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수의사 제도 도입안 3종 제시 ‘총괄조직 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

설립·인정전문의 뽑아도 기존 선발은 그대로 인정 안 한다..’기득권 없이 곧장 정식전문의로 가자’는 안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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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열린 반려동물 표준의료체계 권장안 도입 공청회에서는 동물병원 분류체계와 함께 전문수의사(수의전문의) 제도 도입안이 함께 제시됐다.

연구를 담당한 서울대 서강문 교수는 “공식적인 전문의 과정과 철저한 관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각 진료과목별 전문의 과정을 관리·감독할 총괄조직(Umbrella organization)을 빠르게 구성해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속도차는 있지만 이미 각 진료과별로 전문의 제도를 추진하고 있고, 공식적인 전문의 제도가 없는 가운데 ‘전문’을 내세우는 동물병원이 많아지며 보호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면서다.

도입안은 3종으로 제시했다. 전문의 제도의 근거 법령을 마련하고 총괄조직을 결성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은 같지만, 기존 경력 수의사가 수련과정 없이 전문의(설립·인정)가 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할지 여부에 차이를 보였다.

다만 이 경우에도 각 과별로 이미 배출된 전문의는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총괄조직이 마련한 기준에 따라 재평가하거나 시험을 통해 다시 선정하는 형태다.

아예 기존 과별 추진사항은 인정하지 않고, 법적 근거를 갖춘 전문의는 수련과정을 반드시 거치는 형태로만 새로 시작하자는 방안도 눈길을 끌었다.

반려동물 표준 의료체계 권장(안) 도입 연구를 담당한 서울대 서강문 교수

반려동물의료 수준이 높아지고 진료과목별 협진이 자리 잡으면서 전공과목에 전문성을 갖춘 수의사에 대한 수요와 공급 모두 커졌다. 전문의 제도가 없는 지금은 임상과목 대학원의 석·박사 학위과정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

특정 과목만 진료하는 전문병원도 늘어나고 있다. 본지가 2014년부터 시리즈로 진행하고 있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 시리즈도 최근 43편까지 진행됐을 정도다.

인의에서는 의료기관 명칭에 진료과를 표기하려면 해당 과목의 전문의여야 하지만, 수의에서는 별다른 조건이 없다. 전문진료를 내거는데 요구되는 자격이나 관리제도가 없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 보니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서강문 교수는 “연구·논문을 평가하는 대학원과 임상역량에 초점을 맞추는 수련과정(residency)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전문병원을 보는 보호자는 사람 의료기관에 빗대어 전문의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국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전문의 제도 현황도 함께 조사했다. 의사는 26개 과목, 치과의사는 11개 과목, 한의사는 8개 과목에서 전문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로 각 진료과 전공의과정의 연차별 환자취급범위와 교과내용, 학술활동 등 수련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 전공의 과정 시작 전에 인턴을 거친다는 점도 지목했다. 의사는 필수의료로 꼽히는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를 필수적으로 포함한 인턴교육과정을 거친 이후에 전문의 교육과정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 교수는 “수의사에도 전문의 과정을 도입한다면 (전문의 수련과정 전 임상경험)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목했다.

치과의 경우 전문의 제도 도입 이전에 치과의사가 된 경력자를 위한 ‘통합치의학전문의’를 과도기적으로 운영한 바 있지만, 이 같은 형태에 대해 연구진은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진료과목별 한국·아시아 전문수의사 진척도

국내에도 진료과목별로 전문의 제도 도입이 진행 중이다.

내과는 2019년부터 수련과정을 시작했다. 이미 시험을 통과한 내과전문의 7명을 배출했다.

외과는 2019년 설립전문의(founder)를 선정한 후 최근 인정전문의(de facto)를 처음 선정했다. 12월 9일(월) 강병재 서울대 교수 등 13인을 인정전문의로 공고했다.

영상의학과는 수의대 교수진에게 인정전문의 자격을 수여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안과는 ‘인증의’ 명칭으로 시험을 거친 정식 인증의 5명을 배출했다.

향후 법적 근거를 갖춘 전문의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한다면 이들 진척사항을 반영할 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

연구진은 기존에 과별로 추진 중인 전문의 제도를 ‘인증의’로 일괄 분류하여, 연구진이 도입안을 제시한 정식 ‘전문의’ 제도와 구분했다.

