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경없는수의사회 라오스봉사 후기①] 박용승 라오스지부장

왜? 꼭 해외로 수의료 봉사활동을 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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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경없는수의사회(VWB, 대표 김재영)가 10월 6일(일)부터 9일(수)까지 라오스 버리캄싸이주의 타파밧에서 해외 동물의료봉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박용승 국경없는 수의사회 라오스지부장 및 3명의 수의대생의 후기를 차례로 공유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경없는 수의사회가 라오스를 방문하여 수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작년에는 ‘중성화 수술’을 위주로 봉사활동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라오스의 상황을 좀 더 고려하여 수도가 아닌 ‘지방’에서 ‘백신 접종’ 하는 것을 주 활동으로 잡았다.

작년에 수의료 봉사활동을 진행 해 보니, 아직 라오스의 반려동물 문화가 중성화 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고, 수도인 비엔티안에만 반려동물의 백신 캠페인이 몰려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국경없는 수의사회는 우리들만의 무기인 중성화 수술을 과감히 내려놓고, 백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골로 들어가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라오스의 현 실정에 맞다고 판단하였다.

이외에도, 라오스 국립대학교 농대 수의학과와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라오스의 수의료 봉사활동은, 농대 수의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의 역량강화 목적도 있었다. DVM 졸업생을 배출한 지 이제 3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진 라오스의 수의학과는, 졸업생의 수준을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니즈에 국경없는 수의사회의 수의료 봉사활동은, 선진 수의학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수의료 봉사를 하게 되면, 늘 고민하는 것들이 있다.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그 외에 ‘이 봉사활동을 통해 우리는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가?’이다. ‘봉사활동’에 대해서 논하면서 ‘얻는다’는 단어를 쓰니 좀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소중하게 여기는 그 가치는 유형이 될 수도 있고, 무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포기하고 오는 분들도 있고, 본인의 동물병원을 다른 분에게 맡기고 어려운 시간을 내서 오시는 분들도 있다. 라오스 학생들의 경우, 학교 수업 시간을 빼면서까지 수의료 봉사활동을 함께 했다. 이번 수의료 봉사활동에 얽힌 사람들은 이 외에도 많다. 수의학과 교수들, 라오스 버리캄싸이 농림부 부서장, 마을의 축산 담당자, 개와 고양이를 기르는 주민들… 과연 이들은 무엇 때문에 수의료 봉사에 참가한 것일까?

여기에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가치에 대해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국경없는 수의사회’에 대해서만 잠깐 다뤄볼까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루는 모든 내용은, 국경없는 수의사회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라오스에서 여러 차례 수의료 봉사활동을 진행해 왔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한, 라오스 지부장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본격적으로 들어가 보자. 국경없는 수의사회는 왜 라오스에서 수의료 봉사활동을 진행할까?

단순히 행사로만 생각해 본다면 굳이 라오스에 올 필요는 없다. 만약 광견병 무료 백신 접종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그 비용을 라오스 수의학과나 현지 수의사에게 지급하면서 일을 진행하면, 한국에서 와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라오스로 굳이 와서 수의료 봉사를 한다는 것은, 단순 행사 이외의 무엇인가가 반드시 더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뭘까? 우리는 세계의 모든 동물이 행복하고 건강하길 원한다. 국경을 초월해서 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라오스와 같은 수의학 후발주자 국가들이 빠르고 건강하게 성장해야 한다.

여기서 잠시 라오스의 수의학과 현실을 짚어보자. 라오스 수의학과는 시작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미래를 그려보기가 힘들다. 모델로 삼고 싶은 선배들이 다양하지 않다고 말하는 게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다. 대학교에서도 10명 남짓한 교수들이 3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배움에 목마름은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다. 나이가 좀 있는 수의사들은 이해할 것이다. 우리 때도 그랬으니까… 이러한 상황에서 간단한 것이지만, 백신을 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확인해야 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서 진행해야 하는지, 전염성 질병을 박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활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라오스 수의학과와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대단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올해 수의료 봉사활동에는 단순 백신 접종 이외에 신체검사와 다양한 병리검사가 병행되었기에, 간단한 진료의 모델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광견병 항체 검사를 위한 채혈이 진행되었다. 이 작업은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것이고, 모아진 데이터를 통해서 라오스 버리캄싸이 지역에서의 광견병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라오스 수의사/학생/교수들의 초청 연수를 통한 소동물/대동물 임상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라오스 수의학 발전을 위한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라오스에 사는 동물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봉사활동은 이런 거창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개인에게 주는 여러 가지 도전들이 있다. 라오스와 한국의 동물들을 비교해 보며, 어디에서 사는 아이들이 더 행복할까라는 고민도 해보고, 동시대에 사는 같은 직업군인 수의사들의 삶이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느껴볼 수도 있고, 그들의 고민은 무엇이며,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필자의 경우도 학창 시절 해외의 경험이 지금의 내가 되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다.

수의사라는 직업은 참 좋은 것 같다. 내가 베푸는 작은 선행을 통해, 세상의 동물들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지고, 그로 인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잘 모르겠다면, 오늘부터 한번 해 보자. ^^

[2024 국경없는수의사회 라오스봉사 후기①] 박용승 라오스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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