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국 수의외과전문의 김종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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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수의계에도 전문의제도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일부 학회·연구회에서 전문의 제도 도입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수의과대학 역시 교육과정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데일리벳에서 충북대 수의대 성봉수의학술제 강의 차 한국에 일시 귀국한 미국수의외과전문의(DACVS-SA, Diplomate of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Surgeons-Small Animal) 김종민 박사님을 만나 미국 반려동물 임상과 전문의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미국수의전문의 중에서는 박사학위가 없는 경우도 많은데 김종민 박사님은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 수의과대학에서 수의임상과학(Veterinary Clinical Science)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수의외과전문의도 획득했습니다.

김종민박사님

Q. 성봉수의학술제 강의를 위해 귀국한 것인가?

그렇다. 올해만 3번째 한국행이다. 1월에 한국수의외과학회에서 강의했고, 휴가차 한국에 한 번 왔었으며, 이번에는 충북대 강의를 위해 한국에 왔다. 수의과대학의 강의 요청은 웬만하면 참가해서 도와주고 싶다.

 

Q. 어떻게 미국유학을 결정하게 됐는가. 처음부터 전문의가 되고 싶어서 미국에 간 것인가?

ROTC 다녀와서 학교에서 일을 돕다가 95년도에 외과 대학원에 입학해 권오경 교수님(서울대 수의대 정형외과)밑에서 석사를 했다. 석사 때도 남들보다 일찍 조교로 활동하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더 많이 임상을 접했던 것 같다.

그 뒤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조교로 일하게 됐는데, 그 때 의사와 비교를 많이 하게됐다. 석사 때부터 조금 더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 지 몰랐고, 미국에 어떤 사람이 유명한지도 몰랐다. 그냥 막연히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97년도 미국 친구네 집에 방문해본 뒤에 그 때부터 미국 수의사 준비를 했다. 미국 수의사 준비를 시작 할 때 부터 일반임상(General Practice)보다는 외과의(Surgeon)가 되고 싶었다.

결국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고, 외과의가 되고 싶어서 미국에 가게 됐다.

 

Q. 영어 등 유학시절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많았다.

한국에서 미국 수의사 시험을 다 준비하고 미국에서는 시험만보고 와서 다시 연대 의대에서 조교로 일했다. 그러다 처음으로 코넬대학교 4학년 과정에 갔는데 영어도 힘들도, 시스템도 다르고, 내 지식수준도 많이 부족했다. 1년 과정이었기 때문에 노력해서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한국수의외과학회_김종민
올해 1월 한국수의외과학회 심포지엄에서
강의한 김종민 박사.

 

Q. 흔히 한국에서는 미국 수의사의 위상이 한국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 미국 수의사의 위상은 어떤가.

제일 큰 차이는 희소성인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동물 수에 비해 수의사 수가 적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수의과대학을 다시 입학(4+4)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의과대학 졸업 후 바로 받을 수 있는 봉급이 한국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 생활비로 쓰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슷한 것 같다.

 

Q. 국내 로컬 동물병원은 최근 대형과·고급화 추세다. 로컬 병원에서도 의료장비를 굉장히 많이 갖추고 있다. 미국도 그런가.

Gerenal Practice의 경우 일반적으로 혈액검사 장비, x-ray, 간단한 수술기구 정도를 갖추고 있다.

왜냐하면 lab test는 하루에 2번씩 픽업하는 사람이 다니기 때문에 빠르면 오후에 샘플을 보내서 저녁에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다. 그래서 병원 내에서 lab test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장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필요한 사람만 갖는 추세다.

초음파의 경우는 가격이 비싼데다가, 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사용해서 진단을 잘 하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비싼 돈만 쓰고 잘 활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관심이 있고 잘하는 사람들은 구매하지만, 초음파가 없는 병원도 많다.

 

Q. 그럴 수 있으려면 리퍼를 보낼 수 있는 병원이 많아야 할 것 같은데. 

referral hospital이 많다. 내가 있는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에도 아주 많다. 웬만한 곳은 30분 내에 갈 수 있는 referral hospital이 최소 1개씩은 있다고 보면 된다.

 

Q. 경기는 어떤가. 한국은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많다.

한국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미국도 마찬가지다. 경기는 2006~2008년에 한창 어렵다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분위기이지만 아직도 회복추세로 보는 분위기다.

 

Q. 한국에서 수의과대학을 나온 뒤 미국 전문의를 획득한 한국인 수의사가 많은가?

내가 아는 사람들은 외과전문의, 심장학전문의, 방사선전문의, 마취과전문의 등이 있고, 병리 등 기초 쪽에도 전문의들이 꽤 있다.

미국에서 교수로 일하거나 로컬에서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임상과 기초 합쳐서 수십명이 되는 건 아니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셀 정도일 거다.

