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용 희귀약·항암제, 조건부허가로 허들 낮춘다

동물용의약품 제도개선안 윤곽..해외임상시험 인정, 품목허가 사전검토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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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가 현재 준비 중인 동물용의약품 제도개선안을 내비쳤다.

희귀동물용의약품(희귀약) 분류를 신설해 희귀약이나 항암제 등에는 조건부 품목허가나 신속심사를 적용해 국내 출시 허들을 낮춘다. 염소 등 소수축종에 대한 동물용의약품도 심사자료를 줄여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한다.

국내에서 시험이 어려운 경우 해외기관에서 실시한 자료도 인정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한다. 국내에서 비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어려운 고양이나, 필드 임상이 불가능한 아프리카돼지열병 백신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품목허가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사전검토제를 도입하고, 기 허가된 약품에 대한 5년주기 갱신제를 신설해 품목관리를 효율화한다.

하지만 기존에도 평가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만큼 새 제도를 원활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인력확충이 필수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민관학 TF를 구성해 동물용의약품 산업발전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 권영진 사무관(사진)은 10월 22일(화) 김천 국제 종자생명교육센터에서 열린 2024 동물의약연구회 심포지엄에서 현재 준비 중인 대책 중 주요 제도개선 과제를 소개했다.

우선 희귀약이나 항암제, 소수축종을 위한 약품 등 현장에서 필요로 하지만 경제성 등의 이유로 여의치 못했던 부분에 대한 규제완화가 눈길을 끌었다.

당국은 유병률이 낮은 질병에 사용하는 것으로 기존에 적절한 치료법이나 동물약이 없던 경우를 희귀약으로 분류하고, 이들에게는 조건부 품목허가를 부여하는 등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통상 임상시험을 거쳐야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일단 조건부 허가로 시판할 수 있도록 하되 정해진 기한 안에 필드에서 임상시험을 마치도록 순서를 뒤집는 방식이다.

희귀약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질환에 대한 치료목적 동물약도 조건부 품목허가 대상으로 분류한다.

팔라디아, 타노비아 등 해외에선 허가된 동물용 항암제인데도 국내에는 정식수입되지 않아 반려동물 암환자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권 사무관은 “임상3상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조건부 허가기간 내에 임상시험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연장하는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소수축종에 대한 동물약 출시도 독려한다. 소·돼지·닭·개·고양이·꿀벌을 제외한 소수축종에 대한 동물용의약품 품목허가를 시도하는 경우 안전성·유효성 심사자료 일부를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소에서 이미 허가된 동물용의약품을 소수축종 반추류에 동일성분·제형·투여경로로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현재는 임상1상 중 내약성 시험, 임상3상 시험의 경우 국내 임상시험 실시기관에서 실시한 자료만 인정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시험이 여의치 않은 경우 해외시험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비임상시험을 맡길 곳이 없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처럼 방역상황을 고려하면 필드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권 사무관은 “해당 해외기관의 현지실사를 거쳐 적합할 경우 승인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품목허가 사전검토제도 도입한다. 현재는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일괄제출하면서 품목허가 절차를 시작하다 보니 시행착오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목하면서다.

본격적인 품목허가 절차에 돌입하기 전에 필요한 부분만 먼저 사전검토를 받으면 허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밖에도 안전관리책임자 선임 등 시판 후 안전관리 강화, 5년 주기의 품목허가 갱신제 등 규제가 강화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권 사무관은 “제도개선안을 농식품부로 보내 동물용의약품등 취급규칙과 관련 검역본부 고시를 개정하면 빠르면 내년, 늦으면 내후년에 제도가 개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품목허가 사전검토제나 5년 갱신제를 두고서는 ‘검역본부에 할 여력이 있는지부터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도 동물용의약품 평가인력이 부족해 기존 제도를 운영하는 것에 적체현상이 심각한데, 갱신주기에 맞춰 늦지않게 심사하거나 사전검토 신청에 신속히 대응해주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출시준비과정의 불확실성으로 진입을 망설이는 기업이 많다. 사전검토제 도입 등의 시도는 좋다”면서도 “지금도 기한내 민원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새로운 제도도 잘 운영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성 있는 평가인력이 자주 바뀌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조직 규모와 안전성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식약처의 심사관 제도처럼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 사무관은 인력 확충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최근 인력확대요청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규정 개정을 근거로 인력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동물용 희귀약·항암제, 조건부허가로 허들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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