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진 울산시수의사회장 ‘천만 명이 함께 하는 반려동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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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이승진 울산시수의사회장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물보호단체는 물론 공공 기관들도 점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서울시청의 동물보호과 설립,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개최 등이 이와 같은 맥락인데요, 울산광역시에서는 ‘반려동물문화센터’ 건립이 진행 중입니다.

‘반려동물문화센터’ 건립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이승진 울산시 수의사회장님을 데일리벳에서 만났습니다

Q. 지역구 국회의원 등 정치인을 지원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몇 년 전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세 철폐 집회 때 국회의원 김기현 의원을 만났다.

당시 김기현 의원을 찾아가면서 ‘우리가 지원해 준 것이 없는데, 이렇게 찾아가서 부탁하고 요구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상세하게 상담해주시고 부가세 철폐 서명을 해주신다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게다가 김기현 의원은 반려동물 문화의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후원을 결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큰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름 선배병원으로서 규모도 커졌지만, 수의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큰 병원들이 당당하게 새로운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큰 병원이 뭔가 일을 하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가 없잖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역할이란 ‘수의계 발전을 위한 정치적 후원’이었다.

그렇게 김기현 의원께 매달 후원을 이어가며 친분을 쌓게 됐다.

제5회영남수의컨퍼런스_울산반려동물문화센터

Q. 공공기관이 정책적으로 반려동물문화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잘 어우러져서 탄생한 결실이 반려동물문화센터 건립이다.

반려동물 문화가 확대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반려동물 문화가 확대될수록, 또 그 문화의 확대를 이끌어 나갈수록 수의사의 위상도 올라간다. 반려동물 문화가 하나의 ‘붐’을 일으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마침 새로 취임하신 김기현 시장님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잘 인식하고 계셨다. 문화센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다. 게다가 울산에는 동물원이 없어 건립의 명분도 있었다.

이러한 점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져서 문화센터 건립이라는 결실을 이룰 수 있었다.

Q. 울산시는 수의사회가 유기동물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려동물문화센터도 유기동물 보호에 역할이 있나.

반려동물문화센터의 핵심 중 하나는 센터 내부의 유기동물보호소다.

관련 민원이 많다 보니 유기동물보호소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센터를 통해 유기동물보호소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교육장소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생들이 그곳에서 봉사를 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Q. 학생들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봉사활동을 통한 교육이다.

타인의 의지에 의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이지만, 동물에 대한 봉사활동은 스스로 동기를 가져야만 할 수 있다. 돌보는 만큼 좋아지고, 따르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배울 수 있다.

이러한 교육이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자연히 반려동물 문화는 확산되고 유기동물 발생은 줄어들 것이다.

Q. 일반 시민에게는 반려동물문화센터가 어떠한 의미가 있나.

반려동물문화센터는 동물과 공존함으로써 사람의 삶과 정신이 얼마나 풍족해지는지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반려동물문화는 어울림, 화합, 소통의 문화다.

산책길에서 만난 반려동물들이 서로 어울리면 보호자들도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반려동물문화센터에 생길 애견운동장은 결국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체온을 느끼고 힐링하는 공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센터는 시민들에게 정신적인 복지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물질적인 부분에만 치우쳐 있다. 굳이 방글라데시, 부탄의 예를 들지 않아도 물질적 풍요와 행복지수는 다른 것이다. 독거노인과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서 시민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반려동물 문화이며, 센터가 그러한 장을 제공할 것이다.

센터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설립될 수 있지만, 독거노인과 1인 가구 등 인구의 20%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공해와 산업으로 각인된 울산의 이미지를 바꾸는데도 효과적일 것이다.

울산 반려동물문화센터가 설립돼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타 지자체에서도 치적사항으로 설립을 준비할 수 있을 만한 사업이다.

2014울산시수의사회정기총회4_이승진
지난 2월 울산시수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제7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승진 회장

Q. 이러한 문화사업을 수의사가 이끌어 간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천만 명이 함께 하는 반려동물 문화’. 이러한 문화는 결국 수의사의 위상을 올려줄 것이다.

반려동물 문화의 긍정적 발전을 위해 관련 산업과 단체들을 이끌어 나간다면 수의사회에게 큰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의사로서 소망했던 많은 부분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수의사가 원하는 바를 요구만 하면 구걸하는 입장이 될 수도 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 힘들다. ‘수의사와 같이 해보자’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관련 기관도 수의사가 원하는 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지원하게 된다.

반려동물문화센터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시정’의 입장에서 반려동물문화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Q. 문화센터 준비 과정이 쉽지 많은 않았을 것 같다. 지금 진행 과정은 어떠한가.

울산시수의사회장에 취임하니 반려동물문화센터 건립에 관한 자료를 요청해왔다. 당시에는 건립을 약속하지 않았지만, 한 달여 후에 열린 간담회를 통해 설립을 약속 받았다.

