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꼬리로 바닥 다 쓸겠다” 동물도 사람도 즐거운 경북대 반려동물한마당

10월 9일 대구그린라이프페스타와 함께한 반려동물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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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 식빵만 한 푸들이 꼬리를 흔들며 짖는다. 수많은 친구들을 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푸들의 바람과는 달리 입장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월 9일(수) 열린 이번 반려동물한마당은 대구그린라이프페스타와 함께하며 더욱 규모가 커졌다. 입구의 접수 담당 인원을 작년의 두 배로 늘렸지만 쉴 틈이 없다.

그 시각 중앙무대에선 이만휘 경북대 수의대 학장이 본격적인 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오늘 이 자리가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과 책임을 더욱 깊이 새기는 동시에 뜻깊고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어서 경북대 수의대 제33대 학생회 치:유(CHEEr U)의 김참이슬 공동학생회장(본2)이 개회사를 전한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반려동물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친환경적인 가치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김 회장의 말대로 이번 반려동물한마당에서 일회용품은 찾아볼 수 없다. 원목으로 만든 입구 조형물, 폐지를 활용해 만든 행사 배너는 물론이고 모두들 다회용 컵에 커피를 마신다.

이어서 강진수 교수(수의외과학)의 세미나가 시작된다. “비선택적 담낭 절제술에 비해 선택적 담낭 절제술의 사망률은 10분의 1 수준입니다”라며 주기적인 초음파 검사와 상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경북대 동물병원의 복강경 장비 설치 계획도 함께 알렸다.

세미나가 끝나고 다시 부스, 이제는 각 체험 부스에도 모두 대기 줄이 있다. 심지어 내·외과 진료상담부스는 3시간 뒤까지 예약이 차 있을 정도로 줄이 길지만, 반려동물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꼬리로 바닥 다 쓸겠다 이놈아” 강아지가 격하게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본 옆 참가자의 말에 주변의 모두가 웃는다. 학생회 팀장을 맡은 정진 학생(본2)은 “이렇게 많이 와 주셔서 기쁘다”며 소감을 남기던 도중 다시 일손을 보충하러 달려간다.

그가 달려간 ‘고양이 스크래쳐 만들기’ 부스에선 예상치 못한 참가자들의 성화에 재료가 다 떨어졌고, 그가 일손을 거드는 동안 다른 학생이 근처 마트에서 재료를 추가로 사온다.

끝없이 늘어나는 대기줄에 ‘반려동물 어질리티’ 부스는 인원을 보충하고, ‘강아지 입욕제 만들기’ 부스에선 준비한 용액이 떨어져 뒤에서 실시간으로 용액을 제조한다.

학생들은 쉴새 없이 바쁘지만, 행복하게 즐기는 보호자와 반려동물들의 모습에 저절로 힘이 난다.

이번 반려동물한마당은 대구그린라이프페스타와 함께하며 총 50여개의 부스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수의대 진로진학 상담부스’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함께 관심을 보이며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성심성의껏 상담해 주는 학생들의 모습이 대견한 김태완 교수(수의생리학)가 부스 학생들에게 어묵과 전을 사다 준다. 학생들의 몸은 끊임없는 상담으로 지쳤을지언정 이에 감동받은 마음만은 누구보다 풍족하다.

학생주차장 끝쪽에는 수의대 사진소모임 DVM에서 ‘강아지 포토존’ 부스를 마련하며 보호자와 반려동물들에게 추억을 선물한다.

대구그린라이프페스타는 PLANT존(가치소비마켓), 그린기술교육존, 그린체험존, 그린힐링라운지&로컬 푸드코트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 중 특히 업사이클 놀이존의 ‘슈링클스 체험’이 인기만점으로 색칠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로 가득 차 있다.

“우와 엄마 봐봐, 내가 만들었어!” 옆에서 부모님이 말을 걸어도 그저 색칠에 빠져있던 아이들은 오븐 속에서 완성된 슈링클스 열쇠고리를 보고 나서야 활짝 웃으며 기뻐한다.

행사장 옆 센트럴파크에선 특별 부스 7개가 설치되어 ‘댕댕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잘 던져보개’ 부스에선 고리를 던져 고깔에 끼워 넣고, ‘퀴즈 맞춰보개’ 부스에선 반려동물 상식퀴즈를 맞추며 피크닉을 즐긴다.

멀리서 들려오는 화기애애한 웃음소리를 따라가 보니 참을성을 겨루는 ‘기다려 잘하개’ 부스가 나온다. “어째 간식엔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요?” 기다려를 잘하다 못해 아예 간식에 관심이 없는 강아지의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멈춰서서 웃는다.

기다려 시간이 1분을 넘어가는 순간 반려견이 보호자 다리에 소변을 보고 보호자는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친다. “간식보단 보호자님이 좋은가 봐요” 구경하던 시민들이 다시 한번 빵 터진다.

강 교수의 세미나가 끝나고 반려동물&그린 OX 퀴즈가 시작한다. “아세트아미노펜, 흔히 아는 타이레놀을 고양이에게 먹여도 될까요?” 문제를 맞춘 사람들의 환호소리와 함께 탈락한 사람들의 탄식 소리가 들려온다.

수많은 문제를 풀었음에도 아직도 많은 보호자들이 탈락하지 않고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이정현 공동학생회장(본2)이 “보호자들의 수준이 올라갔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위한 선배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높아진 보호자들의 수준에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퀴즈도 어느새 끝이 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로얄캐닌 곽영화 수의사와 로얄캐닌 앰버서더 임채승 학생(본4)이 ‘반려동물 비만과 건강한 체중관리 꿀팁’ 세미나를 시작한다.

임채승 학생은 50%가 넘는 개와 고양이가 비만인 실태를 보여주며 보호자들에게 당부한다. “보호자는 사랑스러운 동물들에게 객관적인 판단이 힘들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를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강아지가 짖어댄다.

이어서 올라온 곽영화 수의사가 방금 짖은 강아지에게 화내지 말라며 위로한다. 그녀는 비만은 품종에 따라 평균수명을 2.5년까지 줄이기도 한다며 예방전략을 소개한다. “외관 라인을 보고 갈비뼈를 만져 BCS를 판정하고, 필요한 영양소는 갖춘 저칼로리 식단을 먹이면 좋습니다. 당연히 운동도 시켜야 하고요”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하이라이트인 ‘반려동물 장기자랑’이다. 대구 북구, 수성구, 칠곡 등 다양한 곳에서 온 반려동물의 장기자랑이 이어진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강아지 ‘봉구’는 보호자가 말없이 손짓만 해도 엎드려, 앉아, 손, 돌아 등의 개인기는 간단하게 보여준다. “오 육군 병장 만기전역인가요?” 충성 개인기를 하는 봉구를 본 사회자의 말에 다들 크게 웃는다. 풍선을 튕기는 개인기로 마무리한 봉구는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한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하늘이 붉은 이불을 덮는 저녁 중앙무대에서는 힐링콘서트가 이어지며 행사가 마무리된다. 김참이슬 공동학생회장(본2)은 “사고 없이 마무리되어 다들 정말 고맙다”며 “휴일에도 많이 발걸음해주신 보호자분들께 감사하다”며 소감을 남긴다.

박성오 기자 1231bil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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