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양형기준 초안 의결, 동물보호법 최고 형량보다 낮게 설정
양형위원회, 제136차 전체회의에서 동물보호법위반범죄의 양형기준 초안 의결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상원)가 동물학대 양형기준 초안을 의결했다. 의결된 양형기준은 지난해 마련한 양형기준안과 동일하다.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제1유형) 가중 권고형량은 ‘8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범죄 최고형(3년)보다 낮다.
특별가중인자가 많으면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상한을 1/2까지 가중하는 원칙이 있지만, 최근 동물학대범죄에 최고형(징역 3년) 선고가 종종 나오는 분위기에서 ‘양형기준이 오히려 동물학대 범죄 처벌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형위원회(위원장 이상원)가 13일(월) 오후 3시 30분 대법원 1605호 회의실에서 제136차 전체회의를 열고 동물보호법위반범죄의 양형기준(이하 동물학대 양형기준) 초안을 심의·의결했다.
의결된 동물학대 양형기준에 따르면,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제1유형)는 기본적으로 징역 4월~1년 또는 벌금 300~1200만원의 형량이 권고된다. 감경하면 징역 8월 이하 또는 벌금 100~700만원, 가중하면 징역 8월~2년 또는 벌금 500~2000만원이 권고된다.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제2유형)는 기본적으로 징역 2~10월 또는 벌금 100~1000만원의 형량이 권고되고, 감경하면 징역 6월 이하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 가중하면 징역 4월~1년 6월 또는 벌금 300~1500만원이 권고된다.
동물학대 양형기준은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동물보호법 제97조 제1항 제1호, 제2호),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동물보호법 제97조 제2항 제1호(제10조 제2항), 제3호], 위 각 행위의 상습범(동물보호법 제97조 제6항)의 범죄를 저지른 성인(19세 이상) 피고인에 적용된다.
양형위원회는 “동물보호법위반범죄의 법정형, 그와 법정형이 동일한 다른 범죄들의 권고 형량범위, 양형실무, 동물복지와 동물의 생명권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권고 형량범위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형량 범위 상한 1/2까지 가중 가능하지만…“권고 형량범위 상향 필요”
‘양형기준’은 법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량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범죄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이 정해 두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동물학대범죄의 처벌이 약하고 대부분 불기소, 벌금형에 그치자 ‘동물학대 범죄의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의결된 양형기준의 가중 권고형량(2년형)은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범죄 최고형(3년형)보다 낮다. 특별조정을 거치면 형량범위 상한이 법정 최고형까지 가중되지만, 그럼에도 권고형량 범위가 전체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조정된 가중영역이란 특별가중인자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때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상한을 1/2까지 가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2가지 유형 모두 특별조정을 거치면 최고형까지 형량 범위가 높아진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제1유형)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에 이르게 하는 행위(제2유형)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습범은 동물보호법 제97조 제6항에 따라 각 형의 1/2까지 가중 처벌될 수 있다.
동물학대 양형기준이 마련되기 전, 양형기준으로 오히려 처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2023년 5월 양평 대규모 개학살 사건 피의자에게 징역 3년의 동물보호법 법정최고형이 선고되는 등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조금씩 나오는 분위기에서 양형기준이 오히려 판사의 선고를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박찬민 변호사도 본지 기고를 통해 “(동물학대 양형기준 마련은) 양형기준 부재에 따른 법원(법관)간 상이한 형량 실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양형위원회가 심의한 양형기준안상 권고 형량범위는 전체적으로 낮은 편으로 그 필요성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찬민 변호사는 심의된 권고 형량범위를 기준으로 감경, 기본, 가중 모든 영역에 걸쳐 2~6개월씩 상향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행유예 참작 사유도 더욱 엄격하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이날 의결된 동물학대 양형기준 초안은 2월 17일(월) 공청회와 3월 24일(월) 제137차 양형위원 전체회의를 거쳐 최종 의결·확정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