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4월 13일 총선을 통해 제20대 국회가 개회되면 자연스레 19대 국회 때 발의됐던 법안 중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모두 자동 폐기된다. 수의사와 관련된 약사법 개정안 3건도 사실상 통과가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각 정당과 의원들은 주요 쟁점 법안과 자신의 거취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12월 9일, 약사만 가능한(관리약사)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의 관리업무를 수의사까지 가능하도록 확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이명수 의원 대표발의). 이 개정안에는 ‘동물용의약품만 취급하는 도매상에서는 약사 외에 수의사를 업무관리자로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2014년 12월 31일에는 인체용의약품 도매상에서 동물병원으로 직접 인체용 전문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윤명희 의원 대표발의). 이 내용은 2014년 9월부터 새누리당 규제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김광림)의 핵심우선과제로 선정되어 적극 추진되어 왔던 법이다.
김광림 규제개혁특별위원장이 2014년 9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수의사들이 인체용의약품을 도매상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게 하여, 보다 싸게 서비스해 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국민체감형 규제개혁의 대표 사례로 대통령 앞에서 별도로 소개했을 정도다.
2015년 2월 3일에는 동물용의약품 제조 관리업무를 현행 약사·한약사에서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의 발의됐다(김명연 의원 대표발의). 현행 약사법은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소에 약사·한약사를 두고 제조 업무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영세한 동물용의약품·의약외품 제조소의 경우 약사·한약사의 인력 공급이 부족해 이들을 제조 관리자로 고용하기에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에 동물용의약품·의약외품 제조소의 경우, 수의사에게도 제조 관리 업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3가지 약사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된 것은 지난해 11월 24일 제337회 국회(정기회) 법안심사소위원회였다. 당시 회의록이 최근 공개됐다. 과연 이 법안들에 대해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까?
3가지 법안 중 첫 번째로 논의된 것은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용의약품 도매상 관리업무를 약사에서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법안이었다. 이명수 의원은 보건복지위 야당 간사이며 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먼저 김승기 수석전문의원이 “수의사의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약리와 화학적 이해 등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서 동물용의약품 도매상 관리자로 수의사를 추가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보건복지부)도 찬성했다. 소위원회에 참석한 김강립 보건복지부보건 의료정책관은 법안 발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짧게 응답했다.
그러자 김용익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바로 “이상하네, 나는 전혀 동의가 안 되는데. 약을 취급하는 것을 약사가 아닌 수의사가 해야 된다고 하면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가 되게요?”라고 반문했다. 김용익 의원은 서울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의사 출신이다.
김용익 의원에 발언에 대해 최동익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아니, 이것은 동물용의약품에 한한 겁니다”라고 지적하자, 김용익 의원은 “동물용도 마찬가지지. 이것은 동물용의약품이라도 약품을 취급하는 것 아니에요. 그러면 인체용의약품은 의사가 해도 된다는 거예요? 이것은 수의사 쪽에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는 거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법안을 직접 발의한 이명수 소위원장이 “약사는 하지 말라는 게 아니고 약사도 하고 수의사도 한다. and입니다 and”라고 말했다. 그래도 김용익 의원은 “그러니까 이것은 약사회하고 문제가 발생하지요. 이런 것 자꾸 건드리려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이런 것 가지고 영역을 뒤섞어놓고 하니까 그 다음에는 또 정리해야 되고 이렇게 되는 거다. 약사를 고용하면 되지 뭘 그래”라고 말했다.
양승조 의원(더불어민주당, 천안시갑)은 수의사의 동물용의약품 취급에 대한 전문교육과정과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에서의 약사 고용 실태에 대해 물었다.
이에 김강립 정책관은 “도시 외에 농촌지역에서 약사를 고용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고, 설명을 듣던 김정록 의원도 수의사의 처방권 등을 물어본 뒤 “그러면 결론은 양분해서 약사 외에도 수의사를 업무관리자로 둘 수 있다. 문제없네?”라고 말했다. 이에 김경신 입법조사관도 “저희 검토의견은 그렇게 수용의견을 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윤옥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이 문제를 제기했다.
