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 힘드니 백신은 처방제에서 빼달라´ 도 넘은 안전불감증
올해 서울 광견병∙렙토스피라 전자처방전 발급 ‘4건’..보호자는 병원 접종 원해
동물약국 단체가 최근 ‘동물용 백신 처방전 발행건수가 미비하다’며 “광견병, 렙토스피라 등 인수공통전염병 백신을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6일 약학전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한동물약국협회가 파악한 올해 서울시내 광견병 및 렙토스피라 전자처방전 발급건수는 4건. 이를 두고 ‘동물병원에서 처방전 발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견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대형견주 등 동물병원에 갈 수 없는 보호자가 긴급방역용으로 처방전 없이 (백신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애초에 전자처방전 확인 및 판매를 기록하는 처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서울시내 동물약국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같은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도입된 수의사처방제는 주요 동물용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수의사의 직접진료 후 처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임상수의사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굳이 처방전을 받아 다시 약국을 방문해 위험한 자가접종을 하기보단, 직접 진료를 위해 내원한 김에 접종을 바로 진행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간편하다”고 광견병 백신 처방전 발급 숫자가 적은 이유를 설명했다.
발급 받을 필요가 없었던 것을 가지고 ‘동물병원이 처방전을 제대로 발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이 수의사는 “내 병원에도 대형견 보호자들이 많다. 소형견에 비해 불편할 지는 몰라도, 개가 크다고 해서 동물병원에 올 수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동물의 건강관리를 위해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것은 보호자의 기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설사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보호자 이동수단이나 왕진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직접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지, 그냥 마음대로 백신을 자가접종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은 동물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안전불감증이자 위험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도 이러한 기조에 맞춰져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처방대상 약품은 수의사의 직접 진료 후 처방전을 발급받아 구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동물병원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도농복합시군 등에서는 매년 일시를 정해 각 읍∙면∙동 마을회관으로 공수의가 직접 찾아가 광견병 백신접종을 진행하는 왕진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백신의 경우 접종으로 인한 과민반응 위험이 있는 만큼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물약국이나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을 통해 보호자가 자가접종을 실시하다가 과민반응이 나타날 경우, 약국이나 도매상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위험은 고스란히 동물이 감당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임상수의사들 사이에서는 반려견용 4종 종합백신을 비롯한 고양이용 백신 등 반려동물 백신 전반을 모두 수의사처방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수의사회는 올 하반기부터 수의사처방제 처방대상 성분 확대를 위한 관련 단체간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 임상수의사는 “수의사는 동물진료의 전문가로서 처치에 책임을 진다”면서 “’잘못되면 보호자 책임’이라는 식으로 백신을 판매하고 자가접종을 유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