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후기] 일본 오사카 `가이유칸`아쿠아리움―서울대 수의대 송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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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의 대형 아쿠아리움, ‘가이유칸’ 실습 후기

실습기간 : 2015년 1월 5일~1월 18일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11학번 송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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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습을 떠나기 전에

어렸을 때부터 바다를 좋아했던 나는, 수의학과에 입학하면서 자연스레 해양 동물 수의사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본과에 들어오고 나서 고래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실습도 가보고, 대학원 선배를 따라다니면서 고래류 부검에도 참여하는 등 해양 동물에 대해 따로 공부하던 중에, IVSA에서 해외의 수의학 관련 기관에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학생과 연결해주는 EP(Exchange program) 지원 공고를 발견했다.

그 공고를 보고, 늘 가보고 싶던 일본 오사카의 ‘해유관(가이유칸)’이라는 유명한 아쿠아리움이 떠올라 지원하였고, 그곳의 수의사 선생님과 연락이 닿아 2014년 본과 2학년을 막 끝낸 겨울방학에 2주간 오사카로 실습을 가게 되었다.

실습을 가기로 패기 넘치게 결정했지만, 당시엔 막 본과 2학년을 마친 터라 다른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 같은 곳엔 실습을 나가 본 적도 없고, 임상 과목은 하나도 배운 게 없는 상태였다. (심지어 그나마 배웠던 1, 2학년 과목도 이미 모조리 머릿속에서 날아간 상태였다) 게다가 말도 잘 안 통하는 일본에서 혼자 실습이라니, 괜히 민폐만 끼치고 오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2. 오사카 ‘해유관’

오사카의 ‘오사카코 역’ 근처에 위치한 ‘해유관’은, 올해로 개관 15년째이며 오키나와의 ‘츄라우미 수족관’, 미국의 ‘조지아 아쿠아리움’ 등과 더불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족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15개의 대형 수조에 약 580여종, 3만여 마리의 생물이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누구나 보면 입을 쩍 벌릴 만큼 거대한 ‘고래 상어(whale shark)’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물범, 바다사자, 돌고래, 해달, 수달, 펭귄 등 다양한 수생 동물이 있어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고, 덕분에 오사카 여행을 하는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여행 코스라고 한다. (실제로 실습하는 내내 한국인 관광객들이 심할 정도로 많았다.)

이 해유관에는 총 두 분의 수의사가 계신데, 한 분은 어류를, 다른 분은 포유류, 파충류, 조류 등 어류를 제외한 나머지 종을 담당하여 관리하고 계셨다. 2주간 해유관의 수의사 선생님 두 분을 따라 다니면서 대형 아쿠아리움의 동물들과 관련해 일상적으로 어떤 수의학적 업무를 보는지 과정을 배울 수 있었고, 또 아쿠아리움에서 다루는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지식 또한 폭넓게 배울 수 있었다.

3. 실습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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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유관에서의 수의사 업무는 8시 반부터 시작되는데, 보통은 그 날에 예정된 동물들의 건강 검진을 진행한다. 각 동물 종류별로 검사일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매일 다른 종의 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이때 기본적 건강 검사는 본과 3학년의 ‘임상병리학’ 과목에서 배운 것과 동일하게 주로 혈액 검사로 진행된다. 하지만 실습 당시에는 임상병리학을 배운 적이 없었으므로, 해유관의 수의사 선생님께 처음으로 과정을 배웠고 밤에는 따로 혼자 노트북을 켜서 공부를 해야 했다.

예를 들어 Microhematocrit tube로 PCV를 측정하고, Biochem 기계를 이용해 혈액의 화학 성분을 분석하며, Blood smear test를 통해 blood cell counting을 하는 등 일련의 혈액 검사 과정을 직접 해봄으로써 업무를 몸에 익힐 수 있었고 그 원리 또한 독학하면서 공부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혈액 검사를 위해 펭귄과 돌고래, 물범 등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동물들의 보정 및 채혈을 직접 해보며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혈액 검사 외에도, 비정상적인 혹은 특이적인 증상을 보이는 동물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사(소변, 대변 검사, X-선 촬영, 초음파 촬영, 내시경 등)를 진행하기도 한다. 예컨데, 임신이 의심되는 점박이물범(spotted seal) ‘유키’의 초음파 검사 및 여성호르몬 검사를 진행한다든지, 기생충에 감염된 이구아나(iguana)에 Ivermectin을 투여하고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 대변을 검사한다든지, 줄무늬돌고래(striped dolphin) ‘키루’와 ‘쿠루’의 꼬리 피부를 조금 잘라 생검을 한다든지, 수달 ‘고부’의 탈장을 X-선 촬영을 통해 진단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검사 외에도, 특수한 업무도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은, 새끼 돌고래의 행동 양식을 관찰하는 일이었다.

