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경없는수의사회 라오스봉사 후기④] 전남대 김민규

해외봉사, 전·중·후 - 전남대 예과 2학년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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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경없는수의사회(VWB, 대표 김재영)가 10월 6일(일)부터 9일(수)까지 라오스 버리캄싸이주의 타파밧에서 해외 동물의료봉사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박용승 국경없는 수의사회 라오스지부장 및 3명의 수의대생의 후기를 차례로 공유합니다.

때는 내가 2024 부산수의컨퍼런스를 떠났을 때, 미리 부산에 도착하여 학과 선후배 동기들과 부산에서 짧게나마 부산 여행을 즐기고 있었을 때였다. 그러나 마음이 그리 가볍진 않았다. 며칠 전 국경없는수의사회(국경수) 단체 톡방에서 공지가 하나 날라왔었기 때문이다. 해외 동물의료봉사 지원자를 받는다는 공지다.

하고 싶은 마음은 이미 굴뚝이었다.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인 전남대학교에서도 마침 작년, 네오(NEO)라는 해외 동물의료봉사 단체가 탄생하였다. 데일리벳 학생기자로서, 자교의 일이므로 꼼꼼히 조사하여 기사를 쓰는 동안, 해외에 나가서 진행하는 봉사에 대해, 막연한 궁금증과 경험해 볼 필요성을 물씬 느꼈던 거 같다.

하지만 하필, 촉박한 기일 안에 부산을 떠나기 전 자기소개서를 내야 했다. 그때 나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은 뒷전이었다. 왜 해야 하는지. 나는 그게 궁금했다.

사실 떨어질 거로 생각했었다. 예과 2학년에 경험도 적은 내가 될 가능성은 낮으리라, 이미 머릿속으로 결론지었을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 지원서를 나의 봉사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는 스케치북으로 쓰고 싶었다. 여태 많은 봉사를 겪긴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내 느낌을 되새겨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해외 봉사와 국내 봉사의 차이점에 대해, 나만의 정리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생각을 정리하여 꾹꾹 눌러 담은 자소서 속에는, “사회구성원”과 “사회적 동물” 측면에서 봉사의 필요성, 그리고 해외 봉사 자체적인 의미를 나름대로 서술했다. 마지막 퇴고는 역동적이었다. 심야 고속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며 광주로 내려가는 부산 버스 속에서, 노트북으로 메일을 보내고 재차 확인을 반복한 이후에 편히 좌석을 젖혀 누울 수 있었다.

결과는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린 나에게 이런 기회는 행운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으나, 때로는 두려웠다. 폐 끼치지 않고 일 인분은 할 수 있을지, 봉사에서 과연 많은 것을 내가 얻어갈 수 있을지, 나 스스로 의심되는 긴 시간을 앞두고 있었다.

4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 빨리 두 가지 과제를 해내야 했다. 첫 번째, 일 인분을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기를 것. 두 번째, 봉사에서 얻어갈 것을 생각해 낼 것.

능력을 기르는 것은 운 좋게 적합한 기회가 왔다. 4주간 실습했던 동물병원에서, 내가 수의테크니션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과분한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곳에서 나는 보정, 채혈 보조, 백신 접종 보조, 처치 등의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학습 자료들도 많이 제공해 주어, 질병과 증상들을 숙지했다. 이렇게 쭉 배우고 봉사를 떠난다면, 수의사 선생님들만큼은 아니어도 적어도 보조는, 너끈히 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봉사에서 얻어갈 것은… 아무것도 추측되는 것이 없었다.

수의테크니션으로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은 이후부터일까? 조금 다른 것이 병원에서 보였다. 진정한 수의사란? 좋은 수의사란? 이런 생각이 퍼뜩 들게 되었다.

일을 하며 주로 응대하게 되는 사람은 보호자였다. 환자를 먼저 만나는 것은 수의테크니션이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보호자들의 태도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는 적이 많았다.

내가 수의사인 줄 알고 무작정 치료비가 비싸니, 환자를 안락사시켜 달라느니, 보호자인데도 동물을 재산과 물건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고 수의사가 돈 벌려고 과한 검사를 한다느니… 동물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접하게 되었다.

내 직업이 수의테크니션이라면 거기서 고민을 멈췄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장차 수의사가 될 것이다. 수의사가 되면 접하게 될 이런 인식들에 대해, 슬기롭게 대처할 수의사의 좋은 정신과 태도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얼마 전 기사에서 수의사들이 수의사 선서를 하는 사진을 보았다. 수의사 선서를 할 때는 수의사 신조를 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수의사의 기본적인 정신에 해당할, 수의사 신조를 찾아보게 되었다.

하지만 활자로 된 글들은, 나에게 큰 의미로 와 닿기 힘들 뿐이었다. 그래서 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수의사로서 동물을 대할 진정한 정신을 확인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의문으로 점철된 나날 중, 구조된 새끼 길고양이가 내원했다. 보통 병원은 소유권과 치료비 문제 때문에, 길고양이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같이 일하던 수의사 한 분의 강한 의지로, 병원에 들어섰다.

주치의 선생님과 나는, 밥을 손으로 먹이고 식사 시간을 쪼개 재롱도 받아주며, 지극정성 보살폈다. 36도 저체온에 눈도 못 뜨고 발발 떨던 생명이, 방방 뛰어놀 정도가 되었다.

퇴원 시 청구서에 미포함된 여러 항목을 보고, 주치의 선생님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음을 알았다.

