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3월 19일 목요일부터 3월 21일 토요일까지 열렸던 미국수의과학생 심포지엄(SAVMA symposium)에 참석하고 왔습니다.
미국수의과학생 심포지엄은 미국 수의과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포지엄으로, 2박 3일간 미국수의사협회(AVMA)로부터 인증 받은 대학 중 한 곳을 기점으로 하여 6개 분야 – 소동물임상분야, 산업동물임상분야, 말임상분야, 동물복지분야, 경영경력개발분야, 특수동물야생동물임상분야-의 강의가 각 강의실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5시까지 이뤄집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강연자로 오셔서 이야기를 하며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강의만 있으면 재미없을 수 있겠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실습프로그램으로도 약 50가지 종류가 있는데요, 이는 신청 후에 추첨을 통하여 등록이 가능합니다.
운 좋게도 올해부터 세계수의학도학생협의회(IVSA)회원들에게도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등록비용도 한화로 약 10만 원을 넘지 않는 가격입니다. 다만, 학기 중이고 미국이다 보니 경비부담은 피할 수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작년 여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세계수의학도학생협의회의 World Best Exchange Officer로 뽑힌 덕분에, 비행기 경비와 등록 비용을 지원받고 행사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하여 말씀드리자면, 이 모든 비용은 세계수의학도학생협의회가 아니라 다국적기업 힐스(Hill’s)의 후원을 받습니다.
저는 강의를 가만히 앉아서 듣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아, 최대한 실습프로그램을 많이 채웠습니다. 제가 참가한 실습프로그램은 총 네 가지입니다.
1) 말임상; Equine Lameness and Muscle Function
미네소타 주립대학이 말 수의학이 이렇게 잘되어 있는 지 처음 알았습니다. 같이 실습했던 미국 친구들도 좋다고 난리더군요. 모든 대학교의 말 수의학 시설이 이렇게 좋지는 않나봅니다. 학교 내에 갖춰져 있는 마장과 순한 말들을 보면서 정말 부러웠습니다.
우선 실습을 하기 전에 간단한 강의를 들었는데요, 먼저 근육부분에 대해 해부에서 배웠던 근육들을 기능 위주로 재배열을 하여 가르쳐주셨습니다. 또한 마장마술을 하는 말인지, 경주를 위한 말인지에 따라 근육의 발달을 비교해보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실습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살아있는 말, 아무런 약도 투여하지 않은 말 몸 위에 초크를 이용해서 육안으로 분별이 되는 모든 근육을 그리고, 골격을 그렸습니다. 초크 때문에 털이 빠지는 데도, 참 말은 순하게도 가만히 있더군요. 또한 색칠한 말을 러닝머신 위에서 뛰게 하여서 경속보를 하며, 어떠한 근육이 움직이는지 관찰했습니다.
이외에도 다리를 저는 경우 어느 다리가 문제인지, 육안으로 어떻게 진단하고 체크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2) 말임상; Equine Nerve Blocks and Bandaging
시차 때문인지 오후 수업은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때는 사전강의를 하지는 않았는데요. 우선 처음에 다리에 붕대를 감는 법을 간단히 배웠고요.
그 후에는 Nerve Block 이라 사실 마취하는 것을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해부처럼 말 다리들이 준비되어 있고, 주사 바늘을 이용해서 절개하는 과정 없이, 신경을 찾아보는 실습을 했습니다.
미국의 말 산업이 발달한 이유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볼 수 있었는데요, 같은 조였던 7명의 친구 중에 대도시에서 수의대를 다니는 친구 한 명과 저를 제외한 5명은 모두 자기 소유의 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보유하고, 또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말 수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3) 소동물임상; 치과학 (Demystifying the Dental Exam)
사실 배운 바가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실습을 하게 되어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 된 강아지들을 기증받아, 일인당 한 강아지의 머리를 가지고 실습을 했습니다. 간단하게 이를 뽑는 것에 대해서만 배우고 실습했습니다.
이를 뽑기 이전에 치아 엑스레이를 찍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아직 봉합도 배우지 못한 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황했지만, 치과에서만 보았던 기구들로 직접 이를 뽑아보는 것이 재미있고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4) 밴필드에 의해 진행된 소동물임상; Putting it into Practice
밴필드(Banfield)라는 소동물병원 브랜드의 이름과 스크럽을 준다는 유혹에 신청했던 프로그램인데요, 병원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역주민센터로 간다는 말에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프로그램은 차상위 계층이 주로 사는, 도심에서 벗어난 동네의 지역주민센터를 빌려서 이루어졌습니다. 밴필드출신의 수의사 분들과 7명의 프로그램 신청자가 1:1로 매칭되는 형식이었습니다.
경제적인 형편으로 진료를 받기 어렵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의 강아지를 대상으로 간단한 진료를 하고, 여러 가지 백신을 주사하고 기생충 약을 먹이는 등의 일을 했습니다. 하루 동안 이루어진 다소 피곤할 수 있는 실습이었지만, 밴필드에서 많은 물품도 받아 가방도 두둑이 채우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실습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셨던 분이죠, ‘템플그랜딘’ 선생님이 동물복지와 관련해서 매년 강의를 해주시는 것 같네요. 2010년 타임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안에 뽑히신 선생님은 거의 전 세계의 영웅이시더군요. 자폐인 이지만 동물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천재적인 동물학자. 사실상 선생님을 직접 뵈고는 표정이 무서워서, 제가 사전에 정보 없이 갔다면 선뜻 못 다가갔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좋은 경험을 하고 오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셔서,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운 좋게 상을 받고 무료로 가게 되는 것인데 못 가게 되면 아쉬울 것 같아 강행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비록 학기 중이라 힘들긴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8월 17(월)부터 8월 22일(토)까지 서울대에서 제6회 IVSA 아시아 정기총회(Asia Conference)가 개최됩니다. 세계 각국에서 150여 명의 수의학도들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