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개 데리고 오지 마세요` 경상대학교,동물병원 앞 현수막 논란
반려동물을 둘러싼 학교 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교수진, 학생 반발
‘학교에 개 데리고 오지 마세요’
12월 초, 경상대학교 동물의료원 앞에는 이와 같은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 현수막은 동물의료원 뿐 아니라 정문, 심지어 매년 ‘반려동물한마당’을 개최하는 대운동장까지 확인된 것만 6개 이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수의과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국립대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실태와 해결책에 대해서 데일리벳에서 취재했다.
“처음 현수막을 보고 개인이 설치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상대학교 동물의료원장은 처음 현수막을 본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 부서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왜 개를 데리고 오면 안 되는지도 적혀 있지 않아 개를 싫어하는 개인이 설치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현수막을 본 일부 보호자들 역시 ‘아픈 개도 데리고 오면 안 된다는 것이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경상대학교 동물의료원(이하 동물병원)측은 정문과 동물병원 앞에 있는 현수막을 임의로 철거하였다. 그 후 현수막을 건 부서를 수소문하여 ‘경상대학교 학생처’에서 설치했음을 알아낼 수 있었다. 동물병원 측에서는 학생처에 수차례 항의하였고 수의과대학 학과장과 교수차원에서의 항의도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수의과대학 학생회에서도 학생처에 항의하였지만 학생처에서는 “동물병원 앞에 현수막을 단 것은 사과한다”는 입장 외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황스러운 교수진·학생 “성급한 행동에 매우 유감”
“현수막의 내용은 상식적으로 납득을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목줄과 배변처리를 한다는 하에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해서 학교 측이 막을 권리는 법적으로도 없다. 학생처에서는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설치했다고 하나, 어디에서 민원이 들어왔는지 물어보아도 구체적으로 답해주지 않고 있다. 수의과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에서 개를 데리고 오는 문제에 대해 우리 측과 상의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
경상대학교 동물의료원장은 학생처의 처사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였다.
데일리벳은 학생처가 어떤 이유로 현수막을 설치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시도하였으나, 학생처 측에서는 인터뷰를 거부하였다.
학생들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12학번에 재학 중인 이모 학우는 현수막에 대해 “배변문제와 목줄을 착용하고 입장하는 것을 인지시킬 목적이었다면 그에 맞는 문구를 먼저 선택하면 되는 문제였다. 그러나 그것조차 알아보지 않고 공격적인 문구로 학교 여기저기에 이런 현수막을 걸어놓은 것은 성급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견주 vs 일방적인 대학 측의 조치… 해결책은?
반려동물 교내 출입에 관한 문제는 비단 경상대학교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남대의 경우도 ‘애완동물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러 대학에서 반려동물의 출입을 제한하는 이유는 배변문제와 목줄 문제 때문이다. 개를 데리고 오면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으면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고, 개가 사람을 공격하는 등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시 통제하기가 힘들다. 또한 자신의 반려동물이 교내에 배변을 하면 이를 처리하지 않는 보호자들로 인해 반려동물에 대해 그릇된 인식이 생길 수도 있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갈등에는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는 일부 보호자들과 그에 따른 일방적이고 소통하지 않는 조치를 취하는 일부 대학들로 인해 동물병원을 이용하는 시민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지역 주민 그리고 수의과대학이 피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대학교의 경우 주민들의 산책으로 인한 배변 처리문제를 막고자 동물병원 주변과 학교 정문 옆에 배변봉투를 걸어놓기도 하였다.
경상대학교 동물병원에서는 후속 조치로 학교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였으며, 새로운 현수막을 제작하여 설치하였다. 새로운 현수막에는 ‘반려동물 동반 시 목줄 및 배변 봉투를 반드시 지참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배변봉투 함도 제작할 계획임을 밝히며,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