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남수 전북대 수의대 학장 `국내 최대 넘어 아시아 최고 수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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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이 60여년의 전주캠퍼스 시대를 마무리하고 익산에 새 둥지를 틉니다. 2007년부터 추진되어온 익산 캠퍼스 이전 준비작업이 마무리되어 올해 3월부터는 익산에서 수의과대학 교육 및 연구, 부속 동물병원 진료가 진행됩니다.

이전 준비 마무리에 여념이 없는 김남수 전북대 수의대 학장님을 데일리벳이 만나 익산 이전의 내용과 의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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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전북대 수의대 학장

Q. 익산 특성화 캠퍼스 이전을 축하드린다. 2007년 익산대학교가 전북대 익산 캠퍼스로 통합되면서 수의대 이전이 추진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의대 이전을 추진한 이유나 목적은 무엇이었나?

무엇보다 수의과대학의 성장을 위해서였다.

교수로서 전북대 수의대에 재직하고 있지만, 국립대학의 수의과대학은 개선의 여력을 마련하기가 너무 힘들다.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연구역량을 발전시키려면 결국 교수 정원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국립대학의 정원과 예산은 각 단과대학의 학생과 교수의 숫자에 비례해 배분되기 때문이다. 학생이 2천명인 공대와 300명에 불과한 수의대는 가져가는 정원과 예산에서 차이가 크다.

이러다 보니 20명 전후인 수의대 교수 숫자를 늘리는 것은 고사하고 퇴직자의 빈자리를 채우기도 버겁다. 학생 교육을 위한 실습을 제대로 하려면 학교 예산만 가지고는 아예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교수에 임용된 후 외과 실습을 위해 호흡마취기를 사려고 했더니 10년 동안 받을 기자재비가 필요하더라. 실습견이나 수술재료를 살 돈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학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연구비를 열심히 유치해 조금씩 활용하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개선될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수의대 학생수가 공대보다 많아질 리도 없고, 수의대에만 예산을 더 지원할 명분도 없지 않나.

이 같은 문제는 전북대 수의대뿐만 아니라 국립대 수의대 대부분이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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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캠퍼스에 신축한 전북대 부속 동물의료센터.
진료시설과 본과 3, 4학년생의 임상교육 시설을 갖췄다.

Q. 그렇다면 익산 캠퍼스 이전을 계기로 전북대 수의과대학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나

이전을 위해 정부와 전북도청, 익산시청에서 약 26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사실 기존의 익산 캠퍼스 건물을 활용하면서 교육과 연구를 위한 소프트웨어 기반을 탄탄히 잡는다는 것이 최초의 목표였지만, 건물을 새로 지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익산 캠퍼스에 동물병원과 수의과대학 제1수의학관을 신축했다.

그러면서 각 교수실험실도 운영과 실험에 필요한 설비를 많이 개선했다. ‘100년을 앞당겼다’고 농담을 건넬 정도다.

교수 정원도 크게 늘었다. 당초 20명이었던 정원을 44명까지 증가시켜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33명까지 늘었다. 서울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준이다.

Q. 이전 예산 유치를 통해 많은 개선이 가능했다고 말씀하셨지만, 이전을 반대하거나 추진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이전을 결정하기에 앞서 수의대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지는 못했던 것 같다. 본부와 집행부가 밀어붙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사실 전주캠퍼스와 익산 캠퍼스는 차로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다. 그렇게 멀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로 옮겨 간다는 사실 자체에서 거리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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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과 함께 신축한 제1수의학관.
기초예방과목 교수진 및 본과 1,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할 예정이다.

Q. 이전하면서 신축한 동물병원과 수의과대학 건물만 사용하는 것인가

아니다. 신축건물 외에도 기존에 있던 건물을 활용해 수의과대학 제2수의학관과 실험동물연구관 등을 사용한다. 학생관과 교양관, 체육관, 도서관은 환경생명자원대학과 함께 사용한다.

전주캠퍼스에 남는 예과 1학년를 제외한 예과 2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익산 캠퍼스에 오게 된다. 예과 2학년은 교양관에서, 본과 1, 2학년은 신축한 제1수의학관에서, 본과 3, 4학년은 동물병원 건물 내에 위치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수의과대학 내 모든 동아리에게는 학생관 내에 별도의 동아리방이 주어질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수의사 같은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동호회나 취미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물의 생명을 다루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쌓아두면, 그 영향이 환자에게까지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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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동물병원의 구조. 1층은 처치실과 영상진단실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산업동물, 야생동물, 수생동물 진료시설이 들어서 있다

Q. 신축한 동물병원을 소개해달라

1층에는 보호자공간과 각 과별 진료실과 처치실, 입원실, 영상진단실, 응급실 등을 설치했다. 2층과 3층에는 각 과별 수술실과 수술참관실, 임상교수 실험실, 본과 3학년 및 4학년을 위한 강의실과 실습실, 학생의국 등을 배치했다.

대동물을 위한 검사처치실과 회복실, 수술실에는 크레인 설비를 갖추 소와 말의 처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동물과 야생동물, 부검대상 사체 등은 별도의 입구로 들어올 수 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고 별도의 입원실과 진료구획을 마련했다.

