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USC) 이기용 박사
㈜페토바이오 김형석 대표
지난 호(바로가기)에서는 국내 동물병원에서의 항생제 사용현황 조사결과를 토대로 항생제 사용량 조사가 가지는 의의와 항생제 사용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내성 문제를 소개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항생제 내성 문제와 관련하여 중심이 되는 개념인 사람-동물-환경은 하나의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라는 ‘원헬스(One Health)’적 관점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과 내성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원헬스적 관점에서 바라본 반려동물 항생제 내성 문제의 의의
1) 반려동물과 인체에서의 항생제 사용 양상
항생제란 정의에 따라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물질의 총칭이며, 그 사용 목적에 따라 달리 사용할 수 있다. 개체 치료와 더불어 대부분의 약제 사용이 집단 내의 감염증 예방(Prevention) 및 방제(Metaphylaxis)를 목적으로 항생제를 제공하는 가축의 경우와는 달리, 반려동물의 경우 인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치료(Treatment)에 초점을 맞추어 투약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서 반려동물에서의 항생제의 사용 패턴은 인체의 경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위의 도표는 반려동물과 인체에서의 항생제 사용 양상을 비교하기 위하여 각각 국내의 반려동물병원과 전국 의료기관에서의 항생제 사용량(추정치)을 항생제의 계열별로 나타낸 결과다.
보다시피 반려동물의 경우 동물병원에서의 항생제 판매량을 바탕으로 사용량을 유추하였고 인체의 경우 입원 환자당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항생제를 처방받았는지를 기준으로 사용량을 나타내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사용량의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항생제 사용 패턴을 비교해보면 인체의 경우 cephalosporin, quinolone, penicillin, aminoglycoside, macrolide, sulfonamide 계열 등의 항생제가 주로 사용되었고, 반려동물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 반려동물 유래 내성균의 인체 전파
이전 호에서 언급하였듯이 항생제 사용량과 세균에서의 내성율에는 아주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다. 반려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으로 인하여 반려동물에서 분리한 세균들에서 해당 항생제들에 대한 높은 내성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반려동물 유래 항생제 내성균들은 직∙간접적인 전파를 통하여 반려동물 보호자나 동물병원 종사자에게로 전파될 수 있다. 국내외 연구를 통하여 관련 케이스가 지속적으로 보고되며 그 위험성과 경각심을 알리고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반려동물에서 사용량이 많은 항생제들의 경우, 인체에서의 항생제 사용 패턴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WHO가 제시한 인체의 내성균 문제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간주되는 항생제(붉은표시)에 모두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사용량이 가장 많은 cephalosporin과 quinolone 항생제의 경우 인체의 항생제 내성 문제에 있어 최우선순위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항생제와 일치한다.
더욱이 사용량은 적지만 인체 내성균 치료에 있어 최후의 항생제들로 알려진 colistin이나 carbapenem과 같은 항생제를 반려동물에서도 사용함에 따라 국내 반려동물에서 해당 항생제들에 내성을 가지는 세균들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이러한 내성균이 반려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면 궁극적으로 사람에서의 내성균 치료도 어렵게 할 수 있다. 또한, 인체 간의 전파를 통하여 지역 사회로까지 내성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심각성도 내포하고 있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3) 교차 내성
더욱이 항생제의 사용은 ‘교차 내성(Cross-resistance)’을 통하여 기존에 사용하지 않은 항생제에 대하여도 내성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이 된다.
교차 내성이란 한 약제에 대하여 내성이 생기면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는 다른 약제에 대해서도 내성이 생기는 현상 일컫는 용어다.
한 가지 항생제에 대한 내성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어 여러 가지 항생제에 대하여 내성을 가지게 되는 다약제내성(Multidrug resistance) 세균의 출현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국내 가축에서의 항생제 내성 실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양돈 분야에서는 세균성 호흡기 및 소화기 질환을 예방·치료하기 위하여 광범위 항생제인 페니콜(플로르페니콜)계열 항생제가 주로 사용된다.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함에 따라 항균 효과를 나타내어 가축에서의 감염성 질환들에 대한 유병율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반면, 내성 획득으로 인하여 양돈 분야에서는 페니콜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나타내는 세균들이 검출되고 있다.