줄무늬돌고래(striped dolphin)인 ‘아치’가 작년에 새끼 ‘서프’를 낳았는데, 야생에서 큰 무리와 함께 자라지 못하고 작은 수족관에서 한정된 무리와 자라기 때문에, 제대로 생존 교육을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서프’의 행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업무가 필요했다.

특히 새끼 돌고래의 경우 다른 성숙한 돌고래의 행동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처음엔 어미의 젖을 먹다가 자라면서 점차 다른 돌고래들과 마찬가지로 사육사가 주는 생선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 이러한 젖을 떼는 과정을 매일 먹이를 주는 시간마다 관찰해야 한다. 몇 마리의 생선을 받아먹는지, 몇 마리의 생선을 안 먹고 버리는지 등을 관찰 및 기록해야 하며, 헤엄치는 모양, 다른 돌고래들과 같이 헤엄치는 위치 등 역시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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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질병에 걸린 전시 동물들을 관리하는 것 역시 일상적 업무 중 하나이다.

발에 심한 진균증(Aspergillosis)을 나타내는 록호퍼 펭귄(rockhopper penguin), 백내장(cataract)에 걸린 물범, 탈장(hernia)을 일으킨 수달 등을 시술, 약물 등으로 치료하는 과정을 배우며 어떤 상황에선 어떤 치료법을 쓰는지, 어떤 약을 쓰는지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몇몇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수술 보조를 하기도 했는데, 물고기의 아가미에 생긴 granuloma를 절제하는 수술이라든지, 수달이 스트레스로 자학을 하다 생긴 잇몸의 염증을 치료하는 수술 등을 보조하며, 마취, 심전도, 수술 후처리 등 수술 과정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 및 기술들을 배울 수 있어서 정말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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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상적인 업무 외에도, 가끔씩 특이한 업무가 필요할 때도 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실습을 가 있는 동안 오사카 근해에서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발견된 종의 상어가 그물에 걸려서 가이유칸에 보내졌다. 덕분에 츄라우미 수족관의 교수님들도 초청되어 뵐 수 있었고, 희귀종 상어 부검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사육사 분들을 따라다니며 기본적인 동물 조련 기술도 배울 수 있었고, 불행하게 죽은 동물의 부검이나 새로 들여올 동물들의 검역, 전시 동물들의 먹이나 사료 관리, 미용 관리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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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실습을 하며 느낀 것들

아쿠아리움에서는 기본적으로 전시 동물들을 관리하기 위해 수조에 들어가고 관람객들 앞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많기 때문에, 하루 종일 단정하게 유니폼을 입고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한다. 게다가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채혈, 채뇨 등은 사육사들이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때 같이 우리에 들어가서 진행해야 한다.

이 때 동물들의 먹이 급여 시간이 촉박하게 정해져 있어 다음 업무를 위해 뛰어다니는 일이 다반수다. 또한 기본적인 조련 기술도 배워야 하므로, 보통 체력이 아니면 감당하기 힘들다. 업무는 보통 5~6시에 마무리되는데, 끝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되어있고 숙소에 가면 잠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힘든데도, 해유관에서 일하는 그 누구도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즐겁게 서로 으쌰으쌰하며 일한다. 내가 놀란 점은, 수의사도, 사육사도, 관리자도 모두 고된 일을 다른 사람한테 미루거나 하지 않고 최대한 나서서 한다는 것이었다. 2주간 일을 하며 사육사 친구들과 술자리도 가지고 운동도 같이 하며 많이 친해졌는데, 그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여기 사는 동물들이 우리한텐 가족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매일 일하는 게 즐거워’였다. 실제로, 함께 일하면서 얼마나 그들이 해유관의 동물들을 사랑하는지, 그렇기 때문에 얼마나 이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위에서 학문적, 기술적으로 배운 것들만을 글로 썼지만, 사실 2주간 그곳에서 수의사와 사육사 분들에게 가장 많이 배운 것은 정신적인 것이었다. 단순히 ‘업무’라서가 아닌, 동물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들 때문에 울고 웃는 그런 마음가짐이 있기에, 힘들고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웃으며 일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이번 2주 동안, 나 역시 정말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고, 해양 동물들을 아끼는 마음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 다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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