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식 녹십자수의약품 대표 “상장 계기로 반려동물분야 M&A 적극 나선다”
녹십자수의약품 나승식 대표를 만나다
올해로 창립 52주년을 맞이한 녹십자수의약품(대표 나승식)이 지난 12~14일(수~금) 태국 방콕에서 열린 2025년 아시아 국제축산박람회(VIV ASIA 2025)에 단독부스를 꾸려 참가했습니다. 박람회 첫날 저녁에는 글로벌 파트너사를 초청해 별도로 GCVP Night 행사도 개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임직원 4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녹십자수의약품이 해외에서 대규모 국제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떤 이유였을까요? 녹십자수의약품의 나승식 대표(수의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대표님. 녹십자수의약품이 VIV ASIA 2025 박람회에 처음으로 단독부스로 참여하고, 별도 행사(GCVP Night)도 개최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가 녹십자수의약품에 합류한 게 2018년 12월입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근무하기 시작해서 햇수로 7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취임 이후 ‘변화(Transformation)’를 회사의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다양한 목표를 세웠는데요, 그중 하나가 ‘글로벌화’였습니다.
처음 회사에 합류했을 때는 ‘글로벌’을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국제수준에 맞는 공장과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직원 등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이 없었거든요. “글로벌로 가야 해”라고 하면 “글로벌로 가면 뭐가 좋은데?”라는 반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글로벌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고, 준비하는 데 5년 정도 걸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녹십자수의약품의 글로벌 전략을 세계 무대에서 인사드리는 첫걸음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직원들과 함께 방콕에 왔습니다. 직원들도 이번 경험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GCVP Night의 경우 녹십자수의약품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거나, 파트너십 논의를 하는 회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회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였습니다. 글로벌 회사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행사인데요, 저희가 이런 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첫 행사였지만, 저희 회사의 젊은 직원들이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런 직원들이 10년 후 회사의 주역이 됐을 때 녹십자수의약품은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되어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언젠가 ‘우리는 글로벌을 추진하는 회사다’라고 말하지 않더라고, 모두가 자연스럽게 녹십자수의약품을 ‘글로벌 회사’로 인식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Q. 글로벌뿐만 아니라 CI와 사명을 새롭게 정립하고 코스닥 상장·연매출 1천억원 달성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는데.
생명과 사람, 동물은 하나라는 One Health(원헬스) 개념을 반영해 새로운 CI를 만들었고, ‘Better life with healthy animals’라는 사명 아래 2027년까지 코스닥 상장, 글로벌 진출, 연 1천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업계 리딩 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better life는 사람의 더 나은 삶을 의미합니다. 동물은 물론 사람의 삶의 질까지 고려한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원헬스와 ESG라는 기본 철학을 바탕으로 ‘건강한 동물’과 ‘사람의 더 나은 삶’을 연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참고로, 원헬스를 상징하는 CI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2023 굿디자인 어워드’ 브랜드 디자인 부문에서 우수디자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답니다(웃음).
Q. 원헬스와 ESG 경영은 어떻게 강조하게 되셨나요?
제가 수의사 출신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또한, 보건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때 전공이 원헬스였습니다.
UN이 정한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The United Nation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동물과 관련된 아젠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용의약품 회사로써 수익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파괴, 기후변화, 식량부족 등 사회적인 문제 해결해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동물용의약품 회사가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식량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원헬스를 바탕으로 한 CI 리뉴얼로 이어졌고, 회사의 슬로건도 다 원헬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Q. 대표님 합류 이후 반려동물 분야 매출 성장이 크게 늘었습니다.
네. 지난해 회사 매출은 2015년 대비 약 3배 성장했으며, 국내외 파트너사도 21개로 늘었습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 매출 비율이 지속 상승 중입니다. 전체 매출 중 약 41%가 반려동물에서 나왔습니다.
여러 기업에 투자했고, 인수합병(M&A)도 진행했습니다.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인데, 상장을 통해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시장에서 더 적극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설 예정입니다.
Q. 다른 회사와의 협력도 많이 강조하시는데.
혼자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습니다. 파트너들과 함께해야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Better life with healthy animals에 이어 ‘Further Together’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희 공장에서 다른 회사 제품을 OEM 생산하는 것도 이러한 협력의 일환입니다. 현재 녹십자수의약품 공장 생산 제품의 70% 정도가 파트너사 제품입니다. 저희 회사 제품도 해외에서 OEM 생산하기도 하죠. 이럴수록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관리)이 중요해집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높은 수준의 SCM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희도 SCM 조직을 만들고 역량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직접 연구개발부터 생산, 마케팅·영업, 판매를 모두 다 하는데요, 이러한 형태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경쟁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회사는 연구개발에서도 R&D뿐만 아니라 C&D(Connect & Development)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내부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국내외, 학계 등과 협력해 좋은 제품을 함께 만드는 것이죠. 이런 부분이 녹십자수의약품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난 2023년 녹십자수의약품 창립 50주년 기념행사 때 대표님의 비전 발표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세운 비전,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한 단계씩 발전하는 게 놀랍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전입니다. 우리 회사가 몇 년 후에 어디로 가야 할지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정했습니다. 일관성 있는 비전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죠.
현재 녹십자수의약품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저희 임직원들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물론, 직원들도 많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실패도 해보고, 성과도 내면서 많은 성장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직원들의 역량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죠. 이렇게 같이 성장한 직원들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세부 전략과 전술은 조정할 수 있지만, 저희가 목표로 세운 길에 대한 확신이 흔들린 적은 없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원하는 그곳에 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Q. 대표님 개인에 대한 질문입니다. 5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회사에 혁신과 변화를 주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임 이후 예산캠퍼스로 공장 이전, 여러 회사 인수합병, 반려동물 분야 집중 투자, 협력 회사를 통한 제품 생산 및 공급 등 회사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다양한 혁신과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나요?
능력 있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항상 최상의 텐션을 유지하지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리더로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동기부여하고 자기반성을 해야 합니다. 동료들에게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동료들이 일관성 있게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능력 있는 동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 저도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죠.
Q. 잠깐 언급해 주셨는데요, 녹십자수의약품이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가요?
네. 올해 10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동물용의약품 회사들이 10개 정도 상장되어 있는데 꽤 오랫동안 신규 상장회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상장에 많은 관심을 두는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자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동물용의약품 시장은 1.3조 원 규모이고 정부가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연간 400여억 원 정도입니다.
저희가 상장을 잘하고,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면, 녹십자수의약품뿐만 아니라 국내 동물용의약품 산업 전체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겁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다른 회사들도 재평가받고, 투자로도 이어질 수도 있겠죠. 업계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습니다.
상장을 통해 반려동물 시장에서 적극적인 M&A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시설투자도 하겠지만, R&D와 M&A를 통해 가치를 확장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글로벌 회사들도 괜찮은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합니다. 저평가된 기업을 인수하여 발전시키는 A&D 전략을 쓰죠. 저희도 상장 이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Q.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희가 세운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직원들이 일하기 좋고 만족하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에 우리가 바라는 것을 이루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녹십자수의약품이 전체 동물용의약품 산업과 동물병원을 포함한 고객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제대로 인정받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