박윤옥 위원은 “지금 편리성 때문에 수의사를 포함시키자는 거지요?”라고 물은 뒤 “약물의 오남용에 대해서는 생각해봤어요?”라고 다시 물었다. 김강립 정책관이 이에 “이 부분과 오남용 부분이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동물용의약품만을 취급하는 도매상의 관리책임자이기 때문에 도매상의 관리책임자의 직종을 넓힌다 해서 의약품남용 문제가 직접 연계돼서 발생할 것으로는 판단이 안 된다”고 대답하자 박윤옥 의원은 “그것은 조금 안이한 생각”이라며 “편리성은 있으나 오남용에 있어서는 통제가 안 된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질문과 응답이 이어지다가 김용익 의원이 “아직 상정은 안됐습니다만 3번(동물용의약품 제조관리업무를 약사·한약사에서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법안, 김명연 의원 대표발의. 표 참고)과 성격이 유사해서 이것은 저도 조금 더 상세히 검토해 보고 싶은데 내일이나 다시 해 주시면 어떨까요?”라고 물었고, 이에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전주시덕진구. 야당 간사)이 “논의하지 말고 내일 하자고요?”라고 묻자 김용익 의원은 “예”라고 대답했다. 이에 김성주 의원이 “일단 설명을 들어보자”고 했고, 이에 첫 번째 법안에 대한 논의가 끝나지 않은 채 비슷한 내용인 3번 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3번 법안(동물용의약품 제조사의 제조관리자 업무를 약사·한약사에서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법안)에 대해 이명수 소위원장이 “정부 의견을 말해 달라”고 했다.
이에 김관성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이 “이 부분에 대해 좀 신중했으면 하는 의견”이라며 “수의사는 수의사법에 따라 동물의 진료라든지 축산물 위생검사를 하고, 약사는 약사법에서 의약품을 제조하고 감정·보관·수입하는 업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의사 고시의 경우에도 주로 진료라든지 임상에 관한 내용이고, 약사의 경우에는 의약품을 제조하는 것들도 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조금 신중하게 봐 주셨으면 하는 게 저희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김관성 의약품안전국장은 중앙대 약대 출신의 약사다.
이에 이명수 소위원장이 “앞에 것은 유통관리자였고, 지금은 제조관리자였는데 식약처는 신중하게 해 달라. 그러니까 불수용 얘기하는 거네요?”라며 다른 의원들의 의견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최동익 의원이 “동물용의약품도 의약외품이 있는지”, “동물용의약외품이 어떤 것인지”를 물은 뒤 “동물용의약품하고 동물용의약외품을 구분해 놨다는 것은 여기서도 안전성 이런 것을 굉장히 강조했다는 얘기네요?”라고 말했다.
이에 이명수 소위원장이 “이것은 내일 다시 심의를 하겠습니까?”라고 묻자 최동익 의원이 “내일 어떻게 얘기해요, 실질적으로 이렇게 되면 의견이 하룻밤 사이에 정리될 수 없지요”라고 말했고, 김성주 의원도 “찬반으로 딱 나뉘었네”라고 했으며, 이에 김용익 의원도 “계속 심의하지요”라며 다음 법안 논의로 넘어갔다.
2가지 법에 대해 어영부영 논의만하다가 결론을 내리지 않고 넘어가 버린 것이다.
잠시 후 몇 가지 법안 논의가 이뤄진 뒤,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을 약국(소매상)이 아닌 인체용의약품 도매상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 논의가 시작됐다.
김강립 정책관은 이 법안에 대한 정부의견을 얘기하면서 “수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의 공급이 좀 원활하지 못한 것은 저희들도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번 개정안 취지에 대해서 저희도 동의를 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동익 의원의 회의록의 반 페이지를 차지할 만큼 긴 설명과 함께 “약국하고 수의사들하고 의견을 교환해 가지고 구비하면 되지, 법으로 갈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동익 의원은 “지정 약국하고 수의사들하고 많지가 않다. 그러면 주로 필요한 약들이 뭔가 리스트를 만들어서 서로 교환해 가지고 구비하면 되지, 그러면 사람에게 쓰는 약이 4만 개인데 도매상인들 4만 개를 다 구입해서 가지고 있겠어요? 도매상도 안 가지고 있다고요. 약국에 없는 문제가 아니고 도매상에도 없는 문제예요”라며 “복지부가 현행 수의사들이 사람에 사용하는 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약국이 3300개 지정돼 있다고 하니 행정적으로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 달라. 법으로 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간호사 출신의 신경림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도 “좋습니다. 빨리 빨리 합시다”라며 동의했다.