나는, 그때 이게 봉사구나, 깨달았다. 작은 생명의 경외감을 상기하여, 계산하지 않고 의료인의 힘을 발휘한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게 수의사의 정신이었다.

길고양이는 우리나라 지면 위 고양이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와 수의사 선생님은 그 길고양이에게 봉사했던 것이고, 그럼으로써 수의사의 정신을 확인한 것이었다. 그때 나는 목표가 생겼다.

라오스라는 우리나라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든 상황에 부닥친 동물들에게 봉사하는 과정을 통해, 수의사의 정신을 확인하는 것. 그것을 하기 위해 나에게 해외 봉사라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는 것. 그것을 깨닫고 또 마음먹었다.

봉사로 정신을 진정히 확인하는 것. 열악한 동물의료 환경을 직면하여 피부로 느끼는 것. 생명이 무엇인지, 그에 필요한 나의 태도는 무엇일지, 소름 끼치도록 심오할 그 사상을 확인해 보기 위해,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이 아닐까도 싶었다.

봉사에서 난 더 배웠다. 빈곤하고 궁핍한 환경의 동물들을 보면서, 나의 역할을 상기시켰다. 나는 두 가지를 더 깨달았다.

첫 번째, 원 헬스에 대해..

라오스 봉사에서는 백신, 처치와 더불어 혈검 및 분변 검사를 진행했다. 100마리 이상의 검사를 목표했고 모두의 고생 끝에 달성했다.

이것은 백신 접종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광견병 퇴치를 위해 지속해서 확인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라오스 내부와 해외 봉사단에게 봉사의 효과와 질병 퇴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큰 파장이 있을 것이다. 국경수 모두가 해낼 첫걸음을 뗀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동물의 건강과 인간의 건강, 그리고 인간의 경제와 삶까지 도와준 것이다. 나는 이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수의사가 이런 큰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라오스에 도착하고 나서 뒤늦게 깨달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 능력의 부족함을 같이 깨달았다. 나는 수의학도로서, 아직도 수의사가 이런 국제적인 영향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부끄러워졌다. 여태 수의사의 주된 역할을 소동물 임상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못한 것을 여실히 깨달았다.

이런 내 생각은, 수의학도로서 나의 능력과 동시에 부족함을 깨달아, 국제적인 인재로 성장할 발돋움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열악한 환경에 대해..

봉사를 하면서, 그리고 마치고 오면서, 해외여행 온 것처럼 마음이 붕 뜨지 않고 무거웠던 적이 많았다.

특히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마을 순회를 통해 백신접종 및 채혈을 할 때였다. 마을에 긴 길이 있고 길 양옆에 집이 뜨문뜨문 있었다. 그 긴 길을 일렬로 걸어가면서, 집을 일일이 방문했다. 처치를 마치고 다시 그 길로 돌아가려던 그 순간, 나는 믿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처치했던 동물들과 사람들이 우리의 행렬을 따라오면서, 그들의 언어로 고맙다며 동물과 함께,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마중 나온 것이다.

그때 나는 느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환경이 어떻건, 전 세계적으로 같은 애정을 갖는데, 함께할 환경이 너무나도 차이가 크게 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 환경의 개선을 위해 내가 국제적으로 일조할 부분을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마음이 더 무거웠다. 그런 차이를 느낀 순간이 또 있었다. 한 집의 강아지 다리가 차에 치여 발목이 돌아갈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데, 병원을 못 가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교적 부유한 집의 강아지는 매번 먼 곳의 동물병원으로 통원할 정도로 빈부격차가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 채혈할 때 유난히 날뛰던 강아지가 있었는데, 보호자가 보정을 하다가 자신의 개에게 물렸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없을 광견병이 그 나라에선 심각한 인수공통감염병이어서, 보호자가 소독과 처치를 받았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가난한 국가의 동물의료 환경을 직접 보니 느낀 게 많았고, 여태 내가 너무 한국에 갇혀서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결심했다.

앞으로 진로를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 나갈 때, 세계 동물 의료를 위한, 국제적으로 뻗어 나갈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종양을 연구하는 임상 교수가 되고 싶다. 이해관계를 초월한 의술을 베푸는, 봉사자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에 3개 암이 발병한 환자가 내원했다. 밤을 새워 환자를 공부했고, 전남대 동물병원에 전원한 후 실습했던 실험실의 외과 교수님께 부탁해 수술을 참관했다. 병원에 돌아와 상담했을 때를 나는, 잊을 수 없었다. 예후는 극히 불량. 시한부 3개월. 끝이 정해졌던 것이다. 주치의 선생님의 눈빛이, 환자의 눈빛과 겹쳐 보였다. “배웅할 때구나.”

무기력함이 전신을 짓눌렀지만, 이겨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의료의 최전선에서, 암과 맞서 싸울 임상 교수가 되고 싶었다. 또 최후의 보루로서, 암 센터를 세우고 싶었다.

나의 진로 방향을 갈고 닦는데, 이번 봉사는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연구와 봉사를 고집 있게 계속하여, 국내뿐 아닌 국제적으로, 동물의료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봉사를 멈추지 말 것을, 또 순박하던 라오스 시민과 동물의 눈빛을 기억하며, 학업을 계속하겠노라 스스로 말하고 싶다.

이런 학업과 진로에 큰 파장을 일으킬 기회를 주고, 부족한 나를 성심성의껏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한다. 받은 것 그 이상을 베풀 것을 다짐하면서 소감을 마치고 싶다.

[2024 국경없는수의사회 라오스봉사 후기④] 전남대 김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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