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수의사 모두의 건강을 위한 길, 동물전용의약품으로 약을 약 답게②-김대근

조제 시 의약품 노출로 원치 않는 반응 생길 수 있어...동물전용의약품으로 수의사 건강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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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고에서 반려동물 의료현장에서 의약품 처방 실태와 그에 따른 고민 및 우려 사항들을 확인했다. 의약품은 그 사용의 대상인 반려동물에게도 중요하지만, 조제를 담당하는 수의사에게도 중요하다. 조제 시 의약품에 노출되는 것으로 인하여 원치 않는 반응이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의 임상 현장에서 분쇄 조제에 대한 약가루의 해악과 의료진들의 거부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서울의 대형병원인 서울아산병원 문전약국에서 집단적인 가루약 조제거부 사태가 발생했고(관련 기사), 이때 분쇄 처방 시 업무에 비해서 수가가 낮은 점, 기기세척에 품이 드는 점, 여성 약사의 경우 임신 시 기형 우려 등에 따라 조제를 거부하거나 직장을 그만두는 등의 사례가 소개되었다. 사람보다 분쇄 조제가 더 빈번한 반려동물 임상현장은 이런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사진 1] 분쇄 조제 시 불편사항(반려동물 임상수의사 대상 조사)

지난 기고에서 일선 수의사들이 분쇄 조제 시 느끼는 불편함에 대하여 언급했다. 대부분은 약의 효능에 대한 내용이었으나, 분쇄 시 발생할 수 있는 약 가루에 대해서 전체 응답자의 1/3 정도는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약이 동물에게 미칠 영향뿐만 아니라, 조제하는 자신에 대한 영향 또한 우려된다는 뜻이었다.

[사진 2] 소분분해하는 의약품의 분쇄방법

응답한 수의사의 약 80%, 즉 대부분의 반려동물 임상현장에서는 전동믹서를 활용하여 분쇄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약품을 분쇄하는 방식에는 막자사발(유발)을 활용하거나, 믹서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 약가루가 더 많이 발생할지는 자명하다. 사람의 임상현장에서, 약포지 상태의 알약(Tablet)을 물리력으로 분쇄해 주는 자동알약분쇄기가 존재하며 최근에 많이 도입된 것에 비해 반려동물 임상현장에는 이러한 기기는 거의 도입되지 않은 것 같다.

[사진 3] 약 가루로 인한 실제 위해 사례

약 가루로 인한 위해가 걱정되거나 실제로 위해 사례가 있었던 수의사 역시 응답자 중 절반을 넘었다. 호흡기계에 대한 우려가 전체 응답자의 1/3정도, 피부나 눈 등 접촉성 질환에 대한 우려가 있는 응답자가 전체의 20%가량이었다.

경구로 복용하는 약물의 경우, 주성분 이외에 다양한 부형제(Excipient)가 포함된다. 이 중 대부분은 식품으로 자주 사용되는 전분류, 유당류 등이다. 어떤 성분은 독성은 없지만 식품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셀룰로오스, 활석분말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런 성분들은 입으로 섭취할 때는 큰 문제를 유발하지 않지만, 원래 의도한 것과 다르게 호흡기계로 침투하거나 점막 등에 접촉할 때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다. 특히 광물유래의 부형제들은 그 자체로도 입자성으로 인한 염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여기에 더해 분말로 흡입할 경우 불순물로 포함된 석면으로 인한 호흡기계 종양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주성분이 발생시킬 수 있는 호흡기계 증상도 잘 알려져 있다. 산업안전 측면에서 제약업체 공정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직업병 조사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항생제나 소화제 등 반려동물 임상현장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의약품의 원료들은 분진으로 인한 직업성 천식을 일으킬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신 상태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 수의사들에 대한 위해도 고민해야 한다.

반려동물 임상현장에서 매우 다빈도로 사용되는 프레드니솔론 등 부신피질호르몬제들은 태아에 유해성이 있음이 알려져 있다. 원충 구제용으로 사용되는 메트로니다졸과 같은 성분도 임신초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이다. 수의 임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약물은 아니지만, 피나스테리드와 같은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계통의 약물은 태아에 심각한 기형을 유발할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약을 분말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은 이런 성분에 수의사가 노출되도록 한다.

[사진 4] 약가루를 제어할 수 있는 시설·설비 여부

설문을 통해 수의사들도 분쇄 조제의 불편함과 위해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임상 현장의 실상은 어떠한가?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가량은 작업공간 내 특별한 약가루 제어시설이 없다고 밝혔으며, ‘밀폐형 후드 등을 갖추어 대부분의 약가루를 통제할 수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가량에 불과했다. 동물의 건강뿐만 아니라 수의사, 우리 스스로의 건강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이 기고문의 주제인 ‘동물 전용 의약품’은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해 줄 가장 이상적인 열쇠다.

인체 임상현장에서 가루약 처방 시 동물병원처럼 막자사발이나 믹서를 사용하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 가루약 처방이 필요하다면, 한번 복용할 분량만큼의 알약을 약포에 넣고 약포 채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 분쇄해 주는 기기(알약분쇄기, 산제제조기 등)가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체용의약품을 동물용으로 사용할 때 체중 범위에 따라 처방이 어려워 분쇄 처방하는 것도 분쇄의 이유 중 하나인 바, 이를 응용한다면 불가피한 분쇄 처방 시에는 동물전용의약품을 체중 범위에 맞게 약포에 분배하고 가루가 날리지 않는 방법으로 조제하는 것 역시 방법일 것이다.

동물전용 의약품 사용에 있어 보호자들의 인식 문제나 법령·제도 등에 대한 문제 등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하는 것은 수의사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며 보호자에게도 중요한 과제다. 동물전용의약품은 각 동물의 생리적 특성에 맞춘 정밀한 용량 조절과 제형 설계를 통해 반려동물의 건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인체용의약품의 대체 사용 과정에서 초래할 수 있는 동물과 사람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동물전용 의약품의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세월 동안 정착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선시되는 것을 따져봐야 한다. 보호자의 인식개선과 법령·제도의 개선을 주장하는 것 보다, 동물전용 의약품의 사용을 확대하는 것처럼 지금 당장 수의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서 다른 것도 같이 해보자는 이야기다. 동물의료와 처방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수의사들이 먼저 실천해야 보호자와 관계부서 모두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 보호자, 수의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동물 전용 의약품 사용 정착을 기원한다.

동물과 수의사 모두의 건강을 위한 길, 동물전용의약품으로 약을 약 답게②-김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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