하지만 양승조 의원이 추가로 ▲동물 진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인체용 의약품 품목과 비율이 얼마나 되냐 ▲동물 진료 목적의 인체용의약품을 구비하고 있는 약국 비율이 얼마냐 등 2가지 질문을 하면서 논의가 이어졌다. 2가지 질문에 대해 김강립 정책관은 “한 570여개 품목으로 알고 있다”, “아직 그 통계까지는 없다”고 각각 대답했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잘못된 것이었다.
이미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2011년 조사결과 동물병원에서 활용할 수액 또는 주사제를 보유한 약국이 3%에 불과했다”는 보고가 이뤄진 바 있다. 전국 12개 시·도 약국 298개소를 대상으로 실시된 당시 현황조사에 따르면 주사제나 수액제를 보유하고 있는 약국은 3%에 그쳤으며, 동물병원으로의 전문의약품 판매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 약국도 13%에 불과했다.
법안 발의 취지도 인지하지 못한 채 바보 같은 지적 이어져
최동익 의원의 발언도 계속 이어졌다.
최동익 의원은 “결론은 사러가기 귀찮으니까 전화하면 갖다 주는 것 때문에 하겠다는 얘기 아니냐”며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과 관련해서 이 약 저 약 구입하려고 하다 보니까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것은 행정적으로 2008년에 만들어진 행정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 다음에 대안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이번 법안 발의 취지문 자체에 나온 내용도 숙지하지 않은 바보 같은 지적이다.
‘인체용 전문의약품 동물병원 공급 개선’ 내용이 포함된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발의(홍문표의원 대표발의)된 적이 있으나, 지역 수의사회와 약사회가 협의하여 원만한 구매를 돕는 방안을 우선 모색한 후 법개정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위원실 검토보고 등을 통해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즉, 약사법 개정에 앞서 수의사회와 약사회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2008년 4월 17일 대한수의사회와 대한약사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약국에서 인근 동물병원에 원활히 전문의약품을 공급하기로 했으나, 위에 언급한 것처럼 동물병원에서 활용할 수액 또는 주사제를 보유한 약국이 3%에 불과할 정도로 실효성이 없어서 19대 국회에 다시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법 개정안 원문에도 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위 그림 참고) 그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2008년에 만들어진 업무협약을 제대로 이행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안 되어 법이 다시 발의된 것인데, 다시 업무협약을 이행하라고 말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각 직능간의 이해관계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의견도 있었다.
문정림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은 “동물 진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수의사가 적절하게 사용하고, 동물 진료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안전에 문제가 없는 접근이 가능한지가 중요한데, 이게 꼭 직능 간의 이해관계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복지부와 농림부가 적절한 대안, 충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왔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의원도 “직역간의 이해가 엇갈리는 건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현재 하고 있는 게 맞다면 그대로 가겠지만, 뭔가 불편이 생기고 개선 요구가 생겼기 때문에 다시 법안으로 온 것 아니냐”며 “복지부가 나서서 양 직역을 불러서 논의를 한 번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회의는 이 법안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다음 법안 논의로 넘어갔다.
다음 날(11월 25일)에도 회의가 이어졌지만 3가지 약사법에 대해서는 ‘어제 넘어가기로 했다’는 말과 함께 논의 없이 그냥 지나갔다. 이후 12월 2일, 12월 9일, 2016년 2월 15일, 2월 17일에 보건복지위원회 회의가 열렸으나 약사법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주최 수의사회-약사회 간담회 열렸으나, 성과 없어
결국 국회의원들의 의견에 따라 12월 5일 보건복지부가 ‘수의사회-약사회’간의 간담회를 주최했다. 비공개 간담회였지만, 양측의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대화는 끝났다. 이미 법안 발의 전부터 대한수의사회 관계자가 수차례 보건복지부를 찾아가 설득하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국회에서 돌아온 대답은 “복지부에서 잘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양 직능간의 대립으로 비춰지는 법안에 대해 자신 있게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고, 결국 법안 통과는 물거품이 됐다.
