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감염병 렙토스피라증, 국내 반려견에서 연속 보고…‘주의 필요’

광주전남 지역에서 최근 몇 달간 10마리 이상 보고...혈액·소변으로 외부랩에 검사 의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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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숙주에서 렙토스피라 모습(출처 : Leptospira: the dawn of the molecular genetics era for an emerging zoonotic pathogen)

최근 인수공통감염병인 렙토스피라증(Leptospirosis)이 국내 반려견에서 보고되고 있어 일선 동물병원의 주의가 필요하다.

광주·전남 지역 개원가에 따르면, 최근 전남대학교 수의내과학교실(교수 이창민·노웅빈)에서 광주전남 지역 동물병원에 ‘렙토스피라증 예방’에 대한 공지를 했다고 한다. 지난 최근 몇 달 사이 전남대동물병원에 렙토스피라증으로 진단된 반려견 케이스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달에도 확진 케이스가 있었다. 전남대동물병원을 포함해 최근 광주·전남 지역에서 확인된 반려견 렙토스피라증 케이스는 10마리 이상이다.

해당 환자들은 외부랩을 통한 PCR 검사에서 렙토스피라증이 확인됐다. 급성신장손상(AKI) 증상을 보였고, 혈액투석을 받은 케이스도 있었다.

렙토스피라증은 인수공통감염병이자 제3급감염병이다. 그만큼 중요한 전염병이다.

실제, 사람에서는 지속적으로 렙토스피라증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렙토스피라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총 509명이다. 올해는 12월 12일까지 총 67명이 확진됐다(출처 :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

반면, 국내 반려동물 임상현장에서는 렙토스피라증이 상대적으로 거의 보고되지 않다 보니 수의사들의 관심이 적다. 반려견 종합백신도 렙토스피라가 포함된 5종 백신(DHPPL)보다 4종 백신(DHPPi)이 주로 이용된다.

그러나, 국내 반려동물 렙토스피라증 환자가 생각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한수의사회지 월간 [동물의료] 2023년 10월호 ‘책에서만 봤지, Leptospira(기고자 : 안운찬)’에 따르면, KVL에서 2021년 4건(총 698건, 양성률 0.57%), 2022년 3건(총 1,016건, 양성률 0.29%), 아이덱스(IDEXX)에서 2019년 1건, 2021년 1건(총 2,477건 중 2건, 양성률 0.08%)의 렙토스피라 양성 진단 케이스가 있었다. 미국 등 해외와 비교했을 때 발생률과 진단율이 낮은 편이다.

렙토스피라 세균에 노출되면, 1차적으로 점막을 통과하고, 감염 후 7일까지 혈액 내에서 병원균이 증식하게 된다(Leptospiremic phase). 이후 조직으로 침투하여 감염 7일 후 소변을 통해 병원균이 배출된다(Leptospiruric phase).

따라서, 렙토스피라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액뿐만 아니라 소변 검체까지 같이 의뢰해야 하는데, 외부랩에서 렙토스피라증 PCR 검사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빈혈 및 진드기 패널로 의뢰된 경우다. 혈액으로만 검사했다는 것이다.

해당 원고를 기고한 안운찬 스마트동물병원 내과 원장/혈액투석센터장은 “7일 차까지는 혈액 PCR에서도 양성이 확인될 수 있지만, 7일 이후에는 소변에서만 PCR 양성이 확인될 수 있다”며 혈액 검사(PCR)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렙토스피라증을 배제하면 안 되고 소변까지 의뢰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렙토스피라증을 의심하고 소변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검사를 의뢰 통한 배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부랩 관계자는 “혈액만 의뢰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렙토스피라 진단을 위해서는) 소변이 더 중요한 샘플”이라며 “렙토스피라증의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혈액뿐만 아니라 소변까지 의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의사들이 렙토스피라 감별을 위해 혈액 및 소변 샘플까지 같이 의뢰하면 지금보다 발생률·진단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또한, 외부랩 검사 의뢰 없이 일반적인 치료를 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즉, 현재 국내 반려견 렙토스피라증이 과소평가 되어 있는 셈이다.

원고에 따르면, 실제 스마트동물병원 신사본원의 렙토스피라 검사 양성률은 5.4%로 앞서 소개한 외부랩의 양성률(1% 미만)보다 높았다.

현재 렙토스피라증이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보고되는 것도 아니다.

안운찬 원장은 약 한 달 전에도 렙토스피라증 환자를 봤다고 한다. 경기도 외곽 지역 마당에서 양육하는 반려견이었는데, 다른 동물병원에서 외부랩에 진드기 패널 PCR 검사를 의뢰했을 때는 모두 음성이 나왔었다. 하지만, 안운찬 원장이 소변을 포함해서 재차 검사를 의뢰한 결과 렙토스피라증이 확인됐다.

Leptospira의 PCR 검출 가능 시기에 대한 모식도(@동물의료 2023년 10월호)

렙토스피라증의 정확한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운찬 원장은 “렙토스피라증은 항생제 치료를 적절히 잘하면 생존율이 일반적인 AKI 환자보다 더 높다”고 경험을 공유했다.

렙토스피라증은 급성신장손상(AKI)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감염체다. 따라서, 환자가 급성신장손상으로 내원하면 병력청취를 통해 야외활동이 많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오염된 물에 의해 전염되는 수인성 질환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오염된 흙 및 진흙 등에 의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고 한다. 안운찬 원장이 ‘월간 동물의료’에 소개한 케이스도 산책 시 흙을 파먹는 습관이 있었다. 꼼꼼한 병력청취가 필요하다.

전남대 수의내과학교실에 따르면, 렙토스피라증의 초기 증상은 발열, 식욕부족, 구토, 다음/다뇨, 근육통, 혈소판 감소 등이고, 이후 신부전(무뇨 또는 다뇨), 간부전, 황달, 췌장염, 응고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심각할 경우 렙토스피라 폐출혈 증후군(LPHS), 심근염, DIC 등 MODS(다발성장기부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데, 전남대동물병원에 내원한 케이스 중에도 MODS까지 보인 환자가 있었다.

렙토스피라증이 의심되면 외부랩에 혈액과 소변 샘플을 의뢰해야 하는데, 이때 주의가 필요하다. 인수공통감염병인만큼, 의심 환자를 다루거나 샘플을 채취할 때 마스크,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PPE)를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 환자의 소변이 묻은 패드를 치울 때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5종 종합백신 접종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4종 종합백신(DHPPi)보다 5종 종합백신(DHPPL) 접종 시 부작용 사례가 많다고 알려져 있고, 국내에 반려동물 렙토스피라증 보고가 거의 없다 보니 4종 백신이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반려견 렙토스피라증이 실제로 국내에 발생하고 있고, 케이스가 과소평가 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계·임상계에서 5종 백신 접종에 대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WSAVA(세계소동물수의사회)는 2024년 업데이트된 백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렙토스피라는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다”며 “렙토스피라가 풍토병(endemic)이고, 관련 혈청형이 알려져 있으며, 적절한 백신을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는 개에게 렙토스피라 백신을 접종을 강력히 권장한다. 이런 곳은 렙토스피라 백신을 코어백신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공통감염병 렙토스피라증, 국내 반려견에서 연속 보고…‘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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