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장이 뜨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애완동물 대신에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용어의 변화는 우리 사회가 동물을 소유하고 심심할 때만 같이 노는 유희의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삶을 사는 동반자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소득의 증가로 인해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부로 생각하는 문화가 사회에 자리잡아 가고 있는 추세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반려동물을 소중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대하고 있으며, 빠르게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중국이나 기타 국가들도 반려동물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가 시작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에 사람을 대상으로 개발되었던 예방, 진단, 치료 및 사후 관리용 의료기기들이 동물을 대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은 최근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영역으로 의료기기 및 ICT 산업 양쪽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나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은 인체용의료기기처럼 까다로운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 진입 장벽이 낮다. 때문에 의료기기 업체에서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인체용 의료기기를 출시하기 전에 시장반응을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 인터넷,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인체용 의료기기들도 전통적인 형태에서 새로운 디지털 기기들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병원에서 정보를 독점하는 전통적 의료 서비스의 형태 역시 정보의 생산, 가공, 소비가 각 이용 주체로 분산되는 Health 2.0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그대로 동물용 의료기기에 적용되고 있고, 때로는 더 빠르게 적용되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림 1)
이번 글에서는 해외 및 국내 동물 시장의 크기 및 변화와 동물용 의료기기의 최근의 흐름과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조망해보고자 한다.
동물 시장의 성장성
한 국가의 소득 수준은 반려동물 문화의 발달과 깊은 관계가 있다. 미국, 유럽 선진국의 예로 보면 1인당 GDP 수준이 1만 달러에 도달했을 때부터 반려동물 문화가 시작됐고,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거쳐 문화가 발전하면서, 3만 달러를 넘어서면 동물이 가족의 일부가 되는 인격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를 앞둔 우리나라는 동물의 문화 발전에서 동물의 인격화 단계로 이행되고 있다.
가족 구성 형태의 변화도 반려동물 문화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그림 3에서 보듯이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1인가구, 고령가구 수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은 2012년 기준으로 고양이 116만 마리까지 합하면 556만 마리로 앞으로 60%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해외 국가별 동물 시장
미국은 2013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68%인 8,25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반려동물의 시장 규모는 557억 달러(65조 7천억 원)로, 그 중 수의진료와 치료시장 규모는 143억 달러(16조 9천억 원)에 이른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은 약 10%로, 프랜차이즈 병원이 많으며 이용 시에 보험혜택을 받으면 진료비 부담이 비교적 적다.
영국은 2012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47%인 1,30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08년 기준으로 2,519백만 파운드(4조 6천억 원)에 이른다. 동물 보험 시장은 치료비 상승으로 매년 17%이상의 성장을 보인다.
독일은 2012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35%가 반려 동물을 기르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37억 8천만 유로(5조 4천억 원)에 이른다. 2010년 기준으로 고양이 820만 마리, 개 530만 마리, 조류 350만 마리로 고양이를 반려 동물로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일본은 2011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38%인 2,400만 가구가 반려 동물을 기르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1조 4천억엔 (13조 8천억 원)에 이른다.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이 매년 13% 이상 성장하고 있다. 24 시간 진료, MRI나 정밀검사 등의 높은 수준의 의료 체제를 갖춘 동물병원들이 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기준으로 전체가구의 16%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53억불 (6조 3천억 원) 규모이다. 중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연평균 15%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반려동물 산업은 국민들의 소득수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어 18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고, 특히 ‘반려동물 5대도시’로 불리는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충칭, 우한을 중심으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홍콩은 프리미엄 애완용 사료와 헬스케어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홍콩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습한 기후, 고층건물 때문에 동물들이 질병에 감염되기 쉬워 애견인들의 반려동물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큰 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애완용 헬스케어 판매액은 775만 홍콩 달러(11억 8천만 원), 2014년은 825만 홍콩 달러(12억 6천만 원)로 6.5% 증가했다.
싱가포르의 반려동물 시장은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보는 프리미엄화가 특징이며, 2014년에는 전년 대비 2.4% 성장한 117.9 백만 싱가포르 달러 (9천9백억 원)에 이른다.
국내 동물 시장의 성장
국내에서는 2011년 조사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17%인 36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 현상이 심화 되면서 반려동물 인구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3년 기준으로 2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반려동물 수의시장은 2011년 기준으로 약 2,6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림 6에서 보듯이 동물병원 수는 매년 증가추세로 2011년 기준 전국에 3,208개소가 있고 그 중 1/3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연평균 증가율은 매출액이 19.8%, 사업체수가 1.9%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 동물병원들도 수의의료 서비스와 함께 반려동물판매업과 미용 서비스 제공 및 반려동물 카페와 놀이시설을 갖추는 등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기타: 산업 동물, 실험 동물 시장
산업 동물로 불리는 소, 돼지, 말, 닭 등도 건강 검진, 임신 체크 등에 수의진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의료 시장이다.
산업 동물과 실험 동물 시장은 반려동물 시장에 비해서 아직은 성숙하지 않은 시장이라 의료 시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산업 동물 시장 역시 수의진료 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또한 전체 인간 유전자 분석이 완료에 따라 새로운 유전자 적용 실험을 위한 동물 실험이 2000년대 이후 증가하고 있고, 실험 동물의 복지 역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기 때문에 실험 동물 시장 역시 동물용 의료기기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으로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물용의료기기 현황과 미래를 모색하는 下편으로 이어집니다.(편집자주)
저자소개
류정원 대표는 의사로서 모바일 헬스케어 의료기기 전문회사인 힐세리온을 창업해서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있고, 가천의과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 전자공학을 전공했으며 디지털 영상보안장비 제조업체의 창업 경험과 디지털 신호처리 관련 회사를 거쳐, 가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검진센터, 종합병원 응급실, 노인복지관 등에서 임상의사로 재직했다. 2006년 대한민국 최초우주인 선발대회에 참여해서 최종 10인에 선정된 경력을 가지고 있고, 공동 저서로 <우주를 향한 165일간의 도전>, 역서로 <입문자를 위한 임베디드 시스템>, <아이폰 쿨 프로젝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