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돼지가 스톨 벗어나면 번식성적도 오른다? 군사 전환엔 현실적 한계 지적도

산란계 사육면적 기준 상향도 결국 추가유예·규제완화..2030 군사 의무화에 선결조건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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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11월 27일(수)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동물복지국회포럼과 송옥주 의원,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함께 주최했다.

농장동물 중에서도 돼지에 초점을 맞춘 이날의 화두는 어미돼지(모돈), 그 중에서도 스톨이었다. 모돈이 몸을 돌리거나 이동할 수 없도록 하는 스톨을 금지하는 문제는 사육돼지의 동물복지를 상징하는 척도가 됐다.

이날 발제에 나선 윤진현 전남대 교수는 분만돈에게 개방형 분만틀이나 자유분만사를 제공하고 분만 관련 본능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면 동물복지뿐만 아니라 번식성적도 개선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하지만 단순히 공간을 넓히는데 그치지 않는 세심한 사양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했다.

군사 전환을 두고서도 업계는 우려에 무게를 뒀다. 군사에 적합한 사양관리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시설전환은 농가의 피해로 이어진다. 호기로운 도전이 과거의 관행사육방식으로의 회귀로 귀결된다.

돼지가 있는 채로 군사사육 전환에 필요한 공사를 벌이기 힘들다는 점도 지목됐다. 군사 전환에 수반되는 사육규모 축소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진현 교수는 모돈의 복지를 개선하면서 생산성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들을 소개했다. 분만돈이 취하는 ‘둥지짓기(nest-building behavior)’에 주목했다.

야생환경에서 분만이 임박한 모돈은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 둥지를 짓는다. 땅을 파거나 주변의 가지를 모아 타원형의 둥지를 지어 새끼돼지(자돈)를 낳는다. 이후 2~3주간 어린 자돈을 돌보다 원래의 군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농장 분만사에서 관행적인 분만틀에 갇힌 채로는 둥지짓기 행동을 하기 어렵다. 윤 교수는 “분만틀은 생산비 절약이나 관리의 용이성, 자돈의 압사 위험을 감소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모돈의 본능을 억제한다”면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교감 저하로 인해 모성본능이 감소하면 번식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목했다.

옥시토신이나 프로락틴 등 분만과 포유에 핵심적인 호르몬 분비가 억제되고, 둥지짓기를 충분히 하지 못한 모돈의 활동성이 증가하면서 자돈의 압사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관련 실험에서 분만틀을 완전히 개방하고 나뭇가지나 깔짚, 밧줄 등 둥지짓기에 필요한 환경을 충분히 제공한 모돈은 분만틀에 갇힌 모돈에 비해 혈중 옥시토신과 프로락틴 상승량이 높았다. 갇 태어난 자돈에 대한 초유공급도 더 원활했다.

바닥에 구멍이 뚫린 슬러리 돈사에서는 통상의 둥지짓기 재료 대신 야자매트를 제공해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함께 소개했다.

윤 교수는 “(옥시토신·프로락틴 등) 호르몬이 잘 나오면 분만시간도 짧아지고, 분만 후 발정재귀를 위한 난포발달도 순조로워진다”고 설명했다. 모돈의 교체주기가 길어지는 등 중장기적인 생산성적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윤진현 교수(왼쪽)는 둥지짓기 행동을 최대한 보장한 모돈(NEST)에서 옥시토신이 더 잘 분비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다만 “개방형 돈사로 공간만 준다 해서 (모돈에) 스트레스가 없을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점을 거듭 지목했다. 공간을 넓혀 주면서도 자돈의 압사를 막기 위한 다양한 시설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도 조언했다.

모돈의 군사에 대해서도 서열투쟁이나 먹이경쟁으로 인한 문제를 줄이기 위한 사양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군사에서) 서열 다툼 자체를 피할 수 없다”면서도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다툼이 오래 지속되고 격렬해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어웨어가 올해 1월 양돈업 종사자 7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2030년 이전으로 예정된 유예기간 내에 군사사육으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겼다(52.7%). 어웨어가 2022년 벌인 조사(32.8%)보다 반대응답이 오히려 늘었다.

기간내 변경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유로는 ‘투자금 회수(수익창출)가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58.6%로 가장 높았다. 군사로 전환하는데 비용이 드는 반면 사육규모나 생산성적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셈이다.

군사로 전환하면 돼지들이 서열 다툼을 벌이면서 상처를 입는다. 유산이나 건강 문제가 있는 모돈을 찾아내 관리하기도 힘들어진다. 그만큼 사육업무의 강도가 늘어나는데, 현재도 이주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는 돼지농장에서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2024년 어웨어가 양돈업 종사자 7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2030년까지로 예정된 유예기간 내 군사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자료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2024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양돈농가 인식조사)

이병석 한돈미래연구소 부소장은 “무조건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돼지가 있는 상태에서 공사하려면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군사 전환으로 인한 경제적 문제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자꾸 등을 떠밀리는 상황이라는데 답답함을 드러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군사 의무화로 인해 같은 면적에서 기를 수 있는 돼지의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만큼 대신 농장 시설을 넓힐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건의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해법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 전환과 관련해 반스톨, 전자동급이기(ESF) 등 여러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도 지목했다.

이 부소장은 “결국 농가가 스스로 경험해보라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앞서서 도입했던 농가는 다시 (관행사육으로) 돌아오겠다는 형편”이라며 군사 전환에 맞는 사양관리법이 보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025년 9월부터로 예정됐던 기존 산란계 농장의 사육밀도 기준 강화(마리당 0.05㎡→0.075㎡) 조치를 2027년 9월부터로 2년 추가 유예했다. 계사 건폐율을 상향하고 케이지 단수(9단→12단)를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도 동반했다.

돼지 모돈 군사 전환에서도 비슷하게 시한이 임박해서야 추가 유예나 규제 완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병석 부소장은 농가에서 군사 사육으로 전환하기 위한 선행조건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2030년에 가봐야 알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전중환 연구관은 군사 전환 시 돼지의 서열경쟁을 줄이기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동물복지인증축산처럼 높은 수준이 아닌 일반 농장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동물복지적 사육시설, 사양관리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개발하고 있다. 전 연구관은 “가이드라인을 두고 지난주 전문가 토론을 벌였다. 정리되는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어미돼지가 스톨 벗어나면 번식성적도 오른다? 군사 전환엔 현실적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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