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적인 가축 살처분 위한 안락사용 질소거품 생성장비 개발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진, 구제역 등 현장시험 완료..질소가스 거품으로 무산소증 유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질소가스 거품을 이용한 인도적인 가축 안락사 장비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98% 이상의 질소가스에 노출된 동물이 수십 초 이내에 의식을 잃고 고통 없이 사망하며, 이산화탄소 가스를 이용할 때보다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것이 국립축산과학원의 설명이다.
이산화탄소에 비해 고통 적어..거품형태 편의성, 작업자 복지증진도 강점
2010년 구제역과 고병원성 AI로 인해 대규모 살처분이 전국적으로 진행되면서 살처분 방식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만해도 별도의 안락사 절차 없이 가축들을 생매장했기 때문이다.
비인도적인 살처분 방법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최근에는 가스로 안락사시킨 후 매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산소 농도를 2% 미만으로 떨어뜨려 의식을 소실시키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다.
안락사에 앞서 약물 등을 활용해 개체별로 마취시키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많게는 수천, 수만마리의 가축을 하루이틀 내로 살처분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가스를 통한 안락사에서는 산소가 거의 없는 가스를 가축 주변에 일정시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때문에 공기보다 무거운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로 사용했다.
반면 국립축산과학원이 개발한 ‘동물 안락사용 거품생성 장비’는 이를 질소가스로 대체한다. 공기보다 가벼운 질소를 98% 이상의 밀도로 유지시키기 위해 거품형태로 변형시켰다.
산소가 2% 미만인 거품 속에서 동물은 수십초 내에 의식이 소실되고, 이후 지속적인 호흡을 통해 무산소증(Anoxia)으로 사망한다.
국립축산과학원 강석진 연구관은 “질식사 전 고통이 수반되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질소를 통한 안락사는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적고 작업자들의 안전성도 확보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수의사회의 동물안락사 가이드라인(2013년판)은 질소 가스를 닭과 칠면조, 돼지 등에서 적합한 안락사 수단으로 권고하고 있다. 산소 밀도를 2% 미만으로 유지할 것과 동물종에 따라 노출시간을 달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영국수의사회 동물복지재단 선임강사인 도로시 맥키건(Dorothy Mckeegan) 글래스고 수의과대학 교수팀은 2013년 폴트리사이언스(Poultry Science)지에 “긴급한 살처분 상황에서 가스거품은 인도적인 안락사 방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맥키건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거품형태의 질소가스에 노출된 가금류는 30초 이내에 의식이 소실됐다. 이들의 사인은 무산소증으로, 부검결과 기도폐쇄와 연관된 병변은 발견되지 않았다. 거품이 기도를 막아 호흡하지 못해서 죽는 것이 아니라, 호흡은 계속하되 흡입하는 기체에 산소가 적어 의식소실과 사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최근 구제역 발생농장 살처분을 대상으로 현장적용평가를 마쳤다고 밝혔다.
기존 이산화탄소 가스에 비해 편리하다는 것도 강점. 이산화탄소 가스는 새지 않도록 구덩이에 비닐을 덮거나 별도의 수조로 밀폐해야 했지만, 질소가스 거품은 생성해서 덮어주기만 하면 최대 6시간까지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질소는 공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분이라 거품이 꺼지면 자연히 공기 중에 섞여 사라진다.
강석진 연구관은 “개방된 공간에서도 작업이 가능해 인원과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며 “안락사 과정에서 동물이 받는 고통이 거의 없고, 처리과정이 노출되지 않아 작업자의 복지에도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동물 안락사용 거품생성장비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는 한편, 업계에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장비는 농장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차량연결형태와 실험동물 안락사용 내부설치형태로 나뉘어 출시된다. (에코시스 홈페이지 참조 :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