또한 MRI실과 CT실 등 영상진단장치를 병원 1층 중앙에 배치함으로써 진료 동선을 합리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축한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산업동물, 야생동물, 수생동물을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종합동물병원이다. 말과 한우의 진료를 특성화하기 위한 계획을 검토 중이다. 익산은 국내 가금산업의 큰 손인 ㈜하림이 위치한 곳이다. 이에 맞춰 가금, 돼지의 진료역량도 발전시키고 싶다.

사실 건물신축에 예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가면서 동물병원 진료장비를 확충하는 것이 부족한 상황이다. 외과와 영상진단학과 교수들에게 주어진 이전지원금을 MRI 도입 등에 집중 투자한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차차 개선해나갈 생각이다. 젊은 임상교수님들이 진료에 대한 욕심이 많으셔서 전망은 밝다고 본다.

임상교육과 실습이 본격화되는 본과 3학년과 4학년 학생들은 주로 동물병원에서 생활하게 된다. 강의실과 실습실 모두 동물병원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임상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수술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수술참관실을 설치했다. 동물병원 임상실습을 원할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학생의국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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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동물병원 시설을 소개하고 있는 김남수 학장

Q. 신축 동물병원은 언제부터 운영되나? 전주에서 익산으로 옮기면서 진료케이스 숫자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 같다

3월부터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의 익산 특성화캠퍼스 시대가 열린다. 동물병원도 2월말 이사하여 3월부터는 익산에서 운영될 것이다. 이사작업을 위한 사업자 선정이 현재 마무리 단계다.

진료케이스 문제는 2차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가까운 곳에 익산 KTX역도 있고, MRI 등 고급장비를 중심으로 진료역량을 키운다면 진료케이스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익산 이전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는 차원에서 이전 직후 당분간 전주캠퍼스의 동물병원에 응급진료센터를 운영해서 진료 공백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병원의 진료여력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를 양분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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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나 한우 등의 진료를 위한 크레인(왼쪽)과 계류시설(오른쪽) 등도
신축 동물병원 건물에 함께 자리잡았다.

Q.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도 익산에 위치하고 있다. 수의대가 익산으로 찾아오면서 협업 활성화 등 변화가 있나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는 익산 캠퍼스에서 차로 20여분 신축에 400여억원을 투입해 훌륭한 설비를 갖췄다. BL3 레벨의 실험시설도 있다.

하지만 연구비를 제외하더라도 시설을 운영하는 것에만 1년에 2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주어진 예산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조두연 교수님이 소장직을 그만두신 후 소장직은 공석이고, 연구소 소속 교수는 2명뿐이다.

현재 전북대 수의대 소속 교수 십여명이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의 겸직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바이러스나 실험동물을 활용한 연구에서 연구소와 협업하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더 활발히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Q.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 외에도 이전과 관련해 타 기관과 연계하는 사안이 있나

그렇다. 익산에는 원광대학교가 있다. 원광대의 의대, 치대, 한의대와 연구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익산에 조성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에도 수의과대학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축산물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일은 수의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8월 전북 혁신도시로 내려온 농촌진흥청과 산하 국립축산과학원과의 연구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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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캠퍼스의 기존 건물을 활용한 실험동물연구관.

Q. 기숙사나 도서관 전공서적 등 학생들을 위한 문제도 해결됐나

그렇다.

전주캠퍼스 도서관에 있는 수의학관련 전공서적과 저널들은 모두 익산 캠퍼스 도서관으로 이관된다. 익산 캠퍼스 도서관을 리모델링해서 본과 4학년 학생들이 국가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개인 독서대와 스터디룸도 마련했다.

기숙사 문제는 익산 캠퍼스 이전이 지연된 주요 원인 중에 하나다. 기숙사를 새로 지어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전북대 본부의 약속이었다. 현재 신축 기숙사는 거의 완공됐고 마무리 공사 중이다.

기숙사 신관을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익산 캠퍼스의 환경생명자원대학과 약간의 의견차이가 있었다. 환생대는 도서관이나 체육관을 같이 쓰는 만큼 기숙사 신관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신관을 수의대가 사용하는 대신 환생대가 사용하는 구관을 리모델링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그렇게 해서 전북대 수의대는 기숙사를 통한 학생 수용률이 80%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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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규모의 신축 기숙사도 전북대 수의대가 사용한다.

Q. 끝으로 전북대 수의대 이전의 의의와 학장님의 바람을 말씀해주신다면

익산 특성화캠퍼스 이전을 발판으로 전북대 수의대가 한 단계 도약했다. 교수진도 늘어나고 교육, 진료, 연구 기반이 확충됐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 수의과대학이 새 보금자리에서 완전히 자리잡고 발전을 속도를 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전 후 첫 학장인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전북대 수의대가 아시아 최고의 수의과대학이 되는 것이 목표다.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아직 한국이 아시아의 수의학을 이끌어나가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오히려 태국 같은 동남아 국가가 수의과대학의 규모나 기반이 한국만큼, 혹은 한국 이상으로 잘 되어 있다. 한국도 빨리 반성하고 발전해나가야 한다.

전북대 수의대가 익산 이전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교수정원을 늘리고, 고급의료장비를 도입한 것이 다른 국립대 수의과대학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인터뷰] 김남수 전북대 수의대 학장 `국내 최대 넘어 아시아 최고 수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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