간담회를 앞두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 지, 일반인들의 인식이 얼마나 될지 등을 고려해 많은 준비를 했다. 간담회에서도 수의사회와 관련해 언급하기보다는 문화와 산업적인 측면을 주로 강조했다.

현재는 건립 예정 부지확정 등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 울산시장 공약사업이다 보니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승진2
울산 반려동물문화센터 후보지 전경

Q. 수의사회장으로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렇다. 정책 과정에서 항상 생각한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동물복지나 수의사의 현황, 수의사의 위상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동물을 버리지 말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반려동물 문화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킬까’라는 자세로 대화해야 한다. 단순히 유기동물을 발생시키지 말자거나, 동물복지를 증진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상대편이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만 강조하다 보면 반대편의 말 한마디에 무너지기 쉽다.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표현이 대표적이지 않나. 그래서 나는 동물복지와 유기동물에 대한 언급을 직접적으로는 하지 않았던 편이다.

Q. 지역 방송국과 MOU를 체결한 것도 결국 그러한 맥락에서 였나.

사실 운이 좋았다.

수의사회장에 취임하기 직전이었던 지난 1월 방송국에서 병원으로 문의가 왔다. 유기동물 관련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좀 더 생산적이고 교육적이고 긍정적인 프로그램이 되도록 방향을 제시해줬는데 그 프로그램이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그 후 울산시수의사회와 MOU를 맺자고 연락이 왔다. ‘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울산시수의사회는 방송을 통해서 반려동물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계획이다. 예를 들어 길고양이는 설치류를 없애주며, 캣맘 활동은 길고양이의 쓰레기통 뒤지기를 줄여준다는 점을 소개하는 등 ‘우리가 조금만 양보하면 인간과 동물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약사 관련 이슈가 있는데, 이 문제에서도 수의사의 지식을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송 컨텐츠 중 3B(Baby, Beast, Beauty)는 죽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방송사의 관심은 언제나 있다. 방송을 이용해서도 반려동물 분야에서 수의사의 말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

울산시수의사회_울산중앙방송MOU

Q. 회장 직무, 외부 강의, 번역 등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는 남들보다 어려웠던 시절을 많이 겪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으니까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만큼 어려웠던 사람은 잘 없다(웃음). 그렇지만 내가 일어 설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수의사’다.

난 수의학이라는 학문이 너무 좋다. 수의사로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는 것. 번역이나 강의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게 해준 것이 고맙다.

4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타인을 위해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전까지는 내 자신을 위한 노력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수의사로서 가장 행복한 것은 동료 수의사들에게 인정 받는 것이다. 수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예전에 임상수의사회에서 일 할 때는 ‘내가 맡을 때가 됐나 보다’라며 편하게 생각했다. 어영부영 하다보니 임기가 끝났고, 끝나니까 허무했다. ‘나에게 직책을 맡겨주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너무 편하게 생각한 것 아닌가’라는 후회가 밀려왔다. 다음 직책을 맡으면 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Q. 울산시수의사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이루고 싶은 일이 있나

근본적으로 어떤 결과를 이루고 싶다는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속한 직업군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문화와 여론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단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Q. 마지막으로 젊은 후배 수의사들이나 예비 수의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항상 후배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수의사가 되면 모든 것이 자연히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수의사는 전문직이지만, 수의사가 됐다고 해서 전문가가 된 것은 아니다. 학위와 경험을 통해서 직업군내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전문가이다. 10만 시간의 법칙. 전문가가 되려고 노력 해야 한다.

또 어떤 결정을 했으면 나아가는 과정 중에 그 결정에 대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예를 들어 임상수의사로 수련을 하다 보면 쉽게 되는 부분도 있고 힘든 과정도 있기 마련이다. 요즘 후배들은 머리가 좋아서 빨리 잘하는 편이지만, 과정 중에 너무 생각이 많은 것 같다. 그러면 불만도 많아지고, 그 생각이 본인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내가 책 번역을 할 때도 그렇다. 참 지겨운 작업이다. “내가 이 시간에 환자를 더 보거나 다른 일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빠지면 번역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과정을 거쳐 끈기 있게 발전한다면 느리지만 탄탄한 성공을 얻게 된다.

수의학이란 마라톤이다. 인생 전체를 공부해야 한다.

또한 수의사라면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생명을 맡긴 보호자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책임감이 보호자는 물론 수의사 본인에게 매우 커다란 선물을 줄 것이다. 돈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 진료를 하면 몸은 편할 지 모른다. 하지만 생명을 살린다는 궁극적인 목적에 따라 진료에 임하면 과정은 힘들지언정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이승진 울산시수의사회장 ‘천만 명이 함께 하는 반려동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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