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합동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신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산업’이 포함됐다.
정부는 “1인 가구 증가,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반려동물 보유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별 제도를 정비하고, 산업발전 인프라를 구축하여 건강한 반려동물 생태계를 조성해, 반려동물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이루고 국민의식 선진화, 반려동물 시장 확대, 관련 일자리 창출 도모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반려동물과 관련된 주요 정책은 1. 생산업 관리 강화 2. 유통구조 개선 3. 반려동물 산업기반 확충(동물병원 규제 완화, 동물보험, 반려동물용 의약품, 펫용품·펫사료, 동물간호사 제도화, 창업·창직) 4. 사후관리 체계화(장묘업, 유기동물 보호) 5. 인프라 구축 등 크게 5가지다.
이번 발표 내용에 대해 잘 된 부분도 있고, 잘못된 부분도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예를들어 ▲반려동물 생산업 허가제 도입 ▲동물 판매자 사후 책임 강화(폐사·질병에 대한 판매자 책임 강화, 개체관리카드 서식에 판매업자 등록번호 및 연락처 추가) ▲동물 등록 확대 ▲동물병원이 의약품도매상으로부터 인의약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 개선 ▲약사·한약사 외에도 일정 요건을 충족한 자에게 동물용의약품 등 제조·수입관리자 자격 부여 추진 ▲반려동물 관련 중소업체의 제품·서비스 해외 진출 지원 ▲반려동물 보호자 기본 에티켓 홍보 및 동물 유기시 처벌 강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설치 지원 ▲반려동물에 대한 통계조사 항목추가 및 표본 확대 등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대책에 속한다.
그러나 ▲동물경매업 신설 및 경매업 등록제 시행 ▲반려동물 범위 확대 ▲동물 온라인 판매 허용 ▲동물병원 설립규제 완화(수의사 조합원 협동조합 형태 동물병원 허용) ▲반려동물 진료비 공시제 등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중 몇가지 논란만 살펴보자.
우선 동물경매업 문제다. 정부는 동물보호법에 없는 ‘경매업’을 신설하고, 거래시 판매자의 정보 제공 의무 및 사후책임을 강화하여 반려동물 유통산업 체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현재 동물보호법상 규정된 영업은 동물생산업, 동물판매업, 동물수입업, 동물장묘업 등 4개로, 경매장의 경우 동물판매업에 준하여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동물 경매시에 모든 경매 대상 반려동물의 수의사 건강검진을 의무화시키겠다고 전했다. 방송에 소개된 적 있는 일본의 사이타마 경매장처럼 수의사가 참여한 가운데 경매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생명 소비를 확대해 온 주범인 경매업은 신설·육성해야 할 것이 아니라 시급히 사려져야 옳다”, “경매업은 동물판매업 등록만으로도 보완이 가능하며, 경매업 신설로 인해 무분별한 번식의 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또한 조류·파충류·어류까지 포함하여 반려동물의 개념을 재정립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개, 고양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욕심은 하늘을 찌른다”고 평가했다.
2013년 수의사법 개정에 따라 현재 영리법인은 동물병원을 개설할 수 없게됐다. 그럼에도 이를 ‘동물병원 설립규제’로 규정하고, 설립규제 완화 차원에서 ‘수의사를 조합원으로 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동물병원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계획은 당장 영리법인의 동물병원 개설을 전면 제한한 수의사법 방향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리법인 개설금지 수의사법 개정안이 통과된 2013년은 지난 정권이 아니라 현 정권 초창기였다.
반려동물 산업 육성에 초점 두면서 동물보호까지 신경쓰려다 보니 애매한 대책 나와
도대체 이런 애매한 대책들이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정부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신산업 육성 중심)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여 경기회복과 투자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목적에 수립된 계획이다. 즉, 반려동물 산업 분야의 각종 규제를 완하하고 제도를 개선하여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반려동물 분야는 생명과 연관된 분야이기 때문에, 무작정 산업 육성만 이야기하면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동물보호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고, 이런 고민 때문에 대책 이름에도 ‘동물보호’를 포함시켰다(‘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산업’).
이런 정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고민은 이름 뿐만 아니라 대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동물의 온라인 판매가 대표적이다.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동물 판매가 늘어야 하고, 그러려면 온라인 판매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판단해 ‘판매업 등록을 한 업체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그러나, 비난의 목소리가 두려웠는지, ‘반려동물 운송에 관한 별도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보완 계획을 함께 내세웠다. 동물복지운송차량이 있는 축산업을 벤치마킹한 꼴이다.
법적·조직적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모습이 엿보인다.
그동안 동물보호단체, 수의사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동물보호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 중앙정부(농식품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쉽게 말해 최소한 동물보호과를 농식품부 내에 설치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정부 대책에 이 내용이 담겼다. 전담조직 신설을 4/4분기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동물보호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것이 아닌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근거 마련 부분에 있어서도, 가칭이지만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물과 관련된 산업 육성법으로 현재 ‘말 산업 육성법’이 있다. 반려동물 산업 육성법이 생기면 두 번째로 생기는 법률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동물보호·복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는지 ‘반려동물 보호’를 법 이름에 추가했다.
반려동물의 복지를 신경쓰면서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시키려고 하다보니 어정쩡한 대책이 수립됐다. 초반에 언급한 정부의 대책 수립 목적을 다시 살펴보자.
“반려동물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이루고 국민의식 선진화, 반려동물 시장 확대, 관련 일자리 창출 도모를 이끌겠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앞에서 산업발전을 억지로 이끌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이는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두지 말고 동물보호·복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동물보호·복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시행되어야,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반려동물 산업 역시 질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