AVMA_인증전문의
AVMA(미국수의사회)에서 인정하는
22가지 전문의 단체

Q. 현재 미국에는 몇 가지 수의전문의가 있나. 또한 미국에서 전문의와 일반수의사의 대우 차이는 어떠한가? 

AVMA에서 인정하는 전문의는 현재 기초와 임상 합쳐서 22개다.

임상의 경우, 전문의와 일반수의사의 대우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연봉에서 차이가 크다. 전문의들이 일을 좀 덜하고 돈은 더 많이 받는 추세다. 또 전문의는 자신의 전공분야 일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개인 원장님들은 능력에 따라 훨씬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주 4일 근무한다. 쉬는 날에는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골프를 치거나 하는데, 온콜이 있어서 쉬는 날에도 병원에 나갈 때가 있다. 우리병원의 경우 외과의가 나 혼자이기 때문에 항상 온콜이 있다. 바쁜 병원에서 일할 때는 하루에 6개까지 수술한 적도 있는데, 현재 병원에서는 하루에 1~2케이스 정도 수술한다.

 

Q. 한국 수의계에도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또 한국에서 전문의 도입을 위해서 어떤 선제조건이 필요할까.

필요하긴 한데, 중요한 게 있다. 전문의가 구별이 되고 인정을 받는 이유가 2가지 있다.

1.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수련과정

2. 그 과정을 평가할 수 있는 시험

이 2가지 중에 1가지만 빠져도 그 사람을 과연 전문의로 인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미국에서도 레지던트 과정을 했다고 전문의가 되는 게 아니다. 전문의 시험도 굉장히 어렵다. 외과(ACVS)의 경우에도 합격률이 50%정도 밖에 안된다. 전문의는 외부에서 인정을 해줘야 한다. 이런 선행조건 없이 외부의 인정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김종민박사
성봉수의학술제에서 강의 후
감사패를 받는 김종민 박사

 

Q. 한국의 수의전문의 제도 도입 또는 수의학 발전을 위해 한국에 들어와 달라고 하면 한국으로 올 한국인 미국전문의가 많이 있을까? 실제 한국 수의과대학 교수로 오신 분도 있는데.

우선 요청이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 교수가 되려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박사학위가 없는 전문의들도 많다. 또한 봉급 차이도 크다. 또, 미국에서 전문의를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전문의도 있다.

 

Q. 한국 수의학도 많이 발전한 것 같은데.

학회 때 후배들을 만나고, 후배들 병원에 가보고 하는데, 정말 많이 발전했다.  일단 공부를 하려고 하는 의지도 좋고, 지식수준도 많이 높아지고, 수술 실력도 좋아졌다.

그런데 아직은 트레이닝 과정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미국외과전문의의 경우) 3년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수술 경험을 쌓기 때문에 어떤 케이스가 와도 기본적인 원칙 위에서 자기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가 있다. 실제 그 수술을 해 본 경험이 없어도 기본 원칙 아래서 판단할 수 있다.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또 한가지, 한국에서는 정형외과와 일반외과가 벌써 나눠져 있다. 그런데 ACVS 전문의 레지던트 과정에서는 일반외과나 정형외과나 다 배운다. 시험도 다 같이 본다. 그래서 한국에서 과를 세분화한 것에 대한 의문이 있다. 각 과목별 케이스가 수백 건이 되는지도 솔직히 의문이다. 미국도 작은 수의과대학들은 과가 아직 분리되어 있지 않다.

 

Q. 미국수의사/전문의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미국수의사 준비와 전문의 준비는 조금 차이가 있다.

미국수의사가 되는 방법은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시험을 봐서 붙으면 된다. 전문의의 경우에는 운도 있어야 하고, 도와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미국 전문의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자기 자신을 자꾸 노출시켜야 한다. 유명한 사람에게 가서 경험을 많이 쌓고 자신을 인식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잘 모르면 안 뽑는 경우도 있다.

 

김종민 박사 프로필

미국수의외과학 전문의 : DACVS-SA, Diplomate of 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Surgeons-Small Animal

소속 : Veterinary Specialty and Emergency Center

직위 : Staff Surgeon

학력

– 1988 ~ 1992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학사

– 1995 ~ 1997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외과학석사

– 2002 ~ 2009 Purdue University, 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 PhD in Veterinary Clinical Sciences

주요 경력

– 2000 ~ 2001 ECFVG, Cornell University Hospital for Animals

– 2001 ~ 2002 Small Animal Rotating Internship, Northeast Indiana Veterinary Emergency and Specialty Hospital

– 2008 ~ 2011 Residency in Small Animal Surgery, Northeast Indiana Veterinary Emergency and Specialty Hospital

– 2011 ~ 2012 Staff Surgeon, Northeast Indiana Veterinary Emergency and Specialty Hospital

– 2012 ~ 2014 Staff Surgeon, Pet Emergency and Specialty Hospital

– 2014 ~ 현재 Staff Surgeon, Veterinary Specialty and Emergency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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