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의 지속가능성은 지금의 고민과 변화로부터: EurSafe congress

유럽농업식품윤리학회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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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수의인문사회학 연구실

주설아·최유진 연구원

제18회 유럽농업식품윤리학회(Congress of European Society for Agricultural and Food Ethics; EurSafe)가 ‘Back to the future: Sustainable innovations for ethical food production and consumption’이라는 주제로 네덜란드 에데(Ede)에서 개최되었다.

9월 11일(수)부터 14일(토)까지 나흘간 열린 이번 학회에서는 농업 혁신과 기술관련 윤리, 수의 및 동물윤리, 교육 윤리, 환경 윤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가 논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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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대학의 Bossert, 바게닝겐 대학의 Ryan의 공동 연구는 ‘Animal pain as a matter of technology: Ethical aspects of using’라는 주제로 농장동물의 고통을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다뤘다.

저자들은 농장동물과 관련된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는 추세인 반면 그에 대한 윤리적 논의가 너무 부족함을 강조하면서, 그 사례로 AI를 이용한 고통감지자동화기술(automated pain detection; APD)의 유용성과 함께 내포된 위험성을 소개했다.

윤리적 측면은 크게 ▲기술의 효과성과 타당성(데이터 및 알고리즘 품질과 연계된 종간 차이와 연구자의 문화적, 학술적 편향성) ▲축산업과의 밀접한 연관성(특히 축산업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 ▲동물의 고통과 복지에 대한 단순화된 관점을 지속시킬 수 있는 위험성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APD 기술은 축산업의 자동화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더욱 멀어지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거리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더욱 존중하지 못하게 하는, 단순한 윤리적 워싱(ethics-washing)의 측면이 될 수 있다.

스위스의 바셀대학의 Louis-Maerten, Milford와 제네바대학의 Elger는 EU와 스위스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절차에 개선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평가과정이 연구비 지원기관에 의존적이라는 것, 3R 중 대체가능성(Replacement)이 윤리적 문제로 논의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검토과정을 과학적·윤리적 평가영역으로 각각 독립시키고, 대체가능성은 과학적 영역에서 평가되어야 하며, 각 평가가 독립적으로 승인된 후 연구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사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수의윤리 세션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였다.

비엔나 수의과대학 미서리연구소(Messerli Research Institute)의 Karg 연구원은 수의사들이 경험하는 역겨움(Disgust)에 대해 발표했다.

수의사는 동물 진료 시 혈액, 대변, 고름과 같은 체액이나 동물 사체와 접촉하는 등 역겨움을 느끼는 상황과 물질을 마주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간 수의학적 맥락의 연구에서 역겨움이라는 감정을 다룰 필요성은 간과되었다.

역겨움을 견디는 것은 “숨겨진 커리큘럼”의 일부로 가장 잘 이해될 수 있으나, 이 주제가 사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비전문적인 감정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감정과 관련된 수의사의 경험, 반응, 도덕적 행동과 전문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면 수의 윤리와 인간동물 관계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역겨움이 수의대 학생들의 동기 부여와 웰빙 등 수의학 교육에 미치는 영향, 수의사의 역겨움에 대한 대중 인식, 수의사의 웰빙, 의사결정 과정, 환자 및 고객과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측면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관련 연구가 필요하다.

비엔나 대학의 철학, 수의학 기반의 인간-동물 융합 연구팀의 Deininger 등은 수의사들이 직면하는 도덕적 딜레마를 이해하기 위해 정의 전쟁 이론(Just War Theory, JWT) 적용을 시도하였다.

JWT는 전쟁의 정당성을 따지기 보다,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하는 전쟁 중 군인이 겪는 딜레마이다.

연구진은 비록 시스템을 바꿀 책임은 정치적 법적 기관에 있지만, 수의사는 자신의 직업안에서 가능한 한 도덕적 신념을 지키면서도 직업적 역할을 다할 방법을 스스로 모색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한 ‘군인’과 같은 직업적 위치에 있다는 통찰을 제시하였다.

포츠담 대학의 Bubeck, 비엔나 대학의 Springer는 인간-동물관계를 가시성 (visibility / invisibitity)과 주관성(subjectivity / objectifocation)에 따라 분류하고 동물의 지위 변화, 수의사의 직업 목표 간의 관계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즉, 동물 범주에 따라 구성되는 수의사의 다양한 전문분야로 인해 수의사의 공통된 정체성 형성은 매우 도전적인 작업이다. 사회 변화, 수의학 조직 발전, 직업정체성 이해와 같은 사회학적 접근이 수의사의 사회적응과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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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년으로 개최되는 본 학회는 2026년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다시 열린다.

EurSafe의 아시아지역 자매 학회인 Asian-pacific Society for Agricultural and Food Ethics (APSafe)는 내년 한국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고] 미래의 지속가능성은 지금의 고민과 변화로부터: EurSafe cong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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