더불어 페니콜에 대한 내성 획득으로 인하여 의도치 않은 항생제들에 대해서도 교차 내성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리네졸리드(Linezolid)라는 항생제다.
리네졸리드는 인체에서 ‘슈퍼 박테리아’로 잘 알려진 MRSA 나 다약제 내성균으로 인한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사용되는 항생제로서 이러한 중요도에 따라 오직 인의 분야에서만 사용이 허가된 항생제 중 하나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페니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교차 내성이 발생하여 리네졸리드에 대한 내성균이 출현하였고 양돈 농가에서뿐만 아니라 도체 및 돈육에서도 내성균이 검출이 되어 현재 국내외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관련 연구를 통하여 가축 농가의 작업환경적 노출을 통하여 리네졸리드에 대한 내성을 가지는 세균이 양돈 농가 종사자에서도 확인됐다.
수의 축산에서의 항생제 사용이 궁극적으로는 인체에 항생제 내성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보여주며, 원헬스 관점이 항생제 내성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는 점을 제시하는 근거 중 하나다.
가축에서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서도 세균성 감염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페니콜 항생제가 사용되고 있다. 해당 항생제의 지속적인 사용은 페니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한 세균을 선발하는 선택압(Selective pressure)으로 작용하여 내성균 출현을 유도할 것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에서도 페니콜 내성뿐만 아니라 다약제 내성 및 리네졸리드 내성을 추가적으로 획득하는 내성균의 출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반려동물에서의 리네졸리드 내성균과 관련된 국내외 보고는 없지만 항생제의 사용으로 인한 반려동물 유래의 리네졸리드 내성균의 출현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가축보다 인간과 더욱 밀접한 환경을 공유하는 반려동물 특성상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여 반려동물로부터 보호자나 동물병원 종사자 등 인체로의 전파 가능성은 가능성을 넘어서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신중히 사용하여 내성균 출현의 증가 속도를 늦춰야 한다. 하지만 국내 반려동물 유래 세균에서 페니콜 내성 양상의 경우, 증가하는 추세(반려동물 유래 포도알균의 경우, 19년 53.8%에서 23년 63.7%로 약 10%p 증가)에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페니콜 항생제뿐만 아니라 현재 사용되는 항생제들에 대하여도 이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 유래 세균에서의 내성률 변화 추이와 내성 기전 연구에서 기인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겠다.
나아가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교차 내성 문제는 항생제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고, 동물이나 인체가 병원체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한 방어 기전인 면역 체계에도 교차 내성을 가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내성균 감염증의 치료에 있어 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내성균 감염에 대한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각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동물에서의 항생제 사용과 사람에서의 항생제 내성 문제는 언뜻 보기에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동물-환경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원헬스’ 측면에서 보면 궁극적으로는 나비효과로서 인체의 건강과 공중보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에 관한 문제 의식은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보호자 및 사회구성원으로 확장되어 전국민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이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어지는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항생제 내성 문제의 심각성 및 중요성에 관한 사회전반적인 인식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에 대하여 논의해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2023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
2023 전국 의료기관 항생제 사용량 분석 연보.
2024 WHO List of Medically Important Antimicrobials
2024 Prevalence and molecular characteristics of carbapenem-resistant Escherichia coli isolated from dogs in South Korea. Journal of Veterinary Science
2022 Co-occurrence of cfr-mediated linezolid-resistance in ST398 LA-MRSA and non-aureus staphylococci isolated from a pig farm. Veterinary Microbiology
2013 Clinical Use of Colistin Induces Cross-Resistance to Host Antimicrobials in Acinetobacter baumannii. mb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