관련 전문지식을 다른 참여자들이 잘 이해하도록 설명할 책임이 있다.

*   *   *   *

최재천(2024)은 최근 펴낸 책 ‘숙론’을 소개하면서 방제, 박멸, 퇴치 대신 ‘참아주기’ 전략이 필요하고, ‘누가 옳은가?’ 대신 ‘무엇이 옳은가?’를 찾아가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아주기는 누구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누가 얼마나 어떤 것을 참을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살피는 생태 존중으로서 과학적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여건이 된다면 서로가 어떻게 양보하는 것이 옳은지 숙고하는 윤리적 의사결정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라도와 을숙도에서는 누가 옳은지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갈등을 증폭시켰고 불필요한 혐오까지 형성되게 한 측면이 있다.

‘상황적 지식’은 모든 동물의 생태를 존중하는 데 필요한, 겸손하면서도 열려있는 마음가짐까지 강조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해러웨이(1988)는 이 개념을 통해 모든 지식과 관점은 각자 처한 상황이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으므로 부분적인 지식과 관점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소개한 주요 통합적 해결 전략들이 필요한 이유다.

요컨대, 인간의 필요와 생태적 온전함을 숙고하는 과정,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윤리적 의사결정은 갈등을 조절하고 야생동물과 그 서식지를 더 오래 보호하도록 도움을 준다.

   

<수의 윤리 라운드토론은 대한수의사회, 서울대 수의대 수의인문사회학교실과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에 게재된 원고를 전재한 코너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아래 QR코드나 바로가기(클릭)로 보내주세요-편집자주>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윤리적 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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