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물복지와 원헬스, 새로운 수의사 신조가 열어갈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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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수의사회 동물보호복지위원장

김재영

최근 대한수의사회는 수의사 신조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동물보호복지위원장으로서 새로 개정되는 수의사 신조의 내용에 “동물복지”와 “원헬스(One- Health)” 개념이 반영되어야만 하는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소견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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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30년전만 해도 수의학은 주로 가축의 질병 예방과 치료, 전염병 방역, 위생, 그리고 축산업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학문이었다.

동물은 주로 ‘산업적 자원’이나 ‘가축’으로 여겨졌고, 애완동물은 한정된 계층의 문화로 여겨지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천만을 훌쩍 넘어섰고, 반려동물을 지각하는 생명체이자 가족의 일원으로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농장동물 또한 인간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는 대상에서 건강과 행복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대상으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동물복지는 단지 ‘아프지 않고 살아 있게 하는 것’을 넘어, 동물이 종(種) 고유의 습성과 요구를 최대한 충족하며,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나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 진료에서도, 농장·실험동물 관리에서도, 야생동물 보호와 생태계 보전에서도 동물복지는 이미 국제적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의사 신조가 동물복지에 대한 어떤 언급도 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현대 수의학의 위상을 고려할 때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전세계를 휩쓴 신종 감염병 코로나19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 향상이 곧 인간의 건강 그리고 생태계 전반의 안녕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건강은 동물과 환경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으며 동물과 생태계에 대한 세심한 관리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수의사는 단순히 동물을 치료하는 전문 인력을 넘어, 동물복지의 수호자이며 환경 보호 활동에도 기여해야 하는 전문 역량을 갖춘 직업군이다. 공중보건 전문가로서 인간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수의사 신조에는 동물복지뿐 아니라 인간·동물·환경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원헬스’ 개념도 분명히 반영되어야 한다.

대한수의사회는 오랜 시간 동안 공중보건 기여와 동물 건강 관리에 대한 사명감을 고취해 왔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 동물권(權) 존중과 생태계 보전, 인수공통감염병 예방 등의 사회적·학문적 요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제는 한층 확장된 개념을 반영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새 신조에는 동물복지의 가치를 명시해야 한다. 동물을 단지 자원이나 애완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독립적 생명체이자 권리의 주체로 인정함을 개정할 신조에 명시함으로써 수의사의 생명윤리와 책임을 재정립한다.

공동체 건강을 위한 원헬스 관점 도입해야 한다. 동물과 인간, 환경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새 신조에 명문화함으로써, 수의사들이 감염병·환경·생태계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전문성·윤리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반려동물 진료에서부터 농장동물 복지, 야생동물 관리와 공중보건에 이르기까지 전문적 업무 범위가 확장되는 만큼, 윤리 수준과 책임 의식을 더욱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수의사의 역할이 다양해질수록 그에 맞는 책임과 투명한 윤리 기준도 요구된다. 수의사 신조 개정은 단순히 문구를 고치는 작업이 아니라, 수의사들이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있음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계기가 된다.

이를 통해 수의사는 동물과 인간, 그리고 환경의 ‘균형’을 지키는 핵심 전문 인력으로서, 사회적으로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의 위상을 다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동물복지’와 ‘공중보건’이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수의사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더 분명히 알게 되며, 이는 곧 수의사-사회 간 유대감과 공감대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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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동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전문가 직업군이다. 인간·환경과 맞닿아 있는 위치에서 생활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수의사 신조 개정안에 동물복지와 원헬스에 대한 책임을 더욱 명료하게 설정하는 일은 수의사들이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동물복지를 지향하는 수많은 시민의 목소리와 현장 수의사들의 경험이 적극 반영되어, 시대를 선도하는 수의사 신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동물과 사람 그리고 생태계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대한수의사회 동물보호복지위원회도 최선을 다해 지혜를 모으고 실천 방안을 마련해 가겠다.

[기고] 동물복지와 원헬스, 새로운 수의사 신조가 열어갈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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