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대학교 정연수 교수
㈜페토바이오 김형석 대표
지난 기고(바로가기)를 통해 사람과 반려동물에서 쓰이는 항생제의 사용 현황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항생제 내성균의 상호 전파 가능성의 위험성을 역설했다. 이전 기고들을 감사하게도 읽어주신 독자분들이라면 항생제 오·남용의 위험성과 신중한 항생제 처방의 중요성에 대부분 공감을 하였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려동물의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항생제 사용에 대한 과학적인 이론과 실제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동물병원 의료종사자와 보호자의 항생제 사용인식을 알아보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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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2023년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실시한 ‘동물병원 의료종사자와 보호자의 항생제 사용 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보호자의 경우 항생제 내성에 대한 기본 개념은 대부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반려동물과 사람 간에는 내성균을 공유하기 어렵다는 잘못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여전히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의 항생제 처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내성 문제를 반려동물에 국한하여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치료용 항생제를 선택하기 위해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경험한 적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는 절반 이상이 경험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보호자의 일부는 비용적인 부담으로 검사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잘 실시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보호자들이 검사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동물병원 의료종사자들의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인의병원과 마찬가지로 동물병원에서도 결과를 얻기까지 최소 3~4일이 소요되는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실시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볼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항생제 처방 가이드 준수와 임의적인 자가진료 금지 등 이미 잘 알려진 내용 이외에 정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여러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One Health 개념을 바탕으로 항생제 오·남용의 위험성을 공익광고 형식으로 제작하여 전파한다. 최근 질병관리청에서 사람 항생제 오·남용을 주의하자는 캠페인송을 만든 바 있으나 여기에는 아쉽게도 ‘사람-동물-환경’이라는 One Health 개념이 빠져 있다.
TV 방송과 뉴미디어 플랫폼(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을 통한 공익 광고는 자연스럽게 보호자들의 인식 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신속한 항생제 내성균 진단법 및 대체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
현재 미국 정부가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만큼 강조하고 있는 것이 신규 항생제 개발 분야다. 이를 위해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을 도입하였고, 개발사에게는 신속허가 및 시장 독점권 등의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항생제를 개발하는 속도보다 내성균이 출현하는 속도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만 집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병원이나 동물병원 현장에서 빠른 시간내에 항생제 감수성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진단법과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의 개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내의 경우 ㈜씨젠에서 PCR로 clarithromycin에 내성을 보이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검사하는 제품을 선보인 바가 있다.
셋째, 동물병원의 항생제 사용 절감을 장려하기 위한 실질적인 의료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인의병원의 경우, 2014년부터 처방행태 개선을 유도하기 위하여 의원급을 대상으로 항생제 처방률 등의 평가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또는 디스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가감지급 사업을 시행 중이다. 해당 사업이 항생제 사용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실제로 처방률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사람의 의료 정책을 그대로 동물병원에 적용하는 것은 아직까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이해 관계자들의 지속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세 차례에 걸친 반려동물 항생제 내성 문제 관련 기고를 갈무리하고자 한다.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관·학의 밀접한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오랜 기간 노력의 결실로 올해 8월에는 질병관리청에서 1기(‘19~’23) 「원헬스(One Health)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사업(R&D)」 사업 성과 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성과가 향후에도 끊이지 않고 지속되기를 바라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테이블에 모여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2023 반려동물 항생제 사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방안 연구. 농림축산검역본부
2022 반려동물 항생제 사용 교육콘텐츠 개발. 농림축산검역본부
2024 1기(’19-’23) One Health 항생제 내성균 다부처 공동대응사업 성과 통합분석 보고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2024 [캠페인송] 항생제 많다고 빨리 낫지 않아요. 질병관리청
2012 GENERATING ANTIBIOTIC INCENTIVES NOW.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2023 항생제 및 주사세 처방률 추이.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