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 교수 숫자, 동물병원 진료건수, 연구비 수주실적까지 정량 평가한다

3주기 인증기준에 정량지표 대폭 반영..교육과정 관리 역량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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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기 수의학교육 인증에는 정량평가가 늘어난다. 정성평가로 점철됐던 2주기까지의 인증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의과대학의 교원수부터 예산, 교육시설 면적, 학생실습시간, 부속동물병원의 진료실적까지 정량지표로 제시한다.

당장 적격·미흡 판정에는 반영하지 않지만 졸업생당 반려동물 부검수, 대학동물병원의 축종별 환자수 등 유럽수의학교육인증(EAEVE)이 요구하는 상세정량지표들도 자체적으로 산출해보도록 의무화된다.

수직·수평 통합교육과정 도입, 임상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수의기본진료수행지침·기본임상실기지침 활용도 인증기준에 반영한다.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3주기 기준의 세부 내용이 12월 19일(목) 분당 스카이파크 센트럴호텔에서 열린 ‘3주기 수의학교육 평가인증기준 공청회’에서 공개됐다.

(왼쪽부터) 3주기 인증기준을 영역별로 소개한 남상섭, 이기창, 정성목, 원청길, 남상윤 교수

이날 공청회에서는 평가인증기준의 ▲조직과 운영 ▲교육과정 ▲학생 ▲교수 ▲시설 및 자원의 5개 영역에 걸쳐 다수의 정량지표가 제시됐다.

3주기에는 수의과대학의 예산을 양적·질적으로 평가한다. 교육실습비를 제외한 운영비가 학생수 대비 얼마나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학생이 낸 연간 등록금의 10% 이상을 실험실습비, 표본제작비, 임상수행평가 관련 시설·기자재 구입비 등 학생교육과 관련된 직접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이들 ‘직접비용’을 각각 정량적으로 산출해 평가해야 하는 셈이다.

‘임상실습 수강반의 규모가 적당하다’는 2주기 규정은 3주기에서 ‘임상수의학 실습은 실습지도자(교수, 대학원생, 조교, 상급학생 등 포함) 대 학생 비율을 1:10 이하로 유지한다’는 식으로 수치화된다. 기본수의학 실습의 비율은 1:20 이하로 제시됐다.

교내외를 아우르는 현장실습시간은 1,200시간 이상 확보해야 한다. 이중 대학동물병원의 임상로테이션이 600시간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

학생의 학업성취를 위한 제도를 운영하도록 하는 항목을 신설하면서 ‘수의과대학 학생의 중도탈락률(제적, 자퇴 등)이 10% 미만이어야 한다’는 정량지표를 포함했다.

교원에서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의학계열 전임교수 확보율 100%를 충족하도록 요구한다. 원청길 경상국립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이를 만족할 수 있는 대학이 거의 없지만, 분명히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교원의 연구·진료역량도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연구에서는 최근 3년간 교수 1인당 논문·저서 연평균 1편 이상, 외부 연구비 수주실적 연평균 3천만원 이상일 것을 요구한다. 진료에서는 같은 기간 임상수의학 전임교수의 진료 실적이 증가하는 추세여야 한다. 진료 실적에 대해 원 교수는 “진료건수와 매출 모두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상교수의 진료실적에 대한 평가와 보상체계도 마련하도록 했다. 남상섭 건국대 교수는 “임상교수의 진료가 많아져야 학생들을 위한 임상교육도 용이해진다”면서 “진료실적에 대해 금전이나 연구포인트 같은 보상체계를 운영하는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의 시설·자원 측면에서도 여러 정량지표가 제시된다.

전용강의실은 학생 1인당 1㎡이상, 실습실·도서관·멀티미디어실·임상실기실습실 등을 포함한 교육기본시설 및 지원시설은 학생 1인당 20㎡ 이상 확보해야 한다.

대학 동물병원에 대한 항목도 신설되는데, ‘학생 교육을 위한 적절한 진료 건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기준도 포함된다. 남상윤 충북대 교수는 “한국수의내과전문의가 요구하고 있는 3년간 2천건 이상의 진료건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AEVE에서 활용하고 있는 정량지표를 반영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EAEVE는 반려동물, 반추동물·돼지, 말, 특수동물, 조류 각각의 대학동물병원 내원 환자수와 부검수를 측정해 졸업생 숫자로 나누어 평가한다. 학생 1명이 대학에서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수치화하는 셈이다. 이를 전체 EAEVE 인증대학들의 평균값, 최소값과 비교할 수도 있다.

교원수, 교육을 지원하는 직원수, 임상교육시간, 비임상 실습시간 등도 정량지표에 포함된다.

3주기 인증기준은 피평가대학이 위 EAEVE 지표에 따른 수치를 자체조사하도록 요구한다. 항목별 수치 자체를 두고 적격·미흡여부를 가르지는 않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교육실태를 자체평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기창 전북대 교수는 “당장 해당 수치가 얼마인지를 평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치화된 자료를 자체적으로 확보했는지 여부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3주기를 거치며 일단 현황을 파악한 후 4주기에서는 (평가인증지표로의 반영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AEVE에서 활용하고 있는 수의학교육자원 정량지표 (자료 : 이기창 교수)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도 강화된다.

3주기에서는 각 대학이 수직·수평적 통합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여부를 평가한다. 해부학과 생리학을 통합한다면 수평, 해부학과 수의영상의학을 함께 가르친다면 수직통합의 예가 될 수 있다. 이기창 교수는 “(의대처럼) 전부 통합교육을 실시하기 어렵더라도 개별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수의과대학협회 교육위원회가 개발하고 있는 수의기본진료수행지침, 수의기본임상수행지침을 교육에 활용하는지 여부도 평가대상이다.

‘교육과정위원회’ 운영도 의무화된다. 이기창 교수는 교육과정위원회가 ‘교과과정’위원회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기존 과목을 늘리고 줄이는 문제를 다투는데서 벗어나 6년 과정 전반을 통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학 교육과정의 계획·실행·평가 실무를 담당할 ‘수의학교육실’ 설치도 의무화된다. 수의사인 전임교수를 교육실 책임자로 임명하고 상근인력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 박인철 원장은 “(2주기 평가에서) 자체평가보고서를 가장 형편없게 작성한 곳은 교육실이 없는 대학이었다”면서 “학장 변경이나 각 대학 상황에 따라 교육개선의 동력이 낮아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의학교육인증원은 오는 1월 22일(수) 2차 공청회를 열고 내년초 3주기 평가인증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당장 2026년 건국대와 서울대가 3주기 인증을 앞두고 있다.

수의대 교수 숫자, 동물병원 진료건수, 연구비 수주실적까지 정량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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