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전문가, `고병원성 AI 막자고 철새도래지 소독`은 헛수고

AI 방어에는 도움 안 돼.. ‘철새 직접 다루기보단 가금과의 분리에 초점 맞춰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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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AI에 대해 철새를 무조건 비난해선 안된다고 강조한 주디 사보 박사

철새도래지 소독이나 폐쇄조치는 고병원성 AI 대처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7월 23일과 24일 양일간 국립생태원에서 열린 ‘야생조류의 HPAI 국제심포지엄’에 방한한 해외전문가들은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철새나 철새도래지에 직접적인 방역조치를 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최초로 H5N8형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AI바이러스 국내 유입 및 전파의 주요 원인으로 철새가 지목됐다. 발생 초기에는 철새도래지에 대한 소독약 살포, 먹이주기 및 탐조행사 금지 등 직접적인 방역조치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는 몇몇 지자체에서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초청 연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 환경성 자연보전국의 야스코 네아가리 박사는 지난해 H5N8형 AI가 검출됐던 일본 이즈미현 철새도래지를 예로 들었다. 야스코 박사는 “철새도래지 인근에 사람이 다니는 도로에만 소독조치를 할 뿐 도래지 자체에 대한 소독은 실시하지 않았다”며 “(소독제 살포가) 효과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프리드리히-뢰플러 연구소의 팀 하더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하더 박사는 “유기물 투성이인 자연환경에 소독제를 분사해봤자 소독효과를 볼 수는 없다”며 “오히려 자연환경에 악영향만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AI 방역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의 주디 사보 박사는 “도래지에 직접 방역조치를 하게 되면 오히려 위협을 느낀 철새들이 이동하며 바이러스 확산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이미 개체수 저하 위협을 받고 있는 야생조류의 보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철새도래지 잠정 폐쇄 등 사람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의 필요성에도 회의적이었다.

미국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USGS)의 혼 입 박사에 따르면, 최근 야생조류에서 H5N8형 및 H5N2, H5N1 등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북미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도 사냥 등 야생조류에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활동을 금지하지 않았다.

혼 입 박사는 “H5N8형 AI가 사람에게 옮는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야생동물 관련 활동을 특별히 금지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야생조류의 질병 모니터링 상황을 주변 가금농장에게 신속히 공유하여 필요한 방역조치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철새에서 고병원성 AI에 검출될 경우 해당 결과를 농식품부 등 방역기관과 공유하고 있다.

팀 하더 박사는 “독일에서는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될 경우 주변 지역 가금농가의 방사를 전면 금지하고 실내에서만 양육하도록 명령한다”며 “가금과 야생조류를 분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전문가, `고병원성 AI 막자고 철새도래지 소독`은 헛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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