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제역이 확산세를 잠시 멈추는 모양새다. 3월 23일 이후로는 발생농장이 추가되지 않고 있다.
총 14곳의 발생농장은 모두 한우농가로 규모가 다양하다. 전남은 자체적으로 100두 이하 규모까지로 수의사 접종지원 농가를 늘렸는데, 이에 해당하는 발생농장이 8곳으로 더 많다.
수의사가 백신을 접종했을 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왜 더 많은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수의사 접종 실명제를 도입하자느니, 수의사가 접종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마저 들린다.
지금도 구제역 백신 수의사 접종지원 사업은 사실상 실명제다. 시술비는 두당 6천원이다. 각 수의사가 어떤 농장에서 몇 마리나 접종했는지 명확해야 시술비를 줄 것 아닌가. 접종 후 예방접종 대장 및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축산물 이력관리시스템에 구제역 백신 접종 정보를 등록한 후에야 시술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수의사가 접종한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페널티를 주겠다는 시각도 위험하다.
실제로는 접종하지 않고 접종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했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한 농장에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은 다양하다. 각 야외주별로 백신주의 방어능이 다를 수도 있고, 개별 백신제품이 생산단계부터 접종되기에 이르기까지 콜드체인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백신은 질병을 100% 막지 못한다. 감염될 가능성, 추가 확산될 위험을 줄여주는 수단일 뿐이다. 이는 코로나19를 겪은 국민들도 모두 아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는데도 감염된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그럼 그들에게 백신을 접종한 의사를 찾아 페널티를 주자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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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구제역 방역정책을 요약하면 ‘백신구입비 지원+농가 자가접종’을 중심으로 일부 농가에만 수의사 접종을 추가 지원하는 형태다. 효과도 분명 있다. 최근에는 2~4년에 한 번으로 발생 빈도를 줄였고, 2017년 이후에는 발생해도 농가 확산 규모를 주변 농장 10곳 안팎으로 억제하고 있다. 백신 구입비와 수의사 접종지원, 모니터링 채혈비를 합쳐 연간 750억원을 투입한 결과다.
하지만 비발생, 청정화를 목표로 한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빈틈없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이에 대해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유산 등을 우려한 농가의 백신 기피를 극복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애초에 평시 일제접종에서 임신말기 암소에 대한 접종 유예를 인정하고 있다.
지역 인맥이자 고객인 농가의 백신 기피에 수의사마저 일정 부분 동조하는 경우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실제로는 일부 개체의 접종을 유예하고 약만 남겨둔 채 나왔는데도, 전두수 접종을 완료한 것처럼 보고해 시술비를 부정수급한 수의사가 있다면 공수의의 자격이 없다.
일부 개체에 백신접종을 유예했다면 이를 정확히 기록하고, 연중 상시적으로 추적 접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농가별로 유예 개체를 제대로 추적해 접종하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4월·10월 일제접종 때 아예 유예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고민들도 ‘구제역 백신접종을 일원화한다’는 전제 하에 있다. 수의사 접종과 자가접종이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수의사 접종만 정비한다고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가접종은 애초에 ‘관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사후 모니터링은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남의 구제역 백신 항체양성률은 96.5%로 나타났다. 11,283호에서 76,325마리를 검사한 결과다. 그런데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소만 따져도 자가접종에 의존하는 전업농 백신 물량이 소규모 농가의 2배다. 자가접종을 유지하는 한 현재 이상의 백신정책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