‘직능간 다툼구도로 몰고 간’ 약사 전략에 패배
다음 아고라 1만 명 서명운동 했지만 성과 없어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의 관리업무를 약사에서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법안과 동물용의약품 제조·관리자를 약사·한약사에서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법안 등 2개 법안과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을 도매상에서 직접 공급받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성격이 다르다.
앞의 2가지 법안은 동물용의약품과 관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약사만 할 수 있었던 것을 수의사까지 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직능 간의 갈등구도로 비춰질 여지가 있지만, 동물병원의 인체용의약품 공급개선 약사법 개정안은 동물용의약품이 아닌 인체용의약품과 관련되어 있고, 약사의 직능 자체를 침해하지 않는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동물병원으로의 전문의약품 유통경로를 <제조회사→도매상→약국→동물병원>에서 <제조회사→도매상→동물병원>으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유통경로가 단축되면 제 때에 동물진료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복지 향상에 이바지 할 수 있으며, 유통비용 감소로 동물 보호자들의 약 값 부담이 줄어든다.
현재는 동물진료에 필요한 약을 갖추지 않은 약국이 많아 약을 구하기 어렵고, 유통 경로가 추가되며 비싸진 약 값이 고스란히 동물 보호자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법안을 개정하여 유통구조를 단순화하면 수의사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동물 보호자와 축산농장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국민체감형 규제개혁의 대표 사례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까지 된 것이다.
그런데 일부 약사들은 이에 대해 “유통경로를 단순히 하면 의약품 유출 등 관리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반대 논리를 펴 직능간 갈등 구도로 싸움을 끌고 간 것이다.
이 부분 역시 법이 발의될 때 이미 설명된 부분이다.
의안원문에는 “아울러, 일부에서 의약품도매상에서 동물병원으로 인체용 의약품을 공급할 경우 유출 등 관리상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나, 현재도 동물병원 개설자가 약국에서 전문의약품을 포함한 인체용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이미 허용되어 있고, 약국이나 의료기관에 비하여 동물병원에서 더 많은 약품 관리상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고려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수의사-약사’ 직능간 다툼으로 비춰진 뒤에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1만 명을 목표로 ‘동물에게 도움 될 수 있는 약사법 개정에 도움을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다음 아고라 서명운동도 1만 명 달성에 성공했지만 소용없었다(서명내용보기).
이번 실패를 교훈으로 삼자
김옥경 대한수의사회장은 24일 개최된 ‘2016년도 대한수의사회 정기총회’에서 “안타깝고,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며 약사법 개정안 통과 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19대 국회에서는 3가지 약사법 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과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법안 발의 시기다.
3가지 법안은 2014년 말부터 2015년 초에 발의됐다. 그런데 2015년 전반기는 ‘메르스’라는 국가 비상사태 때문에 보건복지위원회 회의는 온통 메르스와 관련된 회의뿐이었다. 나머지 안건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1월이 되어서야 논의가 이뤄졌고,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는 의원들은 직능간 다툼 구도로 비춰져버린 법안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다.
둘째, 한국동물약품협회, 한국동물용의약품판매협회 등 단체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의 관리업무를 약사에서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법안은 한국동물용의약품판매협회와 연관된 법안이다. 동물용의약품 제조·관리자를 약사·한약사에서 수의사까지 확대하는 법안은 한국동물약품협회와 관련된 법안이다.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체용의약품을 도매상에서 직접 공급받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대한수의사회에서 적극 추진한 법안이다.
그런데 3가지 법안이 한 번에 논의되었고 3가지 모두 수의사와 약사와 모두 관련이 있는 법이다 보니 의원들에게 혼란을 줬다. 김용익 의원이 “성격이 유사하다”고 얘기하면서 자연스레 법안 논의를 다음으로 넘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쉽게 얘기해 3마리 토끼를 쫓다가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회에 대한 수의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이 법안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으며, 심지어 관심도 없었다. 그 만큼 평상시에 국회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등의 ‘사전 작업’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또 대한수의사회, 서울시수의사회 만의 노력이 아닌, 수의사 및 수의과대학 학생 전체의 관심도 필수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 통과 실패는 수의계에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번 실패를 통해 수의계가 더 노련해 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