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원, 구제역·AI 상재화 우려..`방역정책 개선 미룰 수 없다`
과학에 근거한 정책 추진 중요성 강조..이를 위한 정부 방역조직 개선 필요 지적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구제역과 AI의 상재화와 관련한 원탁토론회를 열고 “방역정책의 근본적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 류영수 건국대 수의대 교수, 박용호·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 등 수의학 전문가들은 구제역과 AI의 상재화 위험을 우려했다. 구제역·AI가 상재화 또는 상재화 직전 단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에 근거한 방역정책 집행이 부족했던 점을 주요 확산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비육돈은 구제역 백신을 2회 접종해야 백신항체를 높일 수 있음에도 백신접종부위 이상육의 경제적 피해를 호소한 생산자단체 의견을 받아들여 1회 접종으로 하향한 것이 재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의 대규모 살처분에 대해 반대여론이 높아지자, 백신접종 유형의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증상개체만 살처분하도록 방역실시요령을 개정한 것도 초기 확산방지를 어렵게 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구제역이 재발한 진천의 발생농장을 조기에 전두수 살처분하지 않았던 것에 아쉬움을 피력했다.
김재홍 교수는 “발생농장에서 양성증상을 나타낸 개체만 살처분하면, 증상이 없는 보균 동물에 의한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가 부족하다”며 “살처분 매몰에 대한 여론비난에 방역당국이 위축됐지만, 발생농장을 전부 매몰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통용되지 않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12월 구제역이 계속 확산되자 각 농가의 백신접종 현황이나 방역상태를 고려해 돈방 혹은 농장 전체로 살처분 범위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영순 명예교수는 “생산자 단체나 여론의 원성에 방역위생의 원칙이 휘둘려서는 악성 가축전염병을 막을 수 없다”며 “독립적으로 방역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 방역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교수는 “2000년대 들어 10여년간 구제역과 AI를 겪을 만큼 겪었다”며 “이제는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여 근본적인 방역대책을 마련해 실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