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인공수정사의 초음파 검사,불법 진료인가 아닌가?
판례 없어 불법도 합법도 아닌 애매한 상황...수의사들 관심 필요
2015년도 축발기금사업 승용마 시범생산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팜 장수에서 농가에게 정액을 공급하고, 농가에서 인공수정을 진행하며, 정부에서 씨수말의 정액비용 및 인공수정시술료(인공수정증명서 제출 시)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가축의 정확한 인공수정·출산을 위해서는 ▲수정 적기 진단(난포검사) ▲호르몬제 사용 ▲인공수정 ▲수정 후 임신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말의 경우에는 단순 직장 검사를 통한 난포검사가 어렵기 때문에 인공수정 과정에서 초음파 검사가 필수적이다. 당연히 이번 ‘지원 사업’ 교육과정에도 초음파 검사가 포함됐다. 그런데 교육생 13명 중 수의사는 6명뿐이었고, 가축인공수정사가 7명이었다.
우리나라는 자가 진료가 허용되어 있기 때문에 가축의 소유주가 직접 인공수정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농가에서 직접 인공수정을 하는 경우보다 인공수정 분야의 전문가를 불러 인공수정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인공수정 분야 전문가는 ‘수의사’와 ‘가축인공수정사’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축인공수정사 면허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다.
축산법 제11조에 의거, 가축의 인공수정은 수의사와 가축인공수정사(이하 수정사)만 시행할 수 있다. 단, 수정사는 호르몬제 및 마취제를 주사할 수 없다. 이는 수의사의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는 어떨까?
축산법은 물론, 수의사법 어디에도 동물의 초음파 검사를 수의사만 시행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다. 수정사의 초음파 검사에 대한 고발 및 판례도 없다. 즉, 수정사의 초음파 검사는 현재 불법도 합법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다.
과거와 달리 가축의 인공수정과 임신진단에서 초음파 검사는 점차 필수적인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수의사를 불러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임신적기를 판단하고 호르몬제를 투여한 후 정확한 날짜에 수정사를 불러 인공수정’만’ 시킨 뒤 다시 수의사에게 임신진단을 의뢰하는 농가는 없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농가에서는 수정사의 초음파 검사가 이미 만연되어 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수정사의 초음파 사용이 불법인가”라고 물으며 “초음파를 누구는 사용할 수 있고, 누구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법적으로 명문화 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수정사의 초음파 검사행위가 불법이라고 한다면 우리에게도 알려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수의사회는 수정사의 초음파 검사는 불법 진료라는 입장이다.
대한수의사회 측은 “초음파 검사를 포함한 수정 적기 판단 및 임신진단은 기본적인 동물생리와 병리 등의 기초 수의학적인 지식 위에 산과를 배운 수의사가 하는 진료행위”라며 “인공수정사의 면허는 정액 및 수정란의 주입·이식을 목적으로 발급된 면허로 수의사의 산과적인 진료행위의 영역과는 엄격히 구분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문 진료 행위를 무자격자에게 허용하는 것은 농가 비용감소 등 실효성도 없고, 국가 면허관리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오진·부작용 등으로 축산농가의 피해가 가중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수의사 부르면 더 편하지만 수의사 부족해”
“수의사들이 관심 갖지 않으면 영역 점차 줄어들 것”
인공수정사의 초음파 검사 등에 대한 법적 정비가 필요한 상황 속에서 ‘수의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말 임상수의사 A씨는 “초음파는 엄연한 진단 장비이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는 수의사만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판례도 없고 애매한 상황이다. 수의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계속해서 비수의사들에 의한 초음파 진단·검사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곧 우리 수의사들의 영역을 잃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말 임상 수의사를 꿈꾸는 후배들이 많더라. 말은 번식이 가장 큰 목적이고, 할 일이 많은 분야다. 따라서 지금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의사들이 엄청난 시장을 뺏기는 것이고, 후배들은 그 만큼 할 일이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가축의 인공수정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호르몬제는 수의사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이다. 그리고 수정사의 성호르몬제 및 마취제 주사는 불법이다.
결국 농가 입장에서도 수의사를 부르면 수정 적기 판단, 호르몬제 사용, 인공수정, 임신진단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의사들이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아 농가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되면, 수정사를 비롯한 비수의사가 점차 이 영역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논리와 명분으로 반대했지만 ‘실제 수산 분야로 진출하는 수의사가 몇 명인데?’라는 논리에 밀려 ‘수산질병관리사’라는 새로운 직종이 탄생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