서강문 교수는 “신뢰성이 없는 제도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번 연구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면서 “제로베이스에서 원칙에 맞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연구진은 우선 전문의제도를 통할하는 총괄조직(KBVS, Korean Board of Veterinary Specialties)을 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괄조직이 각 진료과별 전문의제도가 운영상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인의 전문의처럼 전문의의 수련과정과 자격 등 제반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서강문 교수팀이 제시한 전문의 제도 도입안 3종

연구진은 전문의 제도 도입방법을 크게 3가지 안으로 제시했다.

이중 1·2안은 기존 경력 수의사들이 설립전문의나 인정전문의가 될 수 있는 기득권을 일부 인정한다. 서류평가로도 인정전문의가 될 수 있는 경로를 열어둔 것이 1안, 인정전문의도 반드시 시험을 거쳐야 하는 것이 2안이다. 수련과정이 시작되면 수련을 마치고 시험을 통과한 ‘정식전문의’만 배출되는 최종단계는 같다.

다만 1·2안도 기존에 과별로 이미 선정된 설립·인정전문의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총괄조직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기존 과별 인증의 제도들이 설립·인정전문의 선발에 적용한 기준과 실제 운영사항이 적합했는지를 점검한다.

기존의 기준이나 실제 선발 과정이 총괄조직의 가이드라인에 미치지 못한다면 인정하지 않는다. 정식 전문의 제도 상의 설립·인정전문의는 총괄조직의 인정을 받은 새 규정에 의거해 다시 선발해야 하는 셈이다.

서강문 교수는 임상·교육·연구 역량을 가늠할 객관적 자료도 부족한데 가령 교수라는 이유만으로 (설립 혹은 인정) 전문의 자격을 주었다면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교수냐 아니냐를 떠나 임상·연구·교육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후배 전문의를 키울 역량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3안은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배출된 국내 인증의는 ‘diplomate’가 아닌 ‘certification’으로 일괄 분류한다. 공식 전문의(diplomate)는 총괄조직의 관리 하에, 법적 근거를 갖추고, 진료과목별로 새롭게 시작될 수련과정을 거쳐, 시험을 통과해야만 배출되도록 하는 형태다.

기존에 전문성이 인정된 인증의도 정식전문의를 양성할 교육자(전문분야별 평가자) 역할까지만 할 수 있도록 하고, 누구든 전문의가 되고 싶다면 수련과정을 보내야 한다.

설립전문의·인정전문의 자체를 두지 않고 곧장 정식전문의 과정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보니 설립·인정전문의를 두고 ‘교수면 다 주는 것이냐’, ‘박사 후 경력은 몇 년이 적절한가’ 등 논란의 소지나 개원가의 불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서강문 교수는 수의과대학, 일부 대형동물병원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벌인 내부 의견조회에서 대다수가 ‘2안’을 선호했다고 전했다.

반면 개원가에서 참여한 최이돈 한국동물병원협회 차기회장과 김소현 해마루반려동물의료재단 이사장은 3안을 선호했다.

최이돈 차기 회장은 “기득권을 고려하기 보다 후배 수의사들이 더 나은 수의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 진행된 동물병원 분류체계와 관련해서는 전문의 제도 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거듭됐다. 상급종합동물병원(2차)의 요건에 병원 규모, 장비 등 하드웨어 측면의 기준만 제시할 수 없는만큼 진료과목별 전문성을 요구하기 위해 전문의라는 공신력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제안했던 1차·2차·전문동물병원 구분에도 전문동물병원의 핵심요건으로 전문의 자격을 제시했다.

최이돈 차기 회장은 “전문의 제도 도입은 동물병원 분류체계보다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전문의 제도가 자리잡으면 전문의들이 모인 동물병원이 자연스럽게 상급동물병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우연철 대수 사무총장은 전문의 제도와 동물병원 분류체계와 연계해 제도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대한의학회에서 전문의 제도 운영을 관리하는 것과 유사하게, 수의 분야의 전문의 제도를 관리할 총괄조직을 대한수의사회가 운영하면서 개별 문제점에 관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나기정 충북대 수의대 학장은 “전문의 양성을 위한 교육 인프라 지원도 필수적”이라며 “제도화뿐만 아니라 예산 지원까지 정부가 결심해야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수의사 제도 도입안 3종 제시 ‘